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시(野視視)]"개판이야 개판" 국민만 급한 대한민국

[the300]대내외 악재에 정부여당, 굼뜬 대응…제1야당 한국당은 계파갈등 불거져

편집자주  |  야(野)의 시각에서 봅니다. 생산적인 비판,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고민하면서 정치권 안팎의 소식을 담겠습니다. 가능한 재미있게 좀더 의미있게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자유한국당 황영철 의원(왼쪽)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국회예결특별위원장 후보자 선출 의원총회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공개발언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개판이야 개판"

자유한국당 한 재선의원이 탄식했다.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위원장을 뽑기 위한 의원총회(의총) 자리에서다.

이날 한국당 의총은 시끌시끌했다. 한국당 몫인 제20대 국회 마지막 예결위원장을 선출하는데 당내 갈등이 불거져서다. 상임위원장은 소관 법안 등의 심사를 책임지는 자리인 만큼 중진 의원들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자리다. 한해 500조원 가까운 대한민국의 예산 심사·의결을 담당하는 예결위원장은 더 그렇다.

원래는 지난해 당내 합의에 따라 비박(비박근혜)계인 황영철 의원 차례다. 그러나 김재원 의원(친박근혜계)이 대법원 선고를 앞둔 황 의원의 사정 등을 들어 경선을 하자고 나섰고 결국 황 의원이 예결위원장을 포기했다.

이처럼 상임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한국당에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치솟았다. 올 들어 "계파는 없다"고 선언한 황교안 대표체제가 들어선 이후 비교적 조용했던 당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최근 신임 사무총장에 친박계 박맹우 의원이 임명된 게 트리거(방아쇠)였다. 이 자리도 애초 복당파(비박계) 이진복 의원이 내정설까지 돌았지만 결과는 뒤집혔다.

총선이 9개월 남짓 남았다. 일련의 핵심 보직 임명에 민감한 이유다. 벌써 일부 비박계 의원은 공천 탈락을 전제로 무소속 출마까지 저울질하고 있다. 황 의원은 이날 "계파의 본색이 아주 온전히 드러나는 상황을 목도하게 됐다"며 "내년 총선과 공천을 앞두고 일어날 수 있는 전조를 보이는거 아닌가 우려한다. 그걸 막기 위해서도 정말 싸워야한다"고 말했다.

개별 정치인들이 자신의 운명이 걸린 선거를 앞두고 날 선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제1야당 전체에 계파 갈등이 몰아치는 건 기막힌 문제다.

지금이 그렇게 한가한가.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산업현장은 비상이 걸렸고 공공기관 비정규직 총파업에 아이들 급식이 중단됐다. 청와대는 이렇다 할 대책도 못 내놓고 여당 역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모양새다.

제1야당은 이럴 때 실력 있는 대안 정당으로서 저력을 보여야 한다. 해묵은 계파갈등에 민망한 상황을 연출할 때가 아니다. '친박'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내년 총선도 필패다.

이런 한국당을 지켜보며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중 위원장 자리를 고르겠다고 기다리는 민주당도 안타깝다. 6월 임시국회 의사일정도 아직 확정 안 됐다. 여의도에서는 느긋함이 읽힌다.

"이대로 2달만 지나면 우리나라 반도체 공장이 올스톱 할 수도 있습니다. 정말 심각해요."

세계 최고 기술력을 늘 자랑하던 삼성전자 지인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기업인들의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도, 언제 아이들 급식이 또 중단될지 몰라 조마조마해도, 이 나라 정치권은 여유가 있다. 무언가 대단히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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