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성조기 흔들던 태극기, '친북' 트럼프에 흔들리나

[the300](종합)고민하는 보수, 각양각색 우파의 시선들…"냉전시대 한미관계 인식 바꿔야"

해당 기사는 2019-07-11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트럼프도 종북" 흔들리는 태극기, 고민하는 보수
①판문점 회동, 우파의 시선들


"트럼프의 재선 쇼(show)에 모두 놀아나는거야!"

은퇴자 김모씨(69)는 분통을 터트렸다. 6월30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 환호하기는커녕 마음이 심란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상 최초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북한 땅을 밟은 게 오히려 불편하다.

김씨는 한국전쟁 직후 가난을 겪으며 컸고,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자식을 키웠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믿는다. 전형적 보수 기성세대다.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판문점 회동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일부 보수 우파 시민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기대보다는 혼란과 걱정이 적잖다.

당장 소위 '태극기 부대'로 알려진 이들은 당황하는 모습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추켜세우다 못해 MDL(군사분계선)마저 넘어버리자 충격을 받은 듯하다.

◇혼돈의 태극기 부대 "트럼프도 종북이다"…조원진 대표 "성조기 내려놓지 않는다"

우리공화당(옛 대한애국당) 홈페이지와 관련 인터넷 카페 게시판 등에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글들이 연이어 올라왔다.

"성조기를 뭐하러 흔드느냐, 미국은 관심조차 없다" "다음 집회부터는 태극기만 들어야 하나" "트럼프도 종북이다" 등 성토 글이 상당하다.

물론 "정치인 트럼프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번 방한이 우리에게 좀 불편한 그림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대북 기조는 바뀐 것이 없다고 본다" 등 조심스러운 의견도 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성조기를 내려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를 놀라게 한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회동에 일부 혼란스러워 하는 태극기 시민이 있을지라도 한미동맹의 절대적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한미동맹 강화만이 북핵 폐기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 북핵 용인은 안 된다는 뜻을 전달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 당의 의사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등 돌린 보수 유튜버들 "트럼프, 사실상 핵 폐기 포기"

최근 급속히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보수 유튜버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서도 집중 공세를 퍼붓고 있다.

정규재TV(구독자 약 47만명)는 회담 당일 특집 생방송을 편성하는 등 연일 관련 콘텐츠를 올리며 "대한민국 보수가 트럼프나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노선을 하루빨리 정립하고 움직여야 한다"고 밝혔다.

보수논객 정규재씨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절실한 쇼거리를 주고 트럼프가 덥석 문 것"이라며 "내년 (우리나라) 총선 전에 지난해 지방선거 앞둔 경우처럼 극적으로 날짜 잡힌 것으로 해서, 북미 간 국교정상화협상 하기로 뭔가 깃발을 들면 총선은 하나마나"라고 말했다.

조갑제TV(구독자 약 25만명)도 회담 이후 사흘 연속 유튜브 방송을 내보내고 "트럼프는 미국 제일주의, 내년 재선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일념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논객 조갑제씨는 "김정은과 손잡고 북한 땅을 밟았다는 건 트럼프가 북한의 핵 폐기를 사실상 포기하고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의한수(구독자 약 75만명)를 운영하는 신혜식씨는 유튜브 방송에서 "(문 대통령의) 촉진자론, 중재자론, 운전자론 다 거짓말로 드러났는데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상당히 득이 많았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한마디로 들러리만 섰다"고 주장했다.

보수 유튜버들은 자유한국당의 적극적 대응도 주문했다. 정규재씨는 "한국당이 북한 핵 문제에 당론이 있느냐 없느냐 본질적 문제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갑제씨도 "한국당이 대북정책에서 비판 이외 뭐가 있느냐"며 "북한 핵 포기가 불가능하면 핵 보유 원칙상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당, 신중한 비판…"트럼프 때리기 안돼" 의견도

보수세력의 구심점인 제1야당 한국당은 신중한 비판론을 편다. 역사적 의미는 평가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우려하고 문 대통령의 역할론을 비판하는 식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살펴보면 미국은 철저하게 자국안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회담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지 못한 건 대단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무엇보다 통미봉남(남한을 봉쇄하고 미국과 직접 통한다) 고착화가 우려된다. 문 대통령이 운전자로 시작해서 중재자를 자처하더니 이제는 객(손님)으로 전락한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을 두고 단거리기 때문에 괜찮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우리 국민과 국토를 직접 사정권 안에 두는 무기가 미국 본토에는 위협이 안된다는 취지로 별일 아닌듯 말하는 현실은 분명 우리 안보에 심각한 위기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보수정치권에서는 미국과 좀더 소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2일 초당적 방미의원단을 제안하며 "지금 한국당에서 반미 목소리가 나올 것 같은데, 지금은 미국에 맞서야 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 최고위원은 "한국당 입장에서 트럼프가 조금 불안하고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미국 가서 설득하고 소통하는 자세로 풀어야지, 트럼프 때리기로 풀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친북 트럼프?' 친미 보수의 '딜레마'
②'보수=친미(親美)' 공식 무너져…"한미 모두 국익이 우선순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친미반공'을 기본 바탕으로 대북관계를 설정해온 보수세력으로서는 당황스러울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는 이제 '보수=친미(親美)'의 공식을 깨야 한다고도 말한다. 일반적으로 보수 우파는 민족주의 성향을 강해 해외에서는 '반미'가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냉전시대를 겪으며 '친미'를 내세웠다는 게 중론이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대한민국은 저마다의 국익이 있고 미국이 반드시 우리가 기대하는 것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며 "특히 자신의 재선 가능성 등 경제적 논리로 협상에 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봤을 때 한국과 이해관계가 들어맞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보수층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볼 수 있지만 성조기를 버리는 등의 행동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미관계를 해칠 뿐"이라며 "한미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의 문제에서 우리의 어떤 스탠스가 국익에 도움이 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냉전시대에 형성된 보수세력의 한미관계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태극기부대나 보수 우파들이 남북 지정학적 조건과 맞물려 반공시대에 구축된 한미관계를 맹목적으로 믿으며, 그것을 정체성으로 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우리 사회의 갈등을 자기 존재의 근거로 삼는다는 것은 오히려 정치적 폭을 줄이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유럽의 우파는 반미를 전제로 하는데, 우리는 친미를 전제로 한다"며 "급변하는 국제정세에서 미국만 쳐다보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청년층 등 각계각층 국민들에게 설득력도 없고 고립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보수 우파가 당장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판문점 회동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나오지 않았을 뿐더러 트럼프 대통령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거에 초점을 맞춰 발언한 만큼 우리나라에 핵 위협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임 교수는 "우파가 항상 남북문제만 이슈 영역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것 때문에 우파가 무너지거나 약해지진 않을 것"이라며 "북미 관계가 개선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평화 모드가 정착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회담에 알맹이가 없었고 계속 대화를 하겠다는 게 주된 얘기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유세라는 평가가 많다"며 "한국당 등 우파가 정국주도권을 잃는다는 건 동의하기 어려운 얘기"라고 밝혔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남북한 간 군사적 긴장이라는 본질이 사라지지 않았다"며 "자유한국당 등 보수정당이 현 상황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스탠스가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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