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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9일 밤 시작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자정을 넘겨 종료됐다. 이날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

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장고가 이어진다. 지난달 28일 여야3당 교섭단체는 의석수 비율에 따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장 자리를 나눠갖기로 했다.

우선권은 민주당에 있다. 당초 민주당은 4일 의원총회를 열고 정개특위 위원장을 선택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결론을 내지 못하고 향후 논의를 거쳐 다음주 초까지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중 어느 한쪽으로 의견이 쏠리지 않았다는 이유다.

논의 초반 여야4당이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운 데에 한국당이 반발해 지난 4월 '동물국회'가 벌어졌던만큼 정개특위는 한국당이 가져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상황이 심상찮게 흘러갔다. 손학규 바른미래당·정동영 민주평화당·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야3당 대표가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개특위 위원장을 민주당이 맡아 정개특위를 책임있게 운영해야 한다"며 "8월말까지로 연장된 정개특위 활동기간이 종료되기 전에 패스트트랙 법안처리를 마무리해야 된다"고 압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야3당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선거법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태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검경수사권 조정 관련법안에 사실상 협조하지 않겠단 선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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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손학규, 민주평화당 정동영,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더불어민주당에 선거제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정개특위=명분, 사개특위=실리?…여당 마음 같지 않은 야3당

사실 여당인 민주당에게 선거제 개편은 최우선 현안이 아니다. 의석 수만 생각하면 오히려 거대정당에 유리한 현행 선거제도를 유지하는 게 낫다. 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계개편 위협을 받는 야3당은 선거제 개편에 사활을 걸었다. 

대신 민주당은 여야4당 공조를 통해 공수처 등 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검찰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이 줄곧 강조할 만큼 정부여당의 최우선 개혁과제다. '정치개혁'이란 명분과 '사법개혁'이란 실리를 얻는 게 숙제다.

야3당은 여당의 마음 같지않다. 야3당은 민주당의 선거제 개편 의지를 의심한다. 지난달말 한국당을 제외한 정개특위 위원들은 특위연장이 불발될 경우 선거법 의결을 강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추경안(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향후 정기국회 운영을 고려한 여당은 한국당과 '위원장 나누기'로 합의를 이끌었다.

야3당은 여당의 확실한 선거제 개편의지를 확인받고 싶어한다. 아직 정의당 소속 심상정 정개특위위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야3당을 안심시킬 민주당의 보다 선명한 카드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위원장 선임도 쉽지 않다. 특히 총선이 9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운동에 매진해도 부족한 시기다. 민주당은 전쟁터 한복판에 뛰어들 위원장 물색에 애를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당내 3선급 이상 의원 중 정치개혁 의지가 강한 의원을 위원장으로 검토하고 있다. 후보군으로 4선의 이상민·최재성 의원, 3선의 김상희·홍영표 의원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어느 특위위원장 자리를 선택하든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야3당이 요구하는 정개특위 위원장을 민주당 의원이 맡더라도 '선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상징적 의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국회는 보통 위원장과 소위원장 소속 정당을 엇갈려 구성해왔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정개·사개특위 같은 민감한 위원회의 경우엔 이같은 균형이 필수다. 즉 민주당이 정개특위위원장을 맡을 경우 한국당이 선거구제 등을 논의하는 제1소위원장을 맡는 식이다. 특위 활동기간 중 위원장이 의지가 있더라도 소위단계부터 막힐 가능성이 높다.

소수의견이지만 여야 교섭단체가 위원장에 대한 합의를 했을뿐 소위원장 구성은 합의사항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추후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회 관계자는 "물론 모양새가 이상해질 것"이라면서도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오는 8월말로 두달 밖에 남지 않은 '단기특위'란 점도 위원장 자리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라 곧 다음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로 관련 법안이 올라가기 때문에 굳이 무리해서 의결시도를 강행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다. 법에 정해진 일수를 계산해보면 10월말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다음 단계인 법사위로 패스트트랙 법안이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