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메신저'…北권력 핵심부 진입한 최선희

[the300][런치리포트-남북미 협상가 사용설명서③]'하노이 노딜' 이후 위상 격상...대미 비난 선봉에

해당 기사는 2019-09-05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편집자주  |  북미 교착·대치와 한일 갈등, 한미 관계의 이상기류 속에서 남북미를 대표해 전면에 나선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주목받고 있다. ‘카운터파트’ 관계는 아니지만 세 나라 정상의 ‘복심’을 자처하며 ‘강경론’을 주도하는 인물이란 공통점이 있다. 최 제1부상과 폼페이오 장관은 협상 재개를 모색하는 북미간 기싸움과 설전을 주도하고 있다. 김 차장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과정에서 대일·대미 강경 메시지를 사실상 전담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치열한 외교전의 중심에 서 있는 셈이다.
【싱가포르=뉴시스】조성봉 기자 =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오후 싱가포르 리츠칼튼 밀레니아 호텔에서 성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와 실무회담을 마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취재진에게 질문세례를 받고 있다. 2018.06.11. suncho21@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심중을 꿰뚫고 전폭적인 신임을 받으면서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다.

남성 일색인 북한 외교가에서 비교적 젊은 여성이 협상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지만,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최 부상이 내놓는 거침없는 표현들이다. 김정은 시대 들어 영전을 거듭한 그가 북한 권력구조에서 갖고 있는 위상을 실감케 한다.

최 부상은 지난달 31일 자신 명의 담화에서 '북한의 불량행동'을 거론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향한 비난과 함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우리의 인내심을 더 이상 시험하지 말라”며 대미(對美) 비난의 최전선에 섰다.

특히 최 부상은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들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떠밀고 있다”고 있다. 2017년 말 이후 중단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대형 도발을 재개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대미 파트에서는 최 부상이 상관인 리용호 외무상 보다 실권을 쥐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리 외무상의 지난달 23일 담화가 ‘미국 외교의 독초’ 등 폼페이오를 향한 맹비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최 부상의 담화는 북미협상에 대한 김 위원장의 뜻이 담겼다는 평가다.

외교가에선 최 부상을 두고 ‘김정은의 입’,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말이 나온다. 비핵화 문제와 대미 관계에 있어서는 최 부상이 그 누구보다 김 위원장의 의중을 꿰뚫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 부상은 지난 2월 28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당일 밤 기자회견에서 “위원장 동지께서 앞으로의 조미(북미) 거래에 대해 좀 의욕을 잃지 않았는가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의중을 자신의 입을 통해 전한 것이다.

최 부상은 지난해 6.12 북미정상회담 취소의 직접적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별다른 질책은 받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최 부상이 지난해 5월 23일 개인명의 담화에서 ‘정상회담 재검토’라는 으름장을 놓자 이튿날 회담 취소를 전격 발표하며 맞대응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통한 담화와 김영철 당시 통일전선부장의 워싱턴 방문을 통해 첫 정상회담을 다시 본 궤도로 올려놨다. 이후 2차 북미정상회담 때는 김혁철이 실무협상을 주도하며 최 부상은 한발 물러났다.

최 부상은 2차 북미회담 결렬 이후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지난 3월 평양에서 긴급회견을 열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대화의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핵·미사일 시험 중단(모라토리엄)’의 종료를 언급하며 본격적인 등장을 알렸다.

1964년 태어난 최 부상은 엘리트 가문인 최용림 북한 내각 총리 집안의 양녀로 입양됐다. 중국과 오스트리아 등 세계 각국에서 공부해 수준급의 영어·중국어 실력을 쌓았고 1980년대부터 외무성에서 근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말부터 북미회담 및 6자회담에서 통역을 담당한 이후 주목받기 시작해 2003~2008년 진행된 북핵 6자 회담에서 북측 수석대표의 통역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대미 협상에 뛰어들었다. 김 위원장의 영어 통역 담당으로도 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외무성 북미국장에 발탁돼 북미 물밑접촉을 도맡아 왔으며 2018년 부상 자리에 올랐다.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제1부상으로 승진한 것은 물론 국무위원회 위원, 외교위원회 위원으로도 선임되며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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