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66주년, 한국 당사국 아니다? 그날의 진실은

[the300][런치리포트-정전협정 66주년]①유엔·북한 아니라 남북미+중

해당 기사는 2019-07-30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1953년 정전협정문 분석/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오는 27일은 한국전쟁을 '일시멈춤'으로 바꾼 1953년 정전협정 체결일이다. 이날 이후 60년 이상 고착된 '1953 체제'는 큰 변화를 맞았다. 문재인정부 들어 남북, 북미간 적대 관계를 바꿔 이 낡은 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에 힘이 실렸다. 그러자 대한민국이 빠져있는 정전협정문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당사국이 누구냐 하는 논란의 진원이 됐다.

만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꾼다면 실제 당사자는 북한과 유엔군 뿐이란 시각이 있다. 협정문 명칭에 있듯 마크 W. 클라크 유엔군 총사령관이 한 쪽에, 다른 쪽에 김일성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과 팽덕회(펑더화이)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사령관)만 있다. 

한국군은 미군 주도 유엔군의 일원으로 싸웠지만 서명엔 빠졌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중국군 철수, 북한의 무장해제, 유엔 감시하의 총선거 등을 내세우며 휴전반대 목소리를 냈다. 미국이 유엔군을 주도하긴 했지만 명목상 직접당사자가 아니다. 

중국 또한 자세히 보면 정규군인 인민혁명군이 참전한 게 아니다. 당시 신생국인 중국은 UN군과 전쟁을 벌인다는 양상을 꺼렸다. 인민지원군이라는 묘안을 짰다. 실상은 인민해방군이지만 직제를 바꿔 보냈다. 사령관인 팽덕회의 직함도 '사령원'이다. 결국 군 사령관이자 국가원수로 김일성이 서명한 북한과, 유엔군만 남는다. 

2001년 부시 행정부 당시 래리 워첼 해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소장은 "1953년 한국전쟁을 멈춘 정전협정은 유엔 사령관에 의해 서명됐다"며 "평화협정은 그 연장선이 돼야 하고 북한이 유엔과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견해에 따른다면 한국은 우리 땅에서 전쟁을 치르고도 정전 및 평화협정 주체가 아니라는 이상한 결론이 된다. 국가원수가 아니라 군 사령관들의 협정일 뿐이란 견해도 있다. 그러나 전시에는 군사령관 서명으로 인정하는 게 국제법상 통용된다.

이에 남북미 또는 중국을 포함한 남북미중을 정전협정이나 미래의 평화협정 당사국으로 보는 게 학계와 국제사회 공감대다. 대한민국은 한국전쟁의 실질적 당사자다. 유엔군 사령관이 서명할 때 한국 측도 자리를 함께했다. 중국 또한 인민지원군의 서명지위를 계승한 걸로 볼 수 있다. 지난해 4.27 남북 판문점 선언에 종전선언 주체로 '남북미 3자 또는 중국을 포함한 4자'로 여지를 둔 게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다.

종전선언을 통해 정전협정을 정치적으로 대체하고, 이어서 평화협정을 맺는 단계적 접근이 고려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만나며 사실상 종전선언을 한 걸로 볼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남북에 이어 북미간에도 문서상의 서명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관계의 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에 대해 "최소한 사인한 미국, 중국, 북한은 어떤 식으로든 참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이 (먼저) 사인하고 미국 중국이 하느냐, 남북미중이 같이 하느냐 등 형식은 다를 수 있다"고 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도 "평화협정은 정전협정에 들어갔던 남북미중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66주년 정전협정일이 가까워오며 새로운 도전이 가중됐다. 일본은 경제보복을 가했고 중국·러시아는 독도주변 영공 연합군사훈련에 나섰다. 미국이나 북한뿐 아니라 모든 주변국이 한국을 외교 시험대에 올렸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는 아직 오지 않았고, 따라서 '1953 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게 얼마나 절실한 지 새삼 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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