[광화문]대통령의 '지시'

[the300]

조국의 시간에 이은 대통령의 시간은 고민과 고뇌의 연속이었다. 조국 임명과 철회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고민을 거듭했다. 의견을 듣고 또 들었다. 청와대 참모진, 여당 지도부의 목소리는 날 것 그대로 전달됐다.

임명 전날인 일요일(9월8일)엔 여권 고위 인사들을 청와대로 불러들여 다른 시각을 접했다. 원칙론과 공감론 사이에서 고심했다. 그리곤 결정했다.

조국 임명 뒤 조국은 더 이상 청와대의 의제가 아니었다. 검찰 수사 등에 불만이 없지 않았지만 청와대 테이블 메뉴는 더이상 아니었다.

대통령의 시간을 끝낸 문 대통령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한미정상회담, 유엔총회,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격, 아프리카 돼지 열병…. 굵직한 현안을 점검하고 논의하기에도 시간이 벅찼다.

여권 인사는 “언론은 조국 이슈로 도배됐지만 국정은 다르다”고 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전화 통화, 한미정상회담 조정 등만 해도 24시간이 부족했다는 상황을 전했다. 조국의 경우 검찰 개혁의 주체가 아닌 도구로 위치를 조정했다.

그랬던 기류는 조국 자택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변한다. 한미정상회담과 유엔총회 참석 차 문 대통령이 뉴욕에 머물 때다. 문 대통령은 3년 연속 유엔총회에 참석할 정도로 에너지를 쏟았다. DMZ(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제안을 다듬고 보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은 A부터 Z까지 챙기며 준비했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 관련 새로운 비전 제시는 힘을 잃었다. 조국 블랙홀이 삼켰다.

청와대 참모진 사이에서 검찰총장 윤석열 이름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 때다. 감정적 언사도 가감없이 흘러나왔다. 와전, 확대 해석 등의 해명을 붙였지만 속내를 부인하진 않았다.

문 대통령도 다시 고민을 시작했다. 뉴욕에서 참모진과 논의했다. 의제는 조국이 아닌 개혁이었다. 귀국 직후인 지난달 27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 형태로 메시지를 낸다. “인권 존중과 절제된 검찰권 행사”로 정리된다. 문 대통령 스타일이 반영된, 절제된 질책이었다.

여권 인사는 “조국 수사에 대한 언급으로 읽혔지만 검찰 개혁의 근본적 방향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인사는 “검찰은 조국만 보지만 대통령은 조국 외 다른 사건에서도 있었던, 그리고 다른 사건에서 있을 수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검찰은 대언론 문자 메시지 형태로 즉각 반응했다. 그리고 사흘 뒤 대통령의 ‘지시’가 나왔다. ‘이례적’ 지시란 평가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진짜 이례적이었던 것은 행정부 소속 외청이 청와대 메시지에 반응하는 방식이었다. 검찰은 청와대 메시지나 대통령의 지시에 ‘내부 보고’ ‘공식 보고’ 대신 브리핑으로 대응했다.

이 방식에 대한 질책이 바로 “검찰은 행정부를 구성하는 정부기관”이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다. 검찰이 제일 인정하기 싫은 진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외면했거나 간과했던 사실을 새삼 지적했다.

독립성을 외치며 독립기관인 듯 하는 검찰에게, 법원과 동등한 위치에 서고자 한 자칭 준사법기관에게 “행정부의 한 기관”라고 정의해줬다. “너 자신을 알라”는 메시지였다.

문 대통령의 지론이다. 2011년에 쓴 ‘검찰을 생각한다’는 책에서 문 대통령은 “검사의 결정을 법관의 판결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다.대통령의 지시에 검찰이 내놓은 답도 어설프다. 특수부 축소, 검사장 관용차 금지 등을 하룻만에 내놓고 평가를 바란다.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검찰 개혁’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검찰 개혁의 핵심은 선출된 권력에 의한 민주적 통제다. 대통령의 ‘지시’에 대한 답안지가 별로니까 서초동 촛불이 커지는 게 아닐까. 검찰 탓만 할 것도 아니다. 선출된 권력인 국회는 견제 기능을 포기한 채 검찰에 고자질하느라 여념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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