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일째 멈춘 국회 정무위, 파행 또 파행 왜?

[the300]손혜원 의원 부친 자료 열람 놓고 여야 대립 계속…정무위만 올스톱

야당 의원들이 4월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의 불참 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국회 모든 상임위원회가 가동되지만 정무위원회만 파행, 또 파행이다.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무조정실 등을 담당하며 우리나라 금융·경제정책에 큰 영향을 끼치는 상임위지만 3월 말 이후 무려 108일째 멈췄다. 

원인은 핵심 소관업무가 아닌 곳에서 터졌다. 손혜원 무소속 의원(전 더불어민주당) 부친의 독립유공자 서훈 의혹이다. 과거 정권에서 6번이나 심사에서 탈락했는데, 손 의원이 국회의원이 된 뒤 왜 이번 정권 들어와서 독립유공자가 됐느냐가 야당의 의구심이다. 손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의 오랜 친구라는 점, 손 의원 부친이 간첩 혐의를 받았다는 점 등이 의혹을 더 키웠다.

자유한국당 정무위원들은 국가보훈처(정무위 소관)에 손 의원 부친의 간첩 혐의 등과 관련해 경찰의 사실조회 회보서 열람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국가보훈처 등은 난색을 보였고 이 때문에 정무위는 회의조차 열지 못하는 중이다.

6월 임시국회 종료를 나흘 앞둔 15일 민주당 소속인 민병두 정무위원장이 전체회의 일정을 잡았지만 무산됐다.

이날 여야는 기자회견을 통해 서로에게 책임을 물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정무위원들은 "민주당이 합의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바로 손혜원 의원의 부친 관련 자료 때문"이라며 "손 의원 부친 관련 자료를 제출하느니 민생도, 법안도, 예산도 뒤로한 채 정무위를 그냥 이대로 파행으로 가는 게 더 낫다는 것이 민주당의 속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정무위원들도 즉각 "이번 사안은 이미 검찰 수사 중"이라며 "심사 내역 공개는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야당의 무리한 요구"라고 반박했다. 야당이 당리당략에 매몰 돼 민생을 외면한다고 주장한다.

여야는 상임위 정상화를 위해 계속 협의한다는 입장이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날 회의 무산에서 엿볼 수 있듯 여당으로서는 무리하게 회의를 강행하기 어렵다.

야당 참여 없이 회의를 연다 하더라도 실익이 없다. 정무위 소관 추가경정(추경)예산안 심사의 경우 상임위를 못 열어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바로 심사할 수 있다.

또 회의를 열고 안건을 논의해도 의결할 수 없다.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모두 같은 편에 선다 하더라도 12명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소속 위원 12명과 숫자가 같아 과반 의결이 안 된다. 무리하게 회의를 열었다가 서로 감정의 골만 깊어지면 오히려 안 여니만 못하다.

여든 야든 민생을 외면한다는 여론의 비판은 상당한 부담이다. 한국당 간사인 김종석 의원 측은 "너무 오랫동안 회의를 못 열어 하루라도 빨리 열고 싶은 마음"이라며 "여야합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간사인 유동수 의원은 "민생법안이 밀려 있는데 답답하다"며 "합의점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제20대 국회에서 정무위에 접수된 안건 1522건 중 처리되지 못하고 계류 중인 안건이 1124건이나 된다.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 소비자보호와 시장 활성화를 위한 P2P(개인간) 대출법 등 여야 이견이 크지 않은 법들도 발이 묶여 있다.

여야는 협상을 계속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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