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사람이 먼저다"…차베스가 원조?

[the300]사례·기록 확인 불가… 기본소득과 엮인 유포글은 '가짜뉴스'

 

포털 검색 결과 (검색어 : '사람이 먼저다', 'la gente es lo primero', 검색일 : 2019.08.08)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지난 1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차베스는 각종 무상복지를 ‘사람이 먼저다(la gente es lo primero)’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시행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슬로건인 ‘사람이 먼저다’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베네수엘라가 망한 이유’라는 제목의 글로 웹상에서 퍼졌다.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기본소득제 무상복지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사람이 먼저다(La gente es lo primero)’라는 구호를 확산시켰다고 한다. 과연 사실일까. 

 

커뮤니티 캡쳐, (검색일 : 2019.08.08)

[검증대상]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사용했다는 주장

 

[검증내용]

 

◇‘베네수엘라가 망한 이유’ 제목 게시물, 작년 8월부터 웹상에서 퍼져


관련 게시물은 지난해 8월부터 퍼진 것으로 보인다. 확인된 최초의 게시물은 지난해 5월 한 포털 사이트 블로그다. 이어 8월 4일에 한 선교회 홈페이지에서 같은 내용의 게시물이 개재됐고 8월 5일부터 포털 블로그에 해당 글이 두 어건 씩 포스팅됐다. 8월 9일에 이를 그대로 옮긴 독자 기고 칼럼이 한 언론사 사이트에 개재됐다.

 

8월 15일에는 해당 내용을 담은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26일에 또 다른 매체의 데스크 칼럼에 해당 내용이 언급됐다. 10월부터는 전국 시군구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해당 게시물이 광범위하게 개재된다. 10월 들어 해당 게시물이 퍼지는 와중에 두 군데 언론사 데스크 칼럼에서 이를 인용했다. 올해 들어서도 해당 게시물은 각종 커뮤니티·포털 블로그‧카페 등을 통해 꾸준히 퍼졌다.

 

◇‘la gente es lo primero’, 차베스가 정치슬로건으로 사용했는지 확인 불가 

 

차베스 전 대통령이 해당 표현을 사용했는지 여부는 현재 웹에서나 기록물로 확인이 되지 않는 사안이다. 중남미 연구자들 역시 해당 발언을 했다는 근거가 존재하는지 찾지 못했다.

 

김기현 선문대학교 스페인어중남미학과 교수는 “‘La gente es lo primero’(사람이 먼저다)라는 말을 사용했는지 안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최소한 차베스 수사의 핵심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정원 경희대학교 스페인어학과 교수는 “현지 지인에게 문의해보니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구는 차베스 이전부터 베네수엘라 좌·우파에서 가리지 않고 사용했다고 한다”며 “자동차 광고 등 상품 광고에서도 사용된다고 한다”고 했다.

 

차베스 전 대통령 외 베네수엘라 전·현직 정치인들이 비슷한 표현을 사용한 경우는 찾을 수 있었다.

 

니콜라스 마두로 현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스페인 언론 ‘엘 파이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유사 표현을 썼다. 마두로 대통령은 해당 칼럼에서 ‘민주주의 하에서 경제가 사람에 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Pero en mi corazón está primero que todo la gente” (내 심장에는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이는 문 대통령이 ‘사람이 먼저다’ 구호를 사용했던 2012년 대선보다 시기적으로 늦다.


또한 베네수엘라 정보·여행 부처 장관과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 의장을 역임했던 디에고 아리아가 1978년 대선 출마 당시 선거 캠페인 차원에서 ‘사람이 먼저’(Primero La Gente)라는 책을 출판한 바 있다. 그러나 아리아 전 의장의 캠페인은 차베스 전 대통령 등장 훨씬 이전이며 아리아 전 의장은 2011년 차베스 전 대통령을 '인도에 반한 죄' 명목으로 국제 사법 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 차베스 집권 시기에 인공지능, 기본소득? 


차베스 전 대통령이 해당 구호를 사용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더라도 해당 글이 주장하는 맥락은 확인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인공지능 위험에 대비해 기본소득제 무상복지를 실시하려 해당 구호를 사용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했다.

 

기본소득제를 연구한 강남훈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베네수엘라에서 기본소득제를 한 적이 없다”며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했다. 김 교수는 “기본소득제는 차베스주의하고 큰 관련은 없는 것 같다”며 “최소한 차베스주의 담론의 핵심주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차베스 집권기 정치 지형에서 4차 혁명이나 인공지능에 관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며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했다. 

 

곽재성 경희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재임 당시 인공지능이 이슈가 될 시기도 정황도 아니었고 차베스가 즐겨쓰는 단어는 ‘pueblo’(국민)이었다”며 이를 가짜뉴스로 분석했다. 박 교수 역시 “차베스는 인종·계급정치에 관심이 더 많아 '사람'으로 일반화하기보다는 저소득층, 흑인, 빈민 등의 민중을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검증결과]

 

차베스 전 대통령이 '사람이 먼저'라는 구호를 한 번이라도 사용한 적이 있는지 여부는 확인이 불가능한 사안이다. 차베스 전 대통령이 주로 사용했던 정치적 수사는 '사람'(gente)이 아니라 '국민'(pueblo)이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차베스 전 대통령이 인공지능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기본소득제 무상복지를 실시하려고 해당 구호를 정치적 슬로건으로 삼았다는 주장은 가짜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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