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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 2019.09.06.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과 관련해 '장고'를 택한 것은 의외의 일이다. 조 후보자의 가족을 둘러싼 검찰 수사, 그리고 나아지지 않는 여론이 '속도전'의 발목을 잡았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일 아세안 3개국(태국·미얀마·라오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할 때만 해도 주말 사이에 조 후보자의 임명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청와대 측도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기간이 6일 끝난 만큼, 물리적으로 7일부터 임명이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7일에 이어 8일까지 문 대통령이 임명 재가를 하지 않음에 따라 분위기에 변동이 생겼다. "문 대통령의 의중에 변화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인사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청와대가 법무부 장관과 관련해 새로운 인사검증에 착수했다는 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장고에 들어갔다는 것은 기존 "법대로 임명 절차를 밟겠다"라는 입장과 온도차가 있는 것이다. 임명 강행 구상 자체에 큰 흔들림이 없었다면, 주말 중 임명, 9일 임명장 수여, 10일 국무회의 참석이라는 시나리오에 수정이 없었을 게 유력하다. 장관 임명까지 '대통령 재가'만 남은 상황임을 고려할 때, 문 대통령이 '임명' 자체를 망설이고 있는 모양새다.
조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난 직후 검찰이 조 후보자의 아내인 정겸심 동양대 교수를 불구속 기소한 게 영향을 미쳤을 수밖에 없다. 정 교수는 2012년 9월7일 조 후보자의 딸이 받은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배우자가 수사 대상에 이름을 올린 만큼, 임명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는 시점에서 수사망이 조 후보자 본인에까지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여전히 조 후보자 일가의 여러가지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조 후보자 가족들이 투자한 펀드의 자산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를 들여다 보는 중이다. 해당 펀드가 관급 공사를 수주하는 회사에 투자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조 후보자를 임명할 경우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 대상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의 임명 명분으로 삼았던 '사법개혁' 역시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정권 차원의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조 후보자는 단순한 장관 후보자가 아닌 '문재인 정권의 아이콘' 격인 인물이기 때문. 여권 관계자는 "이번 건이 잘못될 경우 레임덕이 빨라지는 상황도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이날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제5차 조 후보자 임명에 대한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1.8%는 반대, 45%는 찬성한다고 답했다. 찬반격차가 좁혀지는 모양새지만, 여전히 각종 여론조사에 반대가 50%를 넘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에서 "의혹이 모두 소명됐다"는 자평을 하는 것과 온도차가 확실하다.
일단 청와대와 여권의 방향은 '임명 강행'이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에게 생각의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결단이 늦어지고 있지만, '임명'과 관련해 큰 맥락에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개혁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 조 후보자가 정권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절대 물러서면 안 된다"는 입장에 가깝다는 것이다.
어떤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는 분석도 나오는 중이다. 임명 자체를 망설이고 있는 문 대통령이 검찰 수사 진행 상황 및 여론 추이를 고려할 때 읍참마속(泣斬馬謖)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조 후보자 카드를 접을 경우, 오히려 '도덕성'을 바탕으로 야권에 공세를 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추석 연휴 시작(오는 12일) 전에 결단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이슈를 오래 끌어봐야 정권 차원에서 도움될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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