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의원외교인가, 외유성 출장인가…억울한 국회?

[the300]16일 자문위, 공개여부 두고 회의개최…의원반발에도 공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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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단독]'불투명한 의원외교', 국회자문위 심의결과 비공개

지난 1월10일, 문희상 국회의장은 의회외교활동자문위원회(자문위)를 출범시켰다. 국회가 의회 외교 활동 심사를 위해 최초로 설치한 외부전문가 자문기구다. 국회의원의 외유성 출장 논란을 차단하고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였다.

하지만 '투명'은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취재 결과 자문위는 의원들의 출장계획 승인을 위한 사전 검토 자료, 출장후 외교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성과평가 자료 등을 비공개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관련 자료를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청구한 사례가 여럿 있었지만 모두 '비공개' 처리됐다.

현재 국회사무처 홈페이지에는 의원 또는 의원단체가 출장후 한달(부득이한 사정으로 15일까지 연장가능)안에 국회에 제출한 활동경과보고서만 게시돼있다. 어떤 출장계획이 자문위 심의과정에서 탈락했는지, 조정했다면 어떤 이유에서 어떤 부분을 수정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의회외교활동자문위원회 사전검토 체크리스트 서식/자료=국회사무처 국제국

◇외부자문위원 9명, 의원외교 앞뒤로 자문활동=문 의장은 지난 1월 자문위원 위촉식을 갖고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등 외부전문가 9인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위원 대부분은 외교경험이 많은 외교관 출신이다. 심사과정의 중립성과 전문성을 강조했다.

자문위는 개별 의회 외교활동에 대한 사전심사를 실시한다. 의원실로부터 출장 한달 전 계획서를 전달받아 사전검토를 진행한 뒤 사실상 승인여부를 결정한다. 자문위는 △사전일정 조율(30%) △출장의 합목적성(30%) △대표단 구성·외유성 여부 등 절차적 사항(40%) 항목으로 구성된 '사전검토 체크리스트 서식'에 따라 개별 점수를 매겨 출장가능 여부를 검토한다.

자문위 이전에는 국회사무처 국제국과 의장실 등 국회 내부에서 심의가 이뤄졌다. 외부 자문위원들이 출장계획을 평가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게 국회 안팎의 평이다. 출장 신청건수의 절반 정도는 사전심의 과정에서 탈락하거나 일부 수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위는 외교 활동 후에도 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성과평가도 진행한다. 근거규정인 '국회의원 외교활동 등에 관한 규정'에 구체적으로 명시돼있지 않지만 소관부서인 국제국은 분기별로 개별 외교활동을 묶어 평가를 진행한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의회외교활동자문위원회 위원들과 오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 의장은 최근 방미성과와 2019년 의회외교 중점 추진방향을 설명한 후 외유성 출장 근절하기 위해 철저하고 엄격한 사전 심사와 성과평가를 당부했다. (국회 제공) 2019.2.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원들 검열하라고 만든 자문위, 위원들이 자기검열한다?= 하지만 심사·평가 과정은 '깜깜이'다. 국회 사무처는 '비공개' 근거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9조 5항에 따른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을 든다. 심의 내용을 감사에 준하는 행위로 보고 이를 공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자문위 차원에서 공개 여부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않은 것도 비공개의 근거다. 심의내용이 공개될 경우 관련 의원들의 반발에 따른 자문위원들의 활동 위축도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현재 자문위는 월 1회 회의를 열고 의원외교 계획서를 심의한다. 보통 대표 의원실의 보좌진이 자문위 회의에 출석하는데 1시간가량 질의응답이 이뤄진다. 자문위에 출석한 경험이 있는 의원실 관계자는 "청문회보다 더 심하게 한다"며 "이 사업이 연속성이 있는지,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 등 다양한 잣대를 (자문위원들이) 들이댄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엄격한 심의가 이뤄질 수 있는 배경에는 자문 활동이 '비공개' 된다는 데 있다. 구체적 자문내용과 해당 의원실이 언론 등을 통해 외부에 알려질 경우 지금과 같은 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가 많다. 사전심의에서 탈락했다는 게 곧장 '외유성 출장'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의원들의 푸쉬(압박)이 많다보니 (자문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도 있다"며 "정보공개결정은 사무처 소관이지만 당연히 자문위 의견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의원들의 외교활동을 스스로 점검하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자문위가 활동 내용을 공개할 경우 역으로 자문위원들의 사전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자문위와 국회사무처는 공개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자문위는 16일 열리는 회의에 사전검토·사후성과평가 내용공개의 건을 상정했다. 예민한 정보가 담긴 사전검토는 제외하되 사후평가내용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의회외교활동자문위원회 위원들과 오찬을 하고 있다. 문 의장은 최근 방미성과와 2019년 의회외교 중점 추진방향을 설명한 후 외유성 출장 근절하기 위해 철저하고 엄격한 사전 심사와 성과평가를 당부했다. (국회 제공) 2019.2.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②'외유성 딱지' 의원외교, 막는게 능사일까

"불필요한 외교활동으로 혈세 낭비하는거 아니냐는 전제를 깐다"
"정량화된 평가로 심의가 도식화된다."
"외교활동에 경직된 국회, 이제는 토론이 필요하다"


국회 의원외교활동자문위원회(자문위)를 두고 의원실 관계자들이 쏟아낸 볼멘소리다.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로 의원들의 외교활동을 평가하다보니 오히려 외교활동 자체가 위축된다는 지적이다.

