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로 약속잡고, 김정은과 북한으로…1박2일 '트럼프 쇼'

[the300]29일 오전 'DMZ 방문 의사 트윗'…30일 오후, 김정은에게 "건너가도 되냐"


지난달 29일 아침 일본 오사카에서 파랑새가 울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한국의 비무장지대(DMZ)에서 만나고 싶다는 한 줄의 트윗이었다. 1박2일간의 결과를 알 수 없었던 '트럼프쇼'는 이렇게 시작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DMZ 번개'에 화답했다. 역사는 새로 쓰였다. 정전협정 후 66년만에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았고 북미 정상은 판문점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반을 다졌다.

◇트럼프 트위터로 'DMZ 번개' 제안=G20(주요20개국)정상회담 참석차 오사카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식사를 할 시간 무렵인 오전 7시51분 "한국에 있는 동안 김 위원장이 이 글을 본다면 나는 남과 북의 국경지대인 DMZ에서 그를 만나 그와 악수하며 인사라도 나누면 좋겠다(?)!"고 썼다. 그는 "김 위원장이 (DMZ에) 온다면 우리는 2분간 만나는게 전부겠지만 그것도 괜찮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 정상회담에 일정 도중 문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내 트윗을 보셨냐"며 자신의 의지를 문 대통령에게 재차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엄지를 치켜 세우며 "함께 노력해보자"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제안에 청와대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이날 오후 성명을 발표할 때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제안에 제안에 북한이 화답한 것은 이날 오후 1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분단의 선에서 조미 수뇌상봉이 성사된다면 두 수뇌분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친분관계를 더욱 깊이하고 양국관계 진전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평했다. 다만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보지만 우리는 이와 관련한 공식제기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긍정적 반응에 미국은 즉각 물밑접촉에 돌입했다. 존 볼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메신저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DMZ 만남 제안에) 매우 수용적이었다"면서도 "지켜보자"는 말을 남긴 채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으로 출발했다.

◇긴박하게 흐른 1박2일…트럼프, 文대통령도 초대= 청와대는 차분한 모습으로 준비된 한미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청해 사전 리셉션 성격의 만찬을 가졌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케이팝(K-POP) 아이돌 '엑소(EXO)'가 한미 정상 간 만찬 때 '신스틸러'의 면모를 보였다. 엑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을 위한 초청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방카 보좌관의 딸이 다음 달에 생일이라고 하는데 엑소 CD를 하나 챙겨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했고, 엑소는 멤버 전원의 사인이 들어간 CD를 트럼프 대통령과 이방카 보좌관에게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오전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 비즈니스 리더(재계 총수)들과의 간담회로 첫 일장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에서도 "이것은 오랫동안 계획한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DMZ로 갈 예정이다. 오늘 DMZ로 가서 김정은과 함께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주고 받는 그런 기회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의지를 재차 밝혔다. 또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갈 것"이라며 문 대통령도 초청했다.

북 미 정상간의 만남은 이날 오전 11시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어진 한미 확대정상회담 겸 업무 오찬이 끝날 때까지도 공지되지 않았다. 행정적 문제, 안전 문제, 경호 문제가 조율되지 않은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만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마지막 조율중"이라며 가능성을 알렸다.

북미 DMZ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을 알린 것은 이날 오후 1시 9분쯤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다. 문 대통령은 "정전선언 이후 66년 만에 판문점에서 미국과 북한이 만난다. 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이 분단의 상징 판문점에서 마주서서 평화를 위한 악수를 할 것"이라며 "나도 오늘 판문점에 초대를 받았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을 방문해 북측에서 악수를 나눈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남측으로 넘어오고 있다 /사진=뉴스1(로이터)

◇군사분계선 위에 마주선 北美정상…66년만의 새역사=결국 만난 두 정상은 악수를 나눴고,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은 현직 미국 대통령이 됐다. 그것도 '살짝' 넘은 것이 아니라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10미터(m), 트럼프 대통령의 성큼성큼 걷는 보폭으로도 열여덟 발자국 가량을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3시44분쯤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와 군사분계선으로 걸어 내려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자 북측 판문각에서도 김 위원장이 걸어나왔다.

김 위원장의 뒤로는 현송월 노동당 부부장 등의 모습도 보였다. 김 위원장보다 먼저 출발한 트럼프 대통령이 분계선에 도착했고,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 보다 10초 가량 늦게 분계선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맞이하는 모습으로 둘은 인사를 나눴다.

악수를 나눈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내가 이 선을 넘어도 되느냐"고 물었고, 말을 마치기 무섭게 김 위원장은 "한 발자국만 넘으면 이쪽(북측) 땅을 밟는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되신다"고 '초청'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양 팔을 크게 한 번 벌리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경계석을 밟고 분계선을 넘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어깨를 툭툭 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종의 친근감 표시로 해석된다. 이내 둘은 나란히 북측으로 향했다. 약 10m 가량을 걸어가 판문각 앞에서 멈춘 두 정상은 마주본 뒤 다시 한 번 악수를 나눴다. 이 공간엔 북한 기자들만 근접 취재가 허용됐다. 미국 측 경호원들은 판문점 건물 뒤편에서 대통령을 경호했다.

두 정상은 오후 3시47분쯤 다시 판문각에서 남측으로 향했다. 분계선을 넘기 직전에도 잠시 멈춰 포토타임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에서 "베리 굿"이라고 재차 만족감을 드러냈다. 일부 북측 기자들이 앞을 가로막자 외신 기자들이 소리를 지르며 "나오세요!"(clear!)"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이제 됐습니다"라는 북측 기자의 메시지가 있은 뒤에야 남측으로 다시 넘어왔다.

분계선을 넘은 두 정상은 또다시 10m 가량을 걸어 오후 3시51분쯤 남측 자유의집 앞에 도착했다. 이때 문 대통령이 자유의집 문을 열고 내려오면서 세 정상이 역사적인 '3자 회동'을 가졌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만 자유의집 2층에 마련된 회담장으로 향했다. 문 대통령은 별도 대기실에서 두 정상을 기다렸다.

성조기와 인공기가 번갈아 걸린 회의실에 앉은 김 위원장은 "어떤 사람들은 미리 계획된 것 아니냐 그런 얘기도 하던데, 어제 아침에 (트럼프) 대통령께서 의향을 표시한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제안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우리 두 나라가 평화의 악수를 하는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더 좋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만남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각하(트럼프)와 나의 훌륭한 관계가 아니라면 아마 하루만에 이런 상봉이 전격적으로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해야될 일들에 대한 그런 난관과 장애들을 극복하는 그런 신비로운 힘으로 될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적 순간"이라며 "우리가 만나는 것 자체가 역사적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에게 다른 이유로 또 감사하다"며 "SNS로 메시지 보냈는데, 오시지 않았으면 제가 굉장히 민망할뻔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굉장히 좋은 관계를 만들어왔다"며 "우리의 관계가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두 정상은 오후 3시54분부터 회담을 시작해 오후 4시51분까지 약 한시간 가량 회담을 가졌다. 이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함께 자유의집을 나와 김 위원장을 배웅하며 회담을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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