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조국이 남긴 것]공정·내로남불·386…

[the300](종합)조국이 우리 사회에 남긴 숙제들


① 오래된 '공정'으로부터의 도피
-공정…거대 담론보다 내 삶을 중심으로 한 '공정'

공정은 문재인 정부의 성배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10일 취임사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국민 앞에 약속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검증 과정에서 불거진 공정논란은 우리사회에 단순히 '과정은 공정해야 한다'는 정언명제에서 한 발 나아간 질문을 던진다. 

조 장관의 논란은 먼저 검찰개혁 등 사회적 공정성을 위해 자녀 입시의혹 등의 개인적 공정성 논란을 간과할 수 있는가를 되묻는다.

'조국 논란' 과정에서 서울대, 고려대 등에서 학생들의 집회가 열렸다. 대학 입학 과정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20대 학생들은 본 것이다. 이들에게 정치권의 정쟁이나 정권의 안정성, 검찰 개혁 등은 거대담론이다. 내 삶과 가장 가까운 순서의 '미시적 공정'에 가장 민감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의 임명을 재가하면서 "대선때 권력기관 개혁을 중요한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며 법 제도적으로 완성하는 마무리를 조국 장관에게 맡기고자 한다소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넓은 이해와 지지를 당부린다"고 덧붙였지만 청년들의 반응은 아직 냉냉하다. 대통령 담화에서 제대로 된 사과 없이 변명만 늘어놨다는 비판도 적잖다. 이들은 대통령의 거시적인 '공정'을 위해 상대적으로 미시적인 자신들의'공정'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하나의 질문은 '어떻게 공정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조 장관 검증과정에서 불거진 많은 의혹들은 대부분 합법과 불법의 경계, 관례와 친분 사이,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제도 차이. 그 애매한 공간 속에서 오해와 불신을 키웠다.

조 장관이 스스로 인정한 '강남좌파' 이자 '금수저'로서 생기는 특권을 어떻게 다뤘는지를 톺아보면서 사모펀드와 재단, 자녀 교육 문제 등이 '합법적일지라도 공정하지 않을 수 있지 않는가'라는 반문이 쏟아졌다.

경북대 총학생회가 성명서를 통해 "정권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교육의 문제를 논하고싶다. ‘그들의 카르텔’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드러내고 고치자"고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세대간, 계층간, 진영간 다른 '공정' 개념의 교집합을 찾아가야 한다.

김하늬 기자

② '내로남불'이 '내로남불'에게
-내로남불…정치 공세에 자질·정책 검증 '실종'

‘내로남불’식 정쟁이 국회를 지배한다. 어제의 공격수가, 오늘은 수비수가 된다. 수년전 ‘박제’ 됐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게시글까지 부활한다. 온라인상에서 빠르고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위선자’로 조롱받는다. 90년대 언행불일치를 지적하기 위한 탄생한 신조어가 진영 간 공세 도구로 변질된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반복되는 내로남불 공방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괴롭혔던 핵심 키워드도 내로남불이다. 조 장관이 처음으로 사과의 뜻을 밝힌 것도 사모펀드나 웅동학원, 자녀의 부정입학 의혹이 아닌 내로남불 논란이다. 조 장관은 이달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혁주의자가 되려고 노력했으나 아이나 주변 문제에 불철저했다”고 말했다.

자녀의 부정입학 의혹이 폭발력을 발휘한 것도 내로남불과 무관하지 않다. 진보와 개혁을 주창한 조 장관이 자녀를 유학과 특목고, 고려대, 서울대 대학원을 거쳐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시킨 기득권이라는 것 자체가 입방아에 올랐다. 수년전 조 장관의 SNS 글은 국민 분노의 근거가 됐다. 조양이 고교시절 미국 AP(Advanced Placement·대학과정 선 이수학습) 시험 중 수리·생물·화학 과목을 만점 받고 텝스(TEPS) 905점을 기록한 사실은 잊혀졌다.

‘조로남불’을 외쳤던 야당은 스스로 내로남불의 포화 속으로 들어갔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6일 인사청문회에서 조 장관 부인과 자녀, 동생 등에 대한 의혹 제기에 앞장서면서도 가족과 관련된 사학이 언급되자 “저열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으로, 명목상 장관보다 많은 권한을 지닌 선출 권력이다. 장관 가족 검증은 허용되고 의원은 안 된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장 의원 자녀의 음주운전을 두고 민주당이 “타인을 비판한 잣대와 동일하게 자신을 바라보며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한 것도 예견된 수순이었다.

