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회 사전동의없이 국제금융기구에 외환보유액 못 쓴다

[the300]與, 국제금융기구법 개정 추진 "IMF 등 출자·출연금 중 95.4% 한은 대납…국회 심의 받아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에서 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동의없이 국제금융기구에 대납되는 외환보유액 단속에 나선다. 예산 편성을 피해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한국은행 자금을 우회적으로 출자·출연했던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에 따르면, 기재위 소속 심기준 민주당 의원은 이런 내용의 '국제금융기구법(국제금융기구에의 가입조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다. 

한국은행 자금을 국제금융기구에 출자·출연할 때 기재위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동의를 요청할 때 납입금 규모와 방법, 시기 등 출자 계획을 함께 제출하도록 명시했다.

현행 국제금융기구법에는 정부가 국제금융기구 출자금을 예산에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예산에 반영하기 어려운 경우 한국은행이 출자금을 납입하도록 한 단서 조항 때문이다.

실제 국제금융기구에 들어가는 자금 중 95%에 달하는 금액을 한국은행이 대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심기준 의원실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국제금융기구에 출자·출연된 175억 달러(약 21조1890억원) 중 95.4%인 166억9000만 달러(약 20조2082억원)를 한국은행이 대납했다.

특히 출자금의 경우 157억5000만 달러(약 19조700억원) 중 99.8%를 한국은행이 냈다. 출연금은 전체 17억6000만달러(2조1310억원) 중 55.6%를 한국은행이 담당했다.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 출연·출자금도 마찬가지다. CABEI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0년까지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 1억1250만달러(1362억원)가 CABEI에 투입된다. 중미경제통합은행 가입의정서 비준안은 지난달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문제는 대규모 자금이 국회 의결없이 집행된다는 점이다. 누적액 기준 21조원에 달하는 나랏돈이 어떤 견제 장치도 없이 쓰이는 셈이다. 사실상 헌법에 규정된 국회의 예산 심의·확정권과 비준 동의권 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한국은행 자금을 활용하는 경우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있으나, 정부는 통상 국회의장이나 기재위 위원장에게 관련 문서를 사후에 보내는 선에서 그친다.

이런 관행이 외환보유액 감소 요인으로 이어지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국제금융기구에 출연·출자되는 금액은 유동성 자산으로 계상되지 않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에서 제외된다. 국가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액의 재정 악화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역시 출자금 운영의 투명성과 독립적 운영을 위해 법 개정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제금융기구 관련 법률은 출자금에 대해 정부의 예산 반영 노력만을 규정하는데 향후 정부 의무를 더욱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보완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의 반대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재부는 국제금융기구 가입과 출자금 납부 시기 등에 변수가 많아, 출자금 등을 예산안에 포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출자·출연 시 한국은행 측과 충분히 협의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심기준 의원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국회 심사 없이 중앙은행 자금을 국제금융기구 출자·출연에 임의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없다”며 “외교부가 UN(국제연합) 등에 분담금을 예산으로 책정하는 점을 고려하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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