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로열 패밀리'…이방카·김여정 '아빠·오빠'의 이름으로

[the300][런치리포트-퍼스트패밀리]①독재vs민주 북미 '가족정치' 동질감…이방카, 판문점 '역할설'·김여정 위상격상

해당 기사는 2019-07-11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평택=뉴시스】이영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서 연설을 하던 중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등장하고 있다. 2019.06.30. 20hwan@newsis.com

파격과 모험을 즐기는 '승부사 기질'의 북미 정상에겐 또하나 공통점이 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속담처럼 권력 핵심부에 '퍼스트 패밀리'(first family·일가)인 동생과 딸을 앉혔다는 점이다. 

북한은 3대 세습의 사회주의 독재 국가로 김씨 일가의 족벌 정치는 상대적으로 자연스럽다. 반면 미국은 선출직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상징이다. 체제의 극단에 선 리더인 미국 정상의 닮은 꼴치곤 묘한 접점인 셈이다.  

'족벌 정치'의 핵심을 이루는 인물은 각각 김여정(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이방카 트럼프(백악관 선임보좌관)다. 김여정은 '백두혈통'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외동딸이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이다. 김 위원장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좌하는 최측근 참모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는 남편인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자방카'(재러드+이방카)로 불린다. 미국 언론 등 외신들은 '자방카'를 워싱턴의 최고 실세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달 초 영국을 국빈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뚜렷한 이유나 설명없이 성인 자녀 네 명(도널드 주니어, 이방카, 에릭, 티파니)과 맏사위 쿠슈너, 둘째 며느리 라라를 데리고 가 구설을 자초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지난달 3일(현지시간) 런던 버킹엄궁에서 주최한 국빈 만찬에 참석한 이들은 '인증샷'을 찍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재했다. 

정치인의 공사 구분과 친인척 동향에 민감한 우리 정치 풍토에선 상상조차 수 없는 일이다. 미국 내에서도 '네포티즘'(친족에게 관직·명예 등을 부여하는 친족중용주의)이란 비판과 '트럼프 왕조의 데뷔전'이란 비아냥이 쏟아졌다. 

이방카가 지난달 29~30일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벌어졌다. AP통신은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의 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를 나눌 때 이방카와 그녀의 남편 쿠슈너가 배석했다"고 보도했다. '자방카'가 배석한 회담이 북미 정상의 비공개 양자회담이나 고위급 대표가 함께 한 4자회담인지, 회담 초입부 상견례 자리였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판문점 =뉴시스】박진희 기자 =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열린 북미 판문점회동에 대남관계를 총괄하는 장금철(오른쪽)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도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 부장은 지난 4월 10일 열린 노동당 7기 4차 전원회의에서 해임된 김영철 부장 후임으로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됐으나 그 동안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장 부장의 공개석상 등장은 북한의 대남라인 정비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해 향후 북한이 남북관계에 어떻게 나올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오른쪽부터 장금철 통일선전부장,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리용호 외무상, 김여정 제1부부장,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2019.06.30. pak7130@newsis.com

미국 언론들은 그러나 북핵 문제를 다루는 중요한 회담에 역할과 자격이 뚜렷하지 않은 이방카 부부가 참석한 건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이방카의 존재는 미국을 마치 입헌군주제 국가처럼 보이게 한다"(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말도 나왔다. 존 커비 전 국무부 대변인은 이방카가 G20 정상회의 주요 회담에 참석한 데 대해 "민주 대의제 정부로서의 미국의 위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방카는 선출되지도 않았고 공식 임명된 적도 없다"고 했다. 

'로열 패밀리'의 위상을 뽐낸 건 김여정도 마찬가지다. 이번 판문점 회담에도 모습을 드러내 "국무위원급으로 격상된 것으로 보인다"는 정부 부처와 정보기관 분석을 재확인했다.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전까지 맡았던 김 위원장 현장 의전 업무는 현송월(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에게 확실히 넘겼다. 

김여정이 리용호 외무상, 장금철 통일전선부장,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보다 몇 걸음 앞서 북미 정상의 만남을 지켜보는 모습도 카메라에 담겼다. 상대적으로 낮은 직급에도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국무위원급 위상을 확실하게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미 '퍼스트 패밀리'들이 이번 역사적인 판문점 정상회담 성사에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여정은 지난 달 초 고(故) 이희호 여사 타계 당시 김 위원장의 조의문과 조화를 우리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북한의 공식 조의 표명 이후 북미 정상이 친서를 교환하면서 사실상의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성사됐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워싱턴포스트는 '이방카가 두드러진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는데 판문점 이벤트를 가능하게 한 것은 이방카였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조야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케네디나 부시 가문처럼 '트럼프 왕가(王家)'를 구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방카의 대선 도전 경력을 쌓아주기 위한 의도적인 '띄우기'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회담을 마치고 지난달 30일 오후 출국 전 오산 공군기지에서 연설하면서 최측근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신스틸러(scene-stealer)를 소개한다"며 이방카를 무대 연단으로 호명하기도 했다.    
【평택=뉴시스】이영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서 연설을 하던 중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등장하고 있다. 2019.06.30. 20hw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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