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김정은에 "능라도 약속 지킵시다"…비핵화 로드맵 촉구

[the300]靑 "스웨덴 연설, 능라도 연설의 연장선상…핵없이 평화롭게"

【스톡홀름(스웨덴)=뉴시스】전신 기자 = 스웨덴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스톡홀름 스웨덴 의회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신뢰'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2019.06.14. photo1006@newsis.com
"김정은 위원장, 나와 평양 시민들 앞에서 했던 비핵화 약속을 지킵시다."

문재인 대통령의 14일(현지시간) 스웨덴 의회 연설은 이같은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 '하노이 노딜'로 협상이 교착국면을 맞은 상황 속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명확한 비핵화 의지를 밝혀줄 것을 당부한 것이다.

근거는 '능라도 연설'에 있다. 지난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이 능라도 5·1 경기장에 모인 15만명의 평양 시민들 앞에서 7분 간 연설을 하며 남북의 정상이 비핵화에 합의했음을 천명한 그 연설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평양 시민들 앞에서 (비핵화 확약을)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향후 핵협상이) 후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며 "북한 주민들 앞에서 '당신들의 지도자가 비핵화를 약속했다'는 말을 전한 게 중요한 연설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스웨덴 연설'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했던 능라도 연설의 연장선상에서, 핵 없이 훨씬 더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북에 제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스웨덴 의회에서 "북한의 평화를 지켜주는 것은 핵무기가 아닌 대화"라며 "북한은 완전한 핵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한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신뢰를 통해 평화를 만들고 평화를 통해 신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며 '약속'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하노이 노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북측의 실질적인 비핵화 약속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영변 핵시설의 폐기와 핵심 경제제재 5개의 맞교환을 노렸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퇴짜를 맞았다. 여기에 '플러스 알파'를 결심한 채 대화에 나와야 한다고 문 대통령이 당부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실질적 비핵화 의지', 즉 '영변 플러스 알파'는 비핵화 로드맵에 따른 타임테이블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타임테이블의 교환이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하노이에서 결정하지 못했던 내용인 만큼, 이번에야 말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김 위원장에게 권유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비핵화 로드맵이 나와야 문 대통령이 구상해온 핵협상 중재안인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 충분히 괜찮은 거래)'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비핵화 로드맵이라는 '빅딜'을 바탕으로 '스몰딜'을 단계적으로 주고 받는 방식.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4월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에서 "스몰딜이 있을 수 있다. 단계적인 조치(step by step)를 밟을 수 있다"고 문을 열어놨다.

북측이 결심만 하면 경제적인 지원, 체제보장까지 모두 가능하다는 당근을 제시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는 북한이 (비핵화를) 진정으로 노력하면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응답할 것"이라며 "제재 해제는 물론이고 북한의 안전도 국제적으로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 정상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에서도 "평화 프로세스의 가장 중요한 관건이자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에 있어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제적인 경제제재가 해제되려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은 것은 김 위원장의 몫이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6월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전 남북 정상회담'에 응한다면 김 위원장이 비핵화 로드맵을 결단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연일 "남북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에게 달렸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김 위원장에게 북한식 셈법이 아닌, 글로벌 스탠다드 셈법을 요구한 것이어서 수용 여부는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하노이 노딜' 직후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김정은)께서 미국식 거래 계산법에 굉장히 의아함을 느끼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던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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