문제는 내로남불 공방이 역량 검증을 가로막고 정치 공세로 변질될 가능성도 높다는 점이다.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재판관의 역량보다 부부의 주식 재산 가치와 거래 건수 등이 주요 공세 대상이었다. 진보 인사의 재산 규모와 종류 자체에 관심이 몰렸고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 검증은 실종됐다. 한국거래소는 이 재판관 부부 불공정 주식거래 의혹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결론냈다.

뚜렷한 사회적 실익이 없다는 점도 주목된다. 무의식 단계로 침잠된 과거 발언이 자질과 역량, 도덕성을 갖춘 공직자를 선발하는 데 어떤 기여를 하는지 입증되지 않았다. 더욱이 변화와 혁신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인 시대다. 반대로 과거에 얽매인 공직자와 정치인은 사회 발전을 선도해야 하는 지도자로서 부적격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야권이 제기했던 ‘내로남불’식 정쟁보다 장관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 검증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정치 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당위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여야 공히 인사청문회법 개정 등 제도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광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③ '법잘알' 서바이벌 시대
-법잘알…정치보다 '법과 절차' 시비에 의존하는 사회

문재인 대통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 송기헌(더불어민주당)·김도읍(한국당) 법사위 간사…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이름이 오르내린 정치인들이다. 공통점이 있다. 모두 법조인 출신이다. ‘주인공’ 조 장관은 우리나라 최고 학부라는 서울대의 법대 교수였다. 그야말로 ‘법잘알(법을 잘 아는 사람)’ 전성시대다.

‘법잘알’이 전면에 나서면서 국회에서 ‘정치’가 사라졌다. 그 자리를 고소·고발이 채웠다. 타협의 미학은 사라지고 법과 절차의 중요도가 높아졌다. 합법인지 위법인지 시비 가리기가 우선이 됐다.

지난 9일 문 대통령의 발언은 ‘법잘알’ 시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인사청문회까지 마친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이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상 절차에 따라 일단 인사청문회를 치른 것은 맞다. 청문 과정에 제기된 각종 의혹도 검찰 수사가 이제 시작돼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형사상 위법 여부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도 맞다. 하지만 법과 절차상 임명 요건이 성립하는 것만으로는 국민들에게 장관 적격 사유를 설득하긴 어렵다.

임명 과정 여당과 야당의 행보도 ‘법잘알’의 논리가 지배했다. 여당의 방어전에 등장한 논리는 문 대통령의 논리와 다르지 않았다. “조 장관에게 당장 위법한 부분이 없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청문회 개최 논의 과정도 야당과의 ‘협상’ 대신 국회법 절차에 따른 자기 방어가 이어졌다.

야당의 공세에는 고소·고발이 빠짐 없이 등장했다. 조 장관 내정부터 임명까지 한 달 사이 한국당에서만 10여건의 고발이 이뤄졌다. ‘조국’이라는 인물 검증 잣대가 불법을 저질렀는지에 집중됐다. 국무위원 인사 검증이 국회의 공이 아닌 검찰의 공으로 넘어가게 된 이유다.

법잘알들의 대립 과정에 득 본 것은 검찰이다. 검찰은 조 장관 청문회 직전 압수수색과 청문회 직후 조 장관 부인 기소 결정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국민은 쪼개졌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 교수는 “여당은 정치가 들어설 자리를 허용하지 않고 타협이 사라진 자리에 야당은 법률을 이용할 수밖에 없던 것”이라며 “입법부뿐 아니라 사회 자체가 극단적으로 쪼개지며 상식 대신 법만 통하는 사회가 된다는 문제를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개혁 과정에서는 도덕도 능력”이라며 “‘불법이 없으면 괜찮다’는 선례로는 오히려 개혁에 추진력을 얻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백지수 기자

조국 신임 법무부장관 /사진=김휘선 기자

④ 승리의 세대 386,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386…사회 곳곳서 아성 구축, 자신의 이익에는 '유능', '세대독점' 비판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논란이 남긴 핵심 열쇳말 중 하나로 '386'을 꼽는데 이견이 없을 듯하다. 현 정권의 주축 세력인 386은 386인 조 장관을 사수했다.

386은 1990년대 등장한 단어다.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0대를 뜻한다. 87년 민주화 체제를 만들어낸 '승리'를 경험한 세대가 사회 곳곳으로 진출하면서 탄생한 단어다.

386은 싸움에 능한 세대다. 학창시절부터 분명한 목표의식(이념)을 갖고 전략과 전술로 이를 쟁취해가는 경험을 쌓았다. 정계, 학계, 언론계, 기업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자리를 잡아나갔다.

