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광복절 경축사에 심훈·김기림 싯구, 어떤 의미

[the300]3.1 민족대표 이승훈 어록도 발굴…신동호 연설비서관은 시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끝난 뒤 상설전시관 내 항일무장투쟁 관련 자료가 있는 '나라 되찾기관'을 방문, 만주와 러시아 산간 오지에서 독립 전투를 전개한 무명 독립군을 상징하는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2019.08.15. 【천안=뉴시스】박진희 기자 = pak7130@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의 15일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엔 해방과 광복 정국에 활동한 세 사람의 표현이 등장한다. 시인 김기림 ‘새나라 송(頌)’과 심훈 ‘그날이 오면'의 일부, 3·1운동 민족대표 33인의 하나인 남강 이승훈의 어록이다. 

특히 김기림의 시는 경제건설을 노래한 시를 찾아보라고 문 대통령이 직접 참모진에게 지시했을 만큼 공들인 '경제연설'의 핵심 모티브다.

문 대통령의 이날 경축사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라는 키워드로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해방 직후, 한 시인은 광복을 맞은 새 나라의 꿈을 이렇게 노래했다"며 이렇게 인용했다. 

“용광로에 불을 켜라 새나라의 심장에/
철선을 뽑고 철근을 늘리고 철판을 펴자/
시멘트와 철과 희망 위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나라 세워가자”

문 대통령은 경축사를 준비하며 "광복 후 문학작품, 위인들의 어록 중 경제건설을 이야기 한 게 있으면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광복 당시 꿈꿨던 미래의 모습 가운데 경제강국을 핵심 목표로 삼고 경축사 자체도 경제연설로 준비한 것이다. 이에 참모진은 김기림 시인의 '새나라 송(頌)'을 보고했다. '송'은 칭송하다, 환희의 송가 따위에 쓰이는 의미다.

김기림(1908-?) 은 모더니즘 시인으로 6.25 때 납북 후 사망했다. 1930년대 한국 모더니즘 문학을 이끈 시인이자 문학이론가로 통한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새나라 송'은 해방 이후인 1946년 7월 김기림이 발표한 여러 시 가운데 경제건설과 관련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남강(1864-1930)의 1922년 발언도 인용했다. 

이 말은 “우리가 할 일은 민족의 역량을 기르는 일이지 남과 연결하여 남의 힘을 불러들이는 일이 아니다. 나는 씨앗이 땅 속에 들어가 무거운 흙을 들치고 올라올 때 제 힘으로 들치지 남의 힘으로 올라오는 것을 본 일이 없다"이다. 문 대통령은 그중 뒷 문장을 경축사에 넣었다. 

문 대통령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위한 목표로 책임있는 경제강국(경), 대륙과 해양을 잇는 교량국가(교), 남북평화경제를 통한 평화와 통일의 실현(평) 즉 '경·교·평'을 제시했다. 이 모두가 스스로의 힘으로 일궈야 한다는 점에서 남강의 말과 부합한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 앞머리엔 심훈(1901-1936)의 시도 인용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의 대한민국은 어떤 고난 앞에서도 꺾이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았던 독립 선열들의 강인한 정신이 만들어낸 것"이라며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을 갈망하며 모든 것을 바쳤던 선열들의 뜨거운 정신은 이 순간에도 국민들의 가슴에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말했다.

심훈의 ‘그날이 오면’ 중 이 부분에서 가져왔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시는 뜻하는 바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문 대통령의 연설문을 책임지는 신동호 연설비서관이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경제건설을 말한 '문학작품'을 찾으라고 한 데 이런 배경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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