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형 퇴직연금', 직장인 분노 잠재울까

[the300]노사 및 자산전문가, '기금운용위' 구성…다수 사업장 연합 '규모의 경제'도 가능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어르신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퇴직연금 믿을 게 못 됩니다. 수익률 처참합니다."(42세 직장인 이모씨)

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에 직장인들의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기금형 퇴직연금'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노사와 자산운용 전문가가 참여하는 기금운용위원회를 구성해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근로자 참여를 확대하고 전문성을 높이는 한편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사업자 간 경쟁을 유도할 대안으로 주목된다. 정부·여당도 이같은 방향으로 퇴직연금 정책 개선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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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05년 퇴직연금을 첫 도입한 후 '계약형 퇴직연금'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기업이나 근로자가 은행과 보험, 증권사 등 사업자와 계약해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DB(확정급여)형과 DC(확정기여)형로 나뉜다. DB형은 기업이 운용 수익을 갖는 대신 근로자에게 사전에 약속된 퇴직금을 보장해주는 반면 DC형은 근로자가 상품을 선택해 투자하고 운용 성과에 따라 퇴직금이 결정된다.

계약형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퇴직연금 설정에 한 번 동의하면 이후 운용 과정에서 참여가 제한되면서 주로 안전한 '원리금 보장상품'에 돈이 몰린다는 문제가 있다. 수익률이 높아지기 힘든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의 '2018년도 퇴직연금 적립 및 운용현황 분석'에 따르면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1.01%로 시중 예금 금리보다 낮았다. DB형은 1.46%, DC형은 0.44%였다. 노후 보장 대책으로 퇴직연금이 제 역할을 하기 힘들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정부·여당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으로 가닥을 잡았다. 고령화 시대에 국민연금 지급 시기가 늦춰지고 과거와 같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퇴직연금 제도 손질은 국민 노후 생활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노사 공동으로 기금운용위원회를 설립하고 외부 전문기관에 퇴직연금 운용을 맡기는 방식이다. 해마다 성과를 평가하고 사업자 간 경쟁을 유도해 수익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다수의 사업장이 퇴직연금 기금을 형성할 경우 국민연금처럼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노사가 기금운용위원회를 공동 운영하면서 계약형 퇴직연금 제도에 비해 근로자 참여가 쉽다. 기금운용위원회에 자산운용 전문가를 포함시켜 전문가에 의한 자산운용 및 수익률 제고도 가능하다.

‘디폴트 옵션’ 도입도 논의 중이다. 디폴트 옵션이란 가입자가 따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가입자와 퇴직연금 사업자가 사전에 설정한 방법으로 적합한 상품을 자동 선택하는 방식이다. 바쁜 일상에 쫓겨 DC형 퇴직연금이 방치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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