의원들의 외교 활동 앞에 '외유성'이란 딱지가 붙은 지 오래됐다. 근거 없는 비난도 아니다. 문화시찰이란 명목으로 당초 목적과 상관없는 관광을 하는 사례가 적잖았다. 현지 가이드에 욕설·폭행 등 갑질행태가 드러난 적도 많다.

'혈세낭비'의 주범으로 늘 의원외교가 꼽힌다. '국회의원이 해외 나가서 돈만 쓰지 뭘 하냐'는 지적이 항상 제기된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1월 자문위를 출범시키며 의원외교활동에 칼을 빼든 것도 이같은 이유다. 개별 외교활동마다 출장 한달 전에 계획서를 제출케하고 자문위의 사전심의를 통과해야만 경비 등이 지급된다.

국회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자문위의 사전 심의는 청문회에 버금가는 고강도 심의다. 매월 1회 열리는 자문위 회의에 대표의원실 보좌진이 출석해 사전에 준비된 체크리스트에 따라 평가를 받는다. '사전에 일정이 조율됐는지', '외교활동이 연속성이 있는지', '본회의나 위원회 회의와 겹치지 않는지, 겹친다면 그만큼 중요성이 있는지' 등 자문위원들의 질문에 합당한 답이 나오지 않으면 금세 빨간줄이 그어진다.

일부 의원실들은 올해 1월 출범한 자문위의 심의 제도에 허점이 많다며 '지금은 과도기'라고 주장한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자문위가 들이대는 잣대가 정말 의원외교활동에 맞는 잣대인지 모르겠다. 심의를 하면서 정량화, 도식화된 잣대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한일관계 등이 터지면서 정부외교가 많이 경직됐다"며 "정부차원에서 하는 일이 있고 의원들이 할 수 있는 부분도 있는데 자문위처럼 하면 할 수 있는게 별로없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들은 특히 한달 전에 완벽히 조율된 일정을 내놓아야 하는 현 평가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자문위는 초청장, 구체적 시간표와 참석자 등을 정확하게 요구한다"며 "일정 전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맞추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6건을 심의 받았는데 2건은 승인을 못받고 탈락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의회외교포럼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6.2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도 "이번 남북미 정상회동을 보면 일정이라는 게 임박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자문위 심사를 받다보면) 정말 의원외교 일정을 모르는 분들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초 이런 계획으로 의원외교를 구상했는데 나중에 계획이 달라지면 소명을 받는 식으로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자문위 평가에 '아예 안하고 말지'라는 인식이 팽배해져 전반적으로 외교활동이 소극적으로 변했다는 설명이다.

정부외교와는 다를 수밖에 없는 의원외교만의 특성이 존중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국회 관계자는 "의원외교는 정부외교처럼 정석이 없고 투입 대비 성과가 바로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며 "상대국과의 친선·우호를 위한 외교활동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문위는 '세금 잡아먹는 도둑'을 가려내겠다고 한다"며 "의원실은 올해 처음 하다보니 이걸 어떻게 해야되는지에 대한 경험이나 기준들이 없다. 자문위가 지나치게 잣대를 들이대니 의원실 차원에서 많이 힘들다"고 말했다.

외교활동을 바라보는 인식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는 "9월 정기국회가 열리더라도 의미가 있다면 외교활동을 하게 해줘야한다. 유럽의 경우 7~8월은 휴가다보니 당연히 이 시기에 일정을 다 잡지 못한다"며 "국회 열렸는데 왜 외국에 가냐는 식으로 언론 등에서 비판하니 아무도 못간다"고 비판했다.

국회는 이같은 자문위의 활동과 별개로 의원외교 활성화를 주문한다. 의회외교포럼이 대표적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4월 5선이상 중진의원 모임인 '이금회' 회동에서 중진의원들이 12개 주요 국가와 지역을 하나씩 맡아 책임지고 활동하는 ‘국가전담 책임제’를 제안했다. 전 의원들이 각국의 의회외교포럼에 소속돼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지난 5월2일 문 의장이 '국회의원의 외교활동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서명하면서 의회외교포럼의 구성 및 활동 지원에 대한 제도적 근거도 마련됐다. 같은달 24일 가장 먼저 출범 한 게 한일의회외교포럼이다.

굵직한 정부외교의 빈틈을 의원외교로 채우기 위해서는 오히려 의원들에게 예산과 권한을 더 부여해 외교활동을 장려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외교에 경제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국회가 예산과 권한을 주고 잘하는 사람은 더 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잘하는 의원은 국회가 열려도 국회의장이 승인을 해 국익을 위해 외교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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