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국회의 시간' 사흘도 닷새도 아닌 나흘 준 이유

[the300]靑, 여론파악 등 과정은 고심-결과는 돌파 "순방에서 귀국하는 6일까지"

김성휘 기자 | 입력 : 2019.09.04 05:06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일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 두번째 방문국인 미얀마 네피도 국제공항에 도착해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네피도(미얀마)=뉴시스】박진희 기자 = 2019.09.03. pak7130@newsis.com

나흘.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보내달라고 국회에 제시한 시한이다. 조 후보자 기자회견이라는 '조국의 시간'을 거쳐 문 대통령이 '국회의 시간'을 한정한 셈이다.

이틀이나 사흘처럼 아주 짧은 시한은 아니다. 하지만 나흘 후 추석 전에 임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읽힌다.

3일 오전까지 청와대 관계자들은 재송부 기한을 결정하지 않은 채 막판 고심중임을 내비쳤다. 재송부 요청이 불가피한 가운데 그 시한을 얼마로 잡느냐가 화두였다. 재송부 기한이 주는 정치적 의미와 파장 때문이다.

비록 의혹뿐이라지만 조 후보자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 딸의 대학-대학원 입시 등 논란은 '공정'과 '공평'이란 가치 면에서 지지층이 균열될 정도로 파장이 컸다. 여론이 들끓는데도 강행을 고수하면, 국민적 요구나 민심에 귀기울이지 않는 '감수성 실종'으로 비칠 수 있다.

이틀이나 사흘 등 비교적 짧은 시한으로 재요청을 하면 국회의 청문절차를 사실상 건너뛰고 임명하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 임명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 후 장관 직무수행, 나아가 여권의 총선 결과까지 리스크가 직결되는 것이다.

기한을 다소 길게 주면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이 최대한 절차적인 정당성 확보와 타협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보일 수 있다. 이 점을 청와대 내부가 깊이 고민한 걸로 보인다.

청와대는 조 후보자의 전날 국회 기자회견이 미칠 파장에 온종일 촉각을 세웠다. 청와대 국민청원 등 다양한 지표를 수집해 전날 '조국 라이브' 이후 나타난 여론변화를 청취한 걸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결과를 분석하느라 재송부 시한의 최종결정에 상당 시간이 걸린 걸로 풀이했다.

참모진에선 단일안을 미얀마의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이 아니라 '3일 안'과 '플러스알파 안' 두 가지를 올린 걸로 알려졌다. 결론은 후자였지만 의미는 '3일'에 가까운 결단으로 보인다.

첫째, 나흘 결정의 이유가 여야 협상을 위한 말미보다는 문 대통령 해외순방 귀국일정에 맞춘 것이기 때문이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본인들이 무산시킨 인사청문보고서를, 그것도 사흘 안에 내놓으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청문회를 하려면 증인채택과 준비 등 닷새가 필요하다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밝힌 데에 "여야 협상은 국회에서 해야될 몫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둘째 조 후보자가 '논란의 후보자'인 채로 추석 민심의 밥상에 오르기보다 임명절차를 마무리한 후 장관으로서 여론의 판정을 받게 한다는 뜻도 읽힌다. 미얀마 현지가 아닌 청와대에서 발표한 것은 문 대통령과 야당이 지나치게 대립각을 세우는 걸로 보이지 않게 하려는 '톤 조절'이란 평가도 있다. 윤 수석은 "지금 시점에서 특별히 드릴 말은 없다"며 즉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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