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협상 묵묵부답 北…한미, 추가 유인책 내놓을까

[the300]강경화-폼페이오, 이도훈-비건…한미 각급서 협상재개 방안 논의

최태범 기자 | 입력 : 2019.06.17 16:08

【서울=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평양 5·1 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인민의 나라'를 관람했다고 조선중앙TV가 4일 보도했다. 왼쪽 첫번째부터는 여동생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부인 이설주. 2019.06.04. (사진=조선중앙TV 캡처) photo@newsis.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협상에 대한 의지를 표시했지만 미측이 원하는 실무협상 재개에는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미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방안을 놓고 각급에서 협의를 이어가는 가운데 어떤 유인책이 도출될 것인지,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전 시점에 북미 실무협상이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외교부에 따르면 러시아를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오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약 15분간 전화통화를 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비롯해 비핵화 등 한반도 현안을 논의했다.

두 장관이 전화통화를 하는 것은 지난달 4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이번 통화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 이후 비핵화 협상의 재개 움직임이 나타나자 관련 협의를 위해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두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및 한미동맹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이와 관련해 한미 외교당국간 긴밀히 협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 북핵수석대표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12일 국내 일정을 취소하고 스웨덴으로 긴급 출국했다. 북유럽 순방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강 장관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와 관련한 한미 협의 내용을 보고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본부장은 이번 주 초에는 워싱턴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만난다. 이들은 북한과의 실무협상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조율할 전망이다. 이후 비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비건 대표가 방한기간 판문점에서 북측과 실무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북한의 호응을 장담하긴 어렵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미국의 ‘셈법 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일괄타결(빅딜)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 유인책에 대한 한미의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정부가 지난달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신청 승인, 대북 식량지원 등을 구체화했음에도 북한의 반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미간 2차 정상회담의 결렬 원인이 된 비핵화 협상 방식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가 어떤 새로운 유인책을 내놓거나, 북한이 실무협상에 나서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노르웨이·스웨덴 연설을 봐도 유인책에 관한 내용보다는 북한이 대화에 나와야 한다는 메시지 밖에 없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유인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한미는 북한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북한이 실무협상에 나오려면 어떤 성과를 얻어낼 수 있어야 하지만 미국의 확고한 태도를 알기 때문에 그냥 이야기해보자는 식으로는 실무협상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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