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엔 "협상가 바꾸고, 새 계산"…南엔 "참견말라"는 北

[the300] 권정근 北외무성 국장 "올바른 셈법 있어야 협상"…"협상 당사자는 조미" 대남 비난발언도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뉴스1) 이재명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현지시각)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전용열차에 타기 전 러시아 인사들과 대화하고 있다. 2019.4.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의 변곡점인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잇따라 대미·대남 비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엔 비핵화 협상 카운터파트 교체와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했다. 이를 전제로 대화 재개가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리 정부를 향해서도 비핵화 협상은 '북미'의 문제라면서 "참견하지 말라"고 맹폭했다.

◇'협상가 교체·온전한 대안' 협상재개 조건 제시

북한은 27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명의로 담화를 발표하고 "조미 대화가 열리자면 미국이 올바른 셈법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 그 시한부는 연말까지"라면서 "협상자세가 제대로 되어있어야 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과 협상을 해야 하며 온전한 대안을 가지고 나와야 협상도 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월 말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인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협상 시한을 연내로 제시하고 미국에 '새 계산법'을 요구한 사실을 다시 언급한 것이다. 협상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미국 고위급 협상 대표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의 교체와 미국의 양보를 제시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권 국장은 아울러 "미국이 쌍방의 이해관계에 다 같이 부합되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할 생각은 하지 않고 대화 재개를 앵무새처럼 외워대고 있다"며 "그런다고 조미 대화가 저절로 열리는 것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연이틀 '폼페이오' 비난…트럼프-참모 '분리 대응'

북한은 전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도 "조미(북미) 수뇌분들이 아무리 새로운 관계 수립을 위해 애쓴다 하여도 대조선 적대감이 골수에 찬 정책 작성자들이 미국 정치를 좌우하는 한 조미관계 개선도, 조선반도 비핵화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이란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대북제재의 효과를 언급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노이 회담 당시 '일괄타결식 빅딜'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폼페이오 장관의 교체를 요구한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담당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을 비난한 건 처음이 아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4월20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 질의응답에서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빅딜' 요구를 "희떠운 소리다. 매력없이 들리고 멍청해 보인다"고 맹비난했다.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도 지난 4월18일 조선중앙통신 기자 문답 형식으로 "앞으로 대화가 재개되는 경우에도 폼페이오가 아닌 우리와 의사소통이 보다 원만하고 원숙한 인물이 대화상대로 나서기 바랄 뿐"이라고 고위급 대표 교체를 미국에 요구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의 담화 형식으로 (대미 메시지를 낸 것은) 최초인 것 같다"고 했다.
(뉴델리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뉴델리에서 미국 대사관이 주최한 인도 정책 관련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조선 참견말라", 북미정상 '톱다운' 고수 

권 국장은 대미 비난 발언과 별개로 전날 국내외 통신사들과 합동 인터뷰에서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해 실무협상에 응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듯한 비판도 쏟아냈다.

권 국장은 "조미관계를 중재하는 듯이 여론화하면서 몸값을 올려보려 하는 남조선 당국자들에게도 한마디 하고 싶다"며 "북남 사이에도 여전히 다양한 경로로 그 무슨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듯한 여론을 내돌리고 있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으나 협상 재개를 위한 북미·남북 물밑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 전날 발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권 국장은 특히 "조미 대화의 당사자는 말 그대로 우리와 미국이다. 남조선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며 "조미관계는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미국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에 기초해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상을 해도 조미가 직접 마주 앉아 하게 되는 것인 만큼 남조선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 "지금 북남 사이에도 그 무슨 다양한 교류와 물밑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는데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라고도 했다.

북한이 미국 고위 당국자와 우리 정부를 싸잡아 비판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삼갔다는 점에서 실무협상이 아닌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통한 정상간 담판을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우리 정부의 중재 역할보다는 북중러 밀착을 지렛대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란 관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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