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심사만 60일"…화관법 개정, 불화수소 국산화 이끌까

[the300]서류 작성·준비·대기·보완 등 '서류 작업'만 수개월…"500여 기업, '중복 문서' 내고 또 내고"

이달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와 관람객이 반도체 관련 전시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 사진제공=뉴스1
정부·여당의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개정은 명목상 핵심 부품·소재의 국산화를 촉진하기 위한 조치다. 극일 역량 강화에 전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된만큼 중소기업계의 묵힌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28일부터 한국 정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배제 조치가 시행된 상황에서 ‘이중 규제’ 해소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관련기사☞ [단독]당정, 화관법 개정…"중복문서 통합, 유예기간은 종료")

현행 화관법과 같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사고대비물질 등을 취급하는 사업장은 장외영향평가서 외에 위해관리계획서를 별도로 제출해야 하는데 화학물질안전원은 한 문서당 30일 내에 위험도와 적합 여부 등을 회신한다. 장외영향평가서와 위해관리계획서를 잇달아 제출하는 경우 법정 심사 기간만 최장 60일로 늘어난다. 서류 작성과 준비, 심사 대기, 보완 기간까지 고려하면 서류 작업에만 수개월이 소요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기간 뿐 아니라 비용 역시 중소기업들에겐 부담이다. 일부 대기업은 화학물질안전원의 교육 과정을 이수한 전문 인력을 활용해 자체 작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은 다르다. 전국 80여곳의 전문기관에 서류 작성을 맡긴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문서 한 건당 1000쪽에 달하며 비용 역시 수백만원에서 1500만원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서류에 기재되는 내용이 상당 부분 겹치는 점도 업계 불만을 키우는 요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정애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두 개 문서의 핵심 사항 중 약 90%가 겹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화학물질 정보 △공정시설 정보 △안전 및 대응 시설 정보 △공정도면 정보 △배치도면 정보 △전기 관련 정보 △대응시설 정보 등이다. 이 외에도 △사업장 일반정보 △공정위험성 평가 △장외영향평가 정보 등도 겹친다. 장외영향평가 및 위해관리계획 제도가 사실상 ‘이중 규제’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은 이유다.

법 개정으로 두 제도가 통합되면 97종 사고대비물질을 취급하는 전국 사업장 1600여곳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8월말 기준 화학물질안전원이 공개한 위해관리계획서 등 제출 사업장은 모두 1619곳으로 이 중 500여곳이 설비 신설과 증설 등으로 두 개 문서를 한번 더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핵심 소재의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수출규제 품목인 불화수소가 대표적이다. 불화수소는 화관법 시행령이 정한 97종의 사고대비물질 중 하나다. 불화수소나 이를 1% 이상 함유한 혼합물을 연간 15만㎏ 이상 제조·사용하거나 1000㎏ 이상 보관하는 기업은 위해관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사실상 모든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수출규제 대상인 포토레지스트(감광성 수지)의 연구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핵심소재로 구성 성분은 생산 기업별로 다르지만 97종 사고대비물질 중 일부가 쓰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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