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윤석열 청문회 관전기…'윤석열'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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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지난 8일 오전부터 9일 새벽까지 16시간에 걸쳐 진행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국민의 관심은 높았다. 인터넷 포탈 실시간 검색어(실검) 순위 상위권을 청문회 관계자들이 장악했을 정도다.

이날 청문회의 주요 쟁점은 윤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도덕성 검증이었다. ‘검증’ 목적이었다지만 청문회장을 채운 이름은 ‘윤석열’이 아니었다.

청문회 직후 뉴스를 도배한 이름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었다. 윤 후보자가 “20대 총선 출마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선을 그었지만 야당은 두 사람의 관계를 ‘잇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청문회 내내 가장 많이 등장한 이름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윤 후보자와 ‘대윤(大尹)·소윤(小尹)’으로 불릴 정도로 친분이 있는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윤 후보자가 윤 전 서장에게 대검 중수부 출신 변호사를 소개해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경찰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하루 종일 ‘윤우진’이라는 이름이 청문회장에 울려퍼졌다. 윤 후보자는 의혹에 “기억이 안 난다”는 식의 답변을 이어가며 방어했다.

‘한 방’을 못찾고 끝날 법 했던 야당은 자정 무렵 뉴스타파가 가 공개한 윤 후보자의 육성이 담긴 통화 녹취 파일 보도가 나오면서 다시 힘을 발휘했다. 야당의 청문회는 ‘양정철’과 ‘윤우진’이었다.

여당은 대야 공세의 장으로 청문회장을 활용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검사 시절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연루됐다는 의혹이나 황 대표의 법무부 장관 시절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수사 등을 끈질기게 제기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황교안 청문회’냐”고 항의했지만 그 외침으로 여당의 청문회는 ‘황교안’이었다.

이번 청문회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청문회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때도 이 후보자 남편 ‘오충진 변호사 청문회’, ‘황교안 청문회’ 등으로 불렸다.

의혹 추궁 과정에서 ‘타인’과 관계 검증은 필수다. 하지만 ‘관계’에만 매몰된 나머지 실제 의혹의 본질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검증 대상을 뺀 청문회를 즐기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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