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가 故 이희호 조문 첫날…정관계 "유지 받들겠다" 한목소리(종합)

[the300]北에 조문단 파견 요청…김연철 통일부장관 "다양한 가능성 열고 준비 중"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가 놓여있다./사진=김창현 기자

고(故) 이희호 여사 조문이 시작된 11일 정관계 인사들의 행렬로 빈소 안팎이 늦은 밤까지 북적였다. 이 여사의 사회장을 맡은 장례위원회 고문단에 여야 5당의 대표가 모두 이름을 올린 것처럼, 이날 만큼은 여야 구분 없이 모두가 한목소리로 이 여사의 마지막을 추모했다. 빈소를 방문한 이들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부인이 아닌 여성인권운동가로서 이 여사를 기억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그의 유지를 받들겠다고 다짐했다. 

◇여야 한목소리로 애도…황교안 "유지 받들겠다"=여야 정치인 다수는 이날 오전 일찍부터 이 여사의 빈소를 찾았다. 이날 오전 10시 40분쯤 빈소에 도착한 문희상 국회의장은 유가족 다음으로 제일 먼저 이 여사를 조문했다. 문 의장은 이날 하루종일 빈소를 지키면서 유가족과 함께 조문객을 맞았다. 

문 의장은 "엄혹한 시대를 김 전 대통령과 극복한 여사님께 존경의 염원을 담아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두 분이 원하셨던 세상, 자유, 정의, 민주주의, 인권,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완성하기 위한 몫이 남은 우리들에게 시작됐다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여분 조문을 마친 뒤 "김 전 대통령은 제 정치적 스승으로 정치 입문할 때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30년 이상을 모셨다"며 "여사님은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로서 여성운동만이 아니라 정치적 활동도 많이 하셨다"고 기억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여사님은 김 전 대통령의 반려자이자 정치적 동지로 한평생 민주화의 길을 함께 걸었다"며 "1세대 여성운동가로서 여성인권에도 많은 역할을 하셨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여성인권을 위해 남기셨던 유지를 저희가 잘 받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여성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권 정신, 한반도 평화와 인류 평화를 위한 평화 정신이 선각자 여성운동가인 이 여사님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제 한반도 평화도 불확실하고, 경제는 어렵고, 사회통합도 어려운데 이 여사님의 정신을 다시 배워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이 여사를 "늘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대했다"고 추억했다. 정 대표는 "정치를 시작했을 때 처음으로 (뵀던) 카랑카랑했던 그때는 건강이 좋으셔서 음성으로 축사해주시고 제 손에 봉투를 쥐어주시던 모습이 선하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평화‧민주주의‧인권을 위해 걸어오신 발자취를 깊이 새기며 그 뜻이 이뤄지도록 정의당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서울 신촌 세브란스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여사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헌화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청와대 조문단…"文대통령 귀국하는대로 찾아뵙겠다"=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수현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조문단 10여명도 이날 오후 2시쯤 이 여사의 빈소를 조문했다. 노 실장은 "여사님께서는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헌신한 우리 시대의 큰 어른"이라며 "여성운동 선구자셨고 무엇보다 분단에 아파하신 그런 분이었다"고 애도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애통해하시며 귀국하는대로 찾아뵙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이 여사 별세 직후 애도사를 내고 "여사님은 정치인 김 전 대통령의 배우자‧영부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1세대 여성운동가"라며 "여사님은 정치인 김대중을 '행동하는 양심'으로 만들고 지켜주신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신앙인‧민주주의자"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순방을 마치고 바로 뵙겠다"며 "하늘나라에서 우리의 평화를 위해 두 분께서 늘 응원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 여사의 사회장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은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빈소를 방문해 "어머니처럼 따뜻하시고 쇠처럼 강인하셨던 여사님께서 국민 곁에 계셨던 것은 축복이었습니다"라고 방명록을 남겼다. 이 국무총리는 "여기에 쓴 것처럼 실제로 어머니처럼 따뜻한 분이었고 그런가 하면 내면은 쇠처럼 강인한 분이셨다"며 "여사님은 원칙을 지키고 굳건하게 투쟁의 길을 독려한 굉장히 강인한 내면을 가진 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 분이 김 전 대통령 옆에 계셨다는 것, 그 시대 대한민국에 있었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한 큰 축복"이라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분을 가까운 곳에 모셨던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 조문단 파견 여부 관심…"관혼상제 답례로 와야"=북한 조문단의 이 여사 장례 파견 여부도 이날 초미의 관심사였다. 지난 2009년 김 전 대통령 장례 당시 북한은 고위급 당국자로 구성된 조문단을 파견했고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한 바 있기 때문이다. 오후 8시쯤 빈소를 방문한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오늘 오전에 장례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부고를 전달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저희들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북한 조문단 파견을 긍정적으로 봐도 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은 기다리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또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지금 상황에서는 특정한 방향으로 예단하고 있지는 않다"며 "오늘은 제가 특별히 이 이상으로 얘기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대답했다.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북한 조문단 파견 가능성과 관련 "가능하다고 얘기할 수도 없고, 불가능하다고 얘기할 수도 없다"면서도 "10년 전 이명박 정부에서도 정치적 의미를 떠나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 등 고위급이 왔으니 이번에 어떤 급이 올지는 북한에서 결정할 문제지만 답례로 와야한다는 것만 얘기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여사님과 저도 함께 가려고 했는데 저는 현역의원이라서 허가가 안 나서 여사님이 다녀왔다"며 "한국의 미덕이 관혼상제에 가고 오고 서로 답례를 하는 것이니 정치적 의미를 떠나 이번에 반드시 조문을 오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답변을 하라고 했으니 정부를 통해 답변이 올 것"이라며 "한국은 관혼상제에 가고 오고 답례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으니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여사 빈소에 들어서며 장례위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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