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북미 실무협상, 北 ‘시간끌기’ 끝낼까

[the300]북미 이견차 여전…리용호 유엔총회 불참설, 기싸움 연장선 관측

최태범 기자 | 입력 : 2019.09.02 05:01
【평양=AP/뉴시스】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21일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강력한 대북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그를 비난하고 나섰다. 리 외무상은 23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가리켜 '미국 외교의 독초' '북미협상의 훼방꾼'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미국이 제재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허황한 꿈을 꾼다면 혼자 꿈꾸게 놔두든지 그 꿈을 깨버리는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는 대화도, 대결할 준비도 돼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리용호(오른쪽) 외무상이 지난 7월 6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영접하는 모습. 2019.08.23.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의 종료에도 불구하고 당초 언급과 달리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을 비난하며 협상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기싸움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북한이 이달 하순 열리는 유엔총회에 이례적으로 리용호 외무상을 참석시키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 가운데, 북미 정상이 재개키로 합의한 실무협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1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뉴욕채널을 통해 북한에 실무협상 재개를 지속 촉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아직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채널이란 미 국무부와 북한 유엔대표부간 접촉채널로 공식 외교관계가 없는 북미가 메시지를 나누는 통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의 ‘친서외교’를 다리 놓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미국은 북한에 실무협상 재개 시점과 장소에 대한 답변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잇단 비난에도 인내심을 보이면서 답변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북측 상대로부터 답을 듣는 대로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북미 실무협상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한 사안이다. 7월 중순 재개가 예상됐으나 한미 연합훈련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 등으로 관계가 악화되면서 아직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北 “대화 기대 점점 사라져”…물밑접촉 이견차 표출

【하노이=AP/뉴시스】리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 앉은 사람)과 최선희 부상이 1일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북측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9.03.01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특히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달 31일 담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비난하면서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미국은 북한으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들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떠밀고 있다"고 했다.

최 부상의 이번 담화는 북미가 물밑접촉에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리 외무상이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상황의 연장선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김 위원장의 친서 내용처럼 한미 연합훈련이 끝난 이후 북한이 대화 신호를 보낼 것으로 보고 있다. 리 외무상의 유엔총회 불참 여부도 예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번달 초 북한과 실무협상을 재개한 뒤 유엔총회를 계기로 리용호-폼페이오 고위급 회담을 통해 비핵화 논의를 발전시키는 시나리오를 구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이 먼저 만난 뒤 실무협상을 재개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일각에선 북한이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내부 정비를 마친 만큼 이달부터는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새로운 대미 협상팀 구성을 마무리한 가운데, 대화 재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미국과의 물밑접촉에서 유연하고 전향적인 신호가 감지되면 실무협상에 응할 것"이라며 리 외무상의 유엔총회 참석 여부도 북한이 막판까지 미국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하나의 카드로서 가져갈 것으로 전망했다.


[저작권자 ©the300,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목록

최신뉴스

전체기사보기

베스트클릭

  1. 1국민연금 고갈 6년 늦출 뿐인데…"더 내고 더 받겠다" 시민의 선택
  2. 2국민 10명 중 6명 "국민연금,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으로 개혁해야"
  3. 3'더 내고 더 받자' 연금개혁안에…2030세대 여론은 '의외의 반전'
  4. 4[속보]野, 민주유공자법·가맹사업법 개정안 본회의 직회부 단독 의결
  5. 5[기자수첩] 준비되지 않은 전쟁의 대가
  6. 6野 독주로 본회의 직행한 '민주유공자 예우법·가맹점 단체교섭법'
  7. 7트럼프 리스크 대비?…한미 23일부터 사흘간 '방위비' 협상
  8. 8합참 차장, 16년 만에 '별 4개'가 맡는다…육사 출신 강호필 진급
  9. 9"사람 없어 못 싸울 판" 군 인력난…이러다간 조직력 붕괴? 섬뜩한 경고
  10. 10[단독]장교 인기도 떨어지는데…육군 부사관, 모집계획 반도 못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