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앞에선 '슈퍼 갑'들도 순한 양

[the300][런치리포트-살아난 종교인 과세 완화]②50년간 어려운 숙제, 국회·정부 '조심 또 조심'

해당 기사는 2019-07-25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이날 회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보이콧으로 열리지 못했다. 2019.7.1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종교인 과세 문제 앞에서는 평소 강한 모습을 보여온 기관이나 집단도 몸을 낮춘다. 성직자들의 소득에 세금을 물리는 일은 성스러운 영역에 세속이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도 여겨져 조심스러웠다. 정부는 거센 논란이 부담스럽고 정치권은 성직자의 영향을 받는 수많은 국민들의 표가 두렵다. 국내에서 추진 50년 만인 지난해에서야 종교인 과세가 도입된 것도 이 때문이다.

도입 1년여 만에 퇴직소득 과세범위를 한정해주는 소위 '과세 완화법'(소득세법 개정안)이 비교적 순탄하게 국회 문턱을 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종교인과 일반인 간에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부정적 여론도 상당하다. 하지만 여전히 쉽사리 다를 수 없는 숙제다.

이번 과세 완화법 통과 과정에서도 이런 모습이 잘 드러났다. 지난 4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기재부) 장관은 "여야 4당 합의 내용이라 정부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2017년 말 종교인에게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논의할 떄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에 출석한 최영록 당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국회에서 논의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말했다.

세수확보를 위해 국회에 견제의 목소리를 내온 기재부조차 종교인 과세만큼은 국회에 판단을 맡기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에서는 여야가 이심전심이다. 과세 완화법 자체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양당 간사들을 비롯해 여야의원들이 나란히 공동발의했다. 올 2월 발의된 법안이 날 선 여야대립에도 불구하고 3월 기재위를 통과하고 4월 법사위에서 한 차례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이달 법안심사 2소위원회를 다시 통과해 사실상 개정을 눈앞에 뒀다. 속전속결이다.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 근로소득세를 걷겠다"고 언급한 이후 지난 50여 년 간 논쟁은 이어졌지만 이처럼 정부와 정치권은 가급적 논란을 피해왔다.

2012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4년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이, 종교인 과세를 천명하고 추진했지만 번번이 종교계 반발 속에 무산됐다. 2015년 말에서야 '2018년 시행'이라는 단서를 달아 국회를 통과했지만 막상 시행을 앞두고선 2017년에 여권에서 '추가 2년 유예' 카드를 꺼냈다가 여론의 반발로 홍역을 치렀다.

우여곡절 끝에 2018년 1월부터 종교인 과세가 시행됐지만 형평성 논란은 여전하다. 대표적인 게 일반 근로자보다 세금은 적게 내면서도 일반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누릴 수 있도록 한 조세특례제한법이다. 김진표 의원 등이 2017년 말 종교인 과세 시행을 못 미루게 되자, 저소득 종교인을 위한다는 취지로 법을 개정했다.

법 개정 당시에도 속기록을 살펴보면 여야 국회의원들은 관련 논의를 거의 하지 않은 채 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종교인은 근로소득에 비해 일반적으로 세부담이 낮은 기타소득으로 신고하지만 근로소득자와 동일하게 EITC(근로장려세제)·CTC(자녀장려세제)의 지원을 받는다. 종교인은 근로자도 영세 자영업자도 아니면서 이들을 위한 지원금을 받는 특수직이 된 셈이다. 기타소득자 중에 이 같은 장려금을 지급 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상이 종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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