2000년대 40대(혹은 30대 중후반)가 된 이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정치권에 대거 진출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등 현 정권 60년대생 인사들 상당수가 이때 국회의원이 됐다. 노무현 정부가 정책 실패의 비판 속에 보수세력에 정권을 내주면서 이들은 스스로 '폐족'(廢族)이라 칭했다. 개혁적이지만 무능하다는 선입견도 이때 생겼다.

그러나 누구도 예상치 못한 '촛불혁명'으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면서 586이 된 이들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정치권력을 잠시 놓고 있었을 뿐 사회 곳곳에서 탄탄한 세력을 구축해왔다. 무능하지 않았다. 대학에서 공공기관에서 기업에서 요직을 차지했다. 경제적으로도 앞선 산업화 세대의 열매를 누렸다.

하지만 변화와 혁신의 상징이던 이들이 지배세력이 됐는데 젊은 세대는 오히려 더 어렵다. 386은 대학 나오면 취직되고 부동산 사면 무조건 올랐는데, 이들의 자식 세대는 스펙 쌓아 대학 가는 것부터 버겁다. 기득권이 된 386은 더 이상 개혁적이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누구보다 유능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화 세력을 자처하며 윗세대를 공격하고 아랫세대를 훈계했지만, 정작 자신들이 정상에 오르자 사다리를 걷어찬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저서 '불평등의 세대'를 통해 386을 신랄하게 비판한 이철승 서강대 교수는 "386은 자식 세대의 몫을 끌어쓰고 있지만, 자산과 기회는 자기 자식에게만 물려주려 한다"고 꼬집었다.

조국 논란에서 이 같은 행태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번 사태의 본질에는 이념도 진영도 아닌 세대독점, 386의 이익동맹이 있다는 지적도 곱씹을 만하다. 이제 60대를 맞는 386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

박종진 기자

⑤ '돈' 없고 '빽' 없는 평범한 국민들의 분노
-입시…국민이 조국에 분노한 이유, 사회지도층의 '카르텔'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 과정은 우리 사회의 입시 제도를 되돌아보게 했다. ‘합법’의 테두리안에서 벌어진 ‘사회지도층의 카르텔(담합)’은 돈 없고 뒷배 없는 평범한 국민들을 분노케했다. 조 장관의 딸 조씨가 고려대 입학 당시 활용한 입학전형은 2007년 정부가 ‘입학사정관제’다.

대입수학능력시험과 별도로 획일적인 점수 위주의 선발방식에서 벗어나 교내·외 활동, 면접 등을 활용해 학생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도입 취지와 달리 입학사정관제는 사회지도층 자녀들이 성적 이외의 방식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뒷문’으로 활용됐다.

입학사정관제는 각종 경시대회 수상 실적, 논문 실적, 봉사 활동 등을 요구했는데 이는 부모가 전문직이거나 교수일 경우 돈과 인맥, 능력을 십분 발휘해 자녀의 스펙을 쌓아주는 등 어렵지 않게 준비할 수 있는 항목이다. 이 때문에 입학사정관제는 도입 당시부터 ‘현대판 음서제’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교육부가 올해 5월 발표한 ‘미성년 공저자 논문 및 부실학회 참가 조사 및 조치 결과’과는 이 제도가 실제로 어떻게 악용됐는지 잘 보여준다.

교육부 조사 결과 2007년부터 지금까지 총 50개 대학에서 87명의 교수가 160편의 논문에 자신의 자녀를 공저자로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이 중 경일대, 포항공대, 청주대, 가톨릭대, 서울대 등 총 5개 대학의 교수 7명은 14편의 논문에 자녀가 논문 작성에 정당한 기여를 하지 않았음에도 공저자로 등재했다.

공저자로 등재된 자녀 8명 중 6명은 국외 대학에 진학했고, 2명은 국내 대학에 들어갔다. 부모의 능력이 곧 자녀의 입시성적이 되는 셈이다.

조 장관의 딸 역시 2008년 고교 2학년 시절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가량 인턴으로 활동하면서 의학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인턴 품앗이’ ‘동양대 표창창’ 등 의혹도 쏟아졌다. 불법으로 밝혀진 것은 아직 없다.

제도를 따른 것이란 항변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 속에 스며있는 특혜, 카르텔 등은 손질해야 할 과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입시제도 개편이 담아야 하는 숙제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2013년에 이미 입학사정관 전형을 없애고 지원자의 외부 실적을 대입에 활용하는 것 자체를 규제하는 학생부 종합전형을 도입했다. 그럼에도 공정성, 특혜 논란은 여전한 게 현실이다.

