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 폐지돼도 "한번은 꼭"…'금배지'가 욕심내는 상임위원장

[the300][런치리포트]②예산 확보부터 지역 민원 해결까지 '금전적 혜택' 그 이상…'입법 제동'도 가능

해당 기사는 2019-07-11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국회는 국회의장과 원내교섭단체, 상임위원장, 특별위원회(특위) 위원장 등에 지급하던 특수활동비(특활비)를 폐지했다. 올해 예산부터 특활비 명목의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금전적 혜택은 줄었지만 상임위원장이 되려는 경쟁은 치열하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상임위원장 선출을 놓고 잡음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상임위원장이 금전적 혜택 그 이상의 혜택이 기다리는 자리라는 점이 치열한 경쟁의 이유다.

◇'국회의원 의정 활동의 꽃'…쟁점 법안 제동도 가능=국회 상임위원장과 특위 위원장은 국회법에 따라 회의 진행 권한을 갖는다. 국회법 제49조 1항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특위 위원장은 각 위원회의 대표자로서 회의 진행과 회의장 질서 유지권, 개회 일시를 정할 권한 등을 가진다. 위원장 판단에 따라 개의·정회·산회 등 회의의 개최·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회의 안건이나 의원들의 발언 시간과 횟수도 위원장이 정한다.

단순한 직무인 것 같지만 행간에 숨은 권한은 막강하다. 여야 합의 하에 상임위에서 안건 심의가 이뤄지는 구조상 쟁점 법안이나 예산안 처리 등에서 여야 충돌이 발생하면 위원장이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위원장이 생각하는 바에 따라 안건을 회의에 올리지 않거나 밀어붙일 수 있도록 한쪽 정당 의원들에게 발언권을 더 줄 수도 있는 셈이다. 제동을 걸고 싶은 안건이 있을 경우에는 회의를 열지 않을 수도 있다. 반대로 관철시켜야 하는 법안이 있을 때에는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회의를 주재할 수도 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패스트트랙 안건들이 소관 위원회에서 처리된 것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장들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추진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소속이었기에 가능했다.

지난달 말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협상에서 자유한국당이 두 특위 중 한 곳의 위원장을 달라고 민주당에게 요구했던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한국당이 둘 중 한 곳의 위원장을 맡아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 뺏겼던 주도권을 찾겠다는 취지다.

'상원' 역할을 한다고 비판받는 법사위의 경우 이처럼 위원장의 권한이 커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여당 주도로 한국당 없이 처리한 소방관 국가직화 법안을 법사위에서 상임위원회로 반려하겠다고 지난달 26일 선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19대 국회에서도 산업통상자원위에서 진통 끝에 통과된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이 민주당 소속 박영선 법사위원장의 안건 상정 거부로 법사위 문턱을 넘는 데 난항을 겪은 일이 있었다.

◇법안 운명 쥔 위원장…지역 민원·예산 확보에 강점=위원장이 법안의 운명을 쥐고 있는 만큼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공기업, 산업계 등에 위원장의 영향력도 적잖다. 각 상임위마다 소관 부처나 기관이 추진하려는 중점 정책 관련 입법안이 쏟아지는 가운데 법안 상정 여부를 관장하는 위원장의 의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위원장을 할 경우 자신의 지역구 민원 처리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정부와의 소통이 좀 더 수월한 만큼 차기 선거까지 염두에 둘 경우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큰 이점이 된다. 상임위원장실과 일반 의원실을 모두 경험한 한 국회의원 보좌진은 "확실히 상임위원장실에서 정부 부처나 관계 기관과 만나고 소통할 일이 더 많다"며 "그만큼 민원도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위원장이 안건 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상임위원장을 맡으면 지역에 뿌릴 '선심성 예산'을 확보하거나 지역 민원 관련 입법 안건을 올리기 수월해진다. 예를 들면 지역에 도로나 철도 등 SOC(사회간접자본) 관련 현안이 있는 지역구 의원들이 국토교통위원장을 맡으려는 식이다. 예산안 처리 과정을 주도할 수 있는 예산결산특별위원장직은 특히나 이런 점 때문에 '꽃 중의 꽃'으로도 불린다.

이 때문에 각종 논란에 휘말리기도 한다. 일례로 권성동 한국당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았을 때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되자 민주당에서 사임을 요구하며 견제하기도 했다.

◇액수는 줄었지만…예우와 혜택 여전=상임위원장들이 받는 물질적 혜택도 적잖다. 지난해 특활비 폐지로 상임위원장들이 월 600만원씩 받던 현금성 특활비 예산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상임위원장 몫으로는 국회의원 월급 외에 추가 예산이 지원된다.

한 달에 받는 액수는 200만원의 사업추진비와 기타 운영비 100만원 등 월 300만원이다. 용처 증빙이 필요하지만 '위원회 차원'이라는 명목으로 위원장 재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금전적 지원 외에도 상임위원장들은 국회 안 공간도 더 넓게 쓸 수 있다. 의원회관 사무실 외에 본청에 별도의 위원장실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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