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추경 전쟁'…예결위 회의는 고작 9일

[the300]정쟁에 빛바랜 추경안…역대 2위 장기 체류, 국민 시선 '싸늘'

 30일 오후 서울 국회 예결위원장실에서 열린 간사단 회의에서 김재원 예결위원장과 각당 간사들이 대화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이 정부 제출 100일만에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역대 2번째 장기 체류 추경안이지만 이번에도 ‘졸속 심사’의 오명을 벗지 못했다. 여야는 정책 공방보다 정쟁에 집중하며 소중한 시간들을 흘려보냈다.

올해 추경안은 당초 ‘미세먼지 추경안’으로 불렸다. 정부는 지난 4월25일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총액 6조7000억원 중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서만 2조2000원을 편성했다.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를 고려하면 추경안은 쉽게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초 6일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실시되면서 사상 초유의 미세먼지 추경에 대한 국민 기대감은 남달랐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를 비웃듯 여야는 이날부터 본격 정쟁 국면에 돌입했다. 이른바 ‘동물 국회’의 부활이다. 여야는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두고 밤새 몸싸움을 벌였다. 회의 개의를 시도한 민주당과 온 몸으로 저지한 한국당이 국회 곳곳에서 부딪혔고 추경에 대한 관심은 사라졌다.

야당의 공세는 거세졌다.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국회 일정을 거부했다. 이어 경제실정청문회, ‘북한 목선’ 사태의 국정조사,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 등을 차례로 요구하며 여당과 강하게 부딪혔다.

국회의 ‘개업 휴업’ 상태로 이어졌다. 지난 4월5일 의료인 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 이른바 '임세원법'과 '일하는 국회법' 등이 본회의 가결된 후 이날 전까지 본회의는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급한 건 민주당이었다. 추경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힘 있게 추진하는 데 애를 먹었다.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과 저성장 기조 등은 집권 여당의 고민의 키웠다. 민주당이 지난 6월28일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가 달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한국당에 내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같이 ‘6월 임시국회’가 극적으로 열리면서, 여야는 지난달 12일 추경안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상정하고 심사에 돌입했다. 정부 제출한 지 79일째다. 세부 사안을 논의하는 예결위 추경안 및 기금운용계획변경안 조정소위원회(조정소위)에는 5일 후인 17일 상정됐다.

뒤늦은 추경안 심사에도 제동이 걸렸다. 정경두 장관 해임제출안을 두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다. 당초 합의했던 지난달 19일에도 추경안 처리에 실패했다. 우여곡절 끝에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배제한 2일에서야 추경안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추경안 ‘늑장 처리’에 대한 국민 시선이 싸늘한 이유다. 추경안 심사에 장시간이 소요됐으나 예결위 전체회의 상정일 기준 추경안을 논의한 기간은 22일에 그친다. 때때로 밀실 합의가 벌어지는 이른바 ‘소소위’를 제외하면 예결위 회의일은 9일이다.

결국 여야는 정부 제출 100일째 5조8300억원 규모 추경안 처리에 합의했다. 정부가 제출한 6조7000억원보다 약 8700억원 순감됐다.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 예산 2732억원을 비롯해 강원 산불 및 포항 지진 대응, 노후 상수도 교체 등을 위한 예산까지 약 5000억원이 새롭게 담겼다. 사실상 전날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안을 그대로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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