김민우 기자



⑥ 장관되려면 알아야 할 '쓴소리 십계명'
-여당의 쓴소리…되새길만한 내부 비판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한 두개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쉽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으로 장관이 되긴 했지만 검증 과정에서 많은 피를 흘렸다.

자성의 목소리는 내부에서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조국 엄호' 기조를 정하고 '입 단속'을 시켰음에도 '지킬 건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밖으로 새나갔다. '제 목소리'를 낸 민주당 의원들은 당 '주류'와 일부 지지층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들의 내부비판이 오히려 균형감을 잡아 지지층의 마음을 돌렸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민주당은 야당의 의혹제기를 '정치공세'로 치부했다. 하지만 출혈을 감수한 당 일부 의원들의 비판은 정치공세라고 하기 어렵다. 합리적 비판이고 꼭 필요한 말이다. 이번 사건으로 떨어진 당 지지율을 회복할 동력이기도 하다. 이들의 지적을 다시금 짚어볼만한 이유다.

◇1. 말과 행동을 일치시켜라(SNS 자제)=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6일 조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가 비판받는 건 '언행불일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청년 세대가 분개한 지점을 지적한 것.

검증 기간 내내 조 장관이 과거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남긴 '명언'들이 회자됐다. 정의로움과 공정을 강조하던 조 장관. 적어도 가족 문제에 있어선 그렇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청년층의 분노를 샀다.

◇2. 동문서답하지 마라=청문회에선 조 장관의 '동문서답'도 도마위에 올랐다. 금 의원은 "이걸 묻는데 저걸 답변하면 화가 난다"며 "묻는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것"이라고 했다. 2일 열린 조국 기자간담회에서도 동문서답식 답변 태도는 기자들의 원성이 높았다.

◇3. 공감능력을 키워라=공감능력은 조 장관과 그를 선택한 문재인 대통령, 그를 지키려는 민주당 의원들이 함께 비판받는 지점이다. 금 의원은 "조 장관의 가장 큰 단점으로 '공감능력이 없는 것 아닌가'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국민(젊은이들)을 만나 '소통'하고, 여기에 '공감'한 표본을 보여준 셈이다.

◇4. 사과는 진심어리게, 납득할만하게=김해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3일 조 장관에 대해 "딸의 논문과 대학·대학원 입시 부분은 적법·불법을 떠나 많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인사청문회에서 진실된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 장관 딸 입시 관련 의혹들은 조 장관의 말처럼 법을 어기진 않았다 하더라도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 게 사실이다.

◇5. 해명은 적극적으로=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당에서 가장 먼저 조 장관에 대한 '쓴소리'를 남긴 인물이다. 그는 "민주당 지지층이 (조 장관)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하고 비판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청문회 이전까지는 여러 의혹에 관한 질문을 받아도 최대한 말을 아꼈다. 당초 계획과 달리 '간소화'된 청문회에서의 해명도 충분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6. 자녀교육 문제는 국민의 '역린'=박용진 의원은 "교육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역린"이라고 지적했다. 교육 문제는 민감하고 예민하다. 대부분의 국민이 자신의 상황과 비교할 수 있기 때문. 송영길 민주당 의원도 "국민 정서에 맞지 않게 자녀들의 특목고 졸업과 대학·대학원 입학 과정에서 우리나라 일부 상위계층이 보여주는 일반적 행태를 보여준 건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말했다.

◇7. 원칙을 지켜라=조 장관의 요청으로 지난 2일 '무제한' 기자간담회가 열린 곳은 국회였다. 장소가 발표되자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왜 기자회견을 여기서 하느냐"며 "잘못하면 여러 가지...(문제가 생길 수 있다), 어떻게 후보자가 국회에 와서 하냐"며 거듭 반대 의견을 냈다. 국무위원 후보자가 국회 공간을 사용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국회 내규를 어겨 김영란법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8. 오버하지 마라=박용진 의원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오버하지 마라"는 말을 남겼다. 지나친 엄호는 오히려 지켜야 할 대상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경고다. 박 의원은 유 이사장이 '조국 반대' 집회에 나선 대학생들에게 마스크를 쓰지 말라고 한 것을 비판했다. 하지만 유 이사장은 이 '조언'을 무시했다. 얼마 후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압력이라는 오해를 살만한 전화통화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9. 무시하지 마라=청문회에서 '최종 수비수'를 자처한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지방·지방대 비하 발언으로 오점을 남겼다. 김 의원은 조 후보자 딸이 동양대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경북 영주는 시골이라 방학 때 아이들이 다 서울로 나간다더라"며 "그래서 영어를 잘하는 대학생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침 정 교수(조 후보자 부인)가 딸이 영어를 잘한다고 하니 가서 봉사 좀 하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김 의원은 해석을 잘못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충분치 않았다는 평이다.

◇10. 복수하지 마라=위에서 언급된 의원들이 조 장관의 낙마를 바란 것은 아니다. 욕 먹을줄 알면서도 당을 위한 쓴소리를 남겼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인사들의 당내 입지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둔 공천이 임박한 상황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소수 의견 배척이라는 '고집불통'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김평화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관련 긴급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⑦ 진보의 민낯? '조국 정국'에 드러난 한국당의 민낯
-한국당의 민낯…당 지도부 판단 미스 반복 '갈팡질팡', '조국'으로 보수대통합 계기 삼나

'조국 정국'을 거치며 가장 공격을 많이 받은 이는 조국 법무부장관과 주변 인사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청와대와 여당도 비판을 들었다. 조국 임명 후 비판의 화살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으로 향한다. 대여 공격의 '적기'를 잡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공격의 키를 쥐어야 하는 야당이 청문 정국에서 주도권을 놓치면서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하는 '결정적 한방'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 지도부는 장외투쟁·원내투쟁·정책투쟁 등 3대투쟁 총력전을 펼쳐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지만 '조국 정국'에서 전략 부재를 여실히 드러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한국당 지도부는 청문회 개최 여부를 두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는 '악수' 끝에 후보자 의혹 관련 증인들이 불참한 '맹탕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 개최를 줄기차게 요구하던 한국당은 검찰의 조국 일가족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보이콧'을 고려했다.

이후 9월 2~3일 청문회 개최에 합의했다가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했다. 2일 오전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가족 증인 채택 철회하겠다고 밝혔지만 여당과 후보자는 초유의 '국회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청와대의 후보자 강행임명 기류도 읽히는 상황에서 '추석 때까지 시간 끌기' 전략에만 치중하다가 공수가 뒤바뀌는 상황이 연출됐다.

지도부의 협상 전략을 비판하는 당내 목소리가 커지면서 청문회 개최가 절실했던 한국당은 증인 출석을 강제할 수 없는 청문회에 합의했다. 청문 기간도 이틀에서 하루로 줄었다.

한국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위원들을 중심으로 후보자 딸 입시 특혜 의혹, 사모펀드 투자 의혹, 웅동학원 채무 회피 의혹 등을 제기했다. 여론조사에서 증명되듯 각종 의혹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기류를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청문회를 열고 보니 후보자와 여당의 방어 논리에 막히며 궁지에 몰아 넣지 못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증인도 안나오는 청문회를 열어 조국 장관 임명의 판을 깔아준 셈이 됐다"며 "검찰의 압수수색 등 외부적 요인에 갈팡질팡하다가 길을 잃었다. 총선까지 지도부가 순항할 수 있을 지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장관 임명 다음 대응도 '장외투쟁'이라는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당은 10일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왕십리 일대,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정권 규탄 대회를 열고 연이은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이날부터 '조국 사퇴 1000만 국민 서명 운동'도 시작했다. 11일에는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을 방문한다.

9일 장관 임명 직후에는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했다. 참배 직후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가 광화문 1인 시위에 나섰다.

한국당 관계자는 "현충원 참배는 애국을 중시하는 우파의 성지같은 곳이라 결의는 다지는 의미에서 그런 장소를 선택한 것"이라면서도 "'나라를 지키지 못해 사죄한다'는 취지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너무 '올드'하게 다가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조국 장관 임명 강행이라는 여권의 정면돌파가 보수대통합의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야권이 빠르게 공동 전선을 형성하면서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과 자유민주 회복을 위한 '국민연대'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기자회견 직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찾았다. 보수 대통합의 우선순위로 꼽히는 바른미래당한테 먼저 국민연대에 참여해달라고 손을 내민 것이다.

황 대표는 "뜻을 같이 하는 야권과 재야 시민사회단체, 자유시민들의 힘을 합쳐서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살려내야 한다"며 "국민연대가 이 나라의 폭정을 막는 마지막 힘이 돼야 한다"고 했다.

보수 대통합의 또 다른 축으로 평가받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도 조국 장관 임명 철회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민의 저항권'까지 거론하며 연일 발언 수위를 높이는 유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가 제안한 국민연대에 "이번 조국 사태 해결을 위한 일에는 저나 시민들, 정당들 누구라도 협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당 입당설이 끊이지 않는 이언주 무소속 의원은 이날 국회 본청 계단에서 삭발식을 하고 조국 장관 임명에 저항했다.

강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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