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대립 여야의 '자아성찰'…"보수·진보 서로 악마화 안돼" 비판

[the300]여야 의원들 잇달아 보수·진보 문제점 자평…정치학 교수들 "'집토끼'만 잡는 정치 안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지상욱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수와 진보,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두 달째 마비된 국회에서 여야 의원 30여명이 10일 모여 보수와 진보의 문제점을 논하며 '자아성찰'했다. 여야 의원들은 국회가 극단적 대립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안타까워하며 '통합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정치학 교수들은 진보도 보수도 이른바 '집토끼'(기존 지지세력)만 잡는 정치는 안 된다고 일침했다.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 주최로 열린 '보수와 진보,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보수와 진보의 선명성 경쟁이 양대 정치권 진영에서 강하게 주도되는 것이 보수와 진보의 전략적 문제"라고 밝혔다.

손 교수는 "일명 '집토끼 전략'으로 불리는데 내부 핵심 지지층을 공고화하기 위한 경쟁 때문에 중도에서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생기게 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정치권이 공동화된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정치가 실사구시로 서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노력인데 양극화가 심화되다 보면 혐오의 정치가 된다"고 경계했다.

손 교수는 "지금도 (진보·보수가) 상대방을 자꾸 악마화하고 있다"며 "상대방을 대화 상대로 인정 않는 것인데 정치 혐오감만 늘어난다"고 비판했다.

손 교수는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의 장기 계획을 (정치권이) 머리 맞대고 만들어야 하는데 아쉽다"며 "이전 정권의 우수 정책을 유지·관철시키려는 '축적의 정치'가 있어야 한다"고도 일침했다.

손 교수는 "각 정당에서 연성 세력과 온건 세력이 활성화되고 양 진영에서 온건 세력이 더 성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당 민주주의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참석 의원들 중 약 20명의 여야 의원들은 손 교수의 강연에 앞서 각자 보수·진보 정치의 문제점을 돌아가며 지적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에서 보수와 진보에 관한 토론이 역사적 굴절과 극단적 대립으로 왜곡되고 있다"며 "국회 정상화를 이야기하는데 이 시대가 진정한 대화와 토론의 시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 중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나 원내대표는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문재인 정부 들어서 보수 가치에 대해 궤멸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문재인 정부가 원리주의적 좌파 이념에 매몰되고 우파 목소리를 외면한 채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이 1987년 6·10 민주항쟁 32주년이라는 점을 상기했다. 오 원내대표는 "보수·진보 모두 공화주의 가치를 수용하고 민주주의 틀 속에서 경쟁하는 것이 민주주의 가치"라며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가치를 지키지 않는 정치권의 모습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 원내대표는 "국회가 공전 중인 것도 그 연장선"이라며 진보 보수 사이에서 오고간 설전을 언급했다. 오 원내대표는 "한 쪽에서 '독재자의 후예', 한 쪽에서 '빨갱이'라고 말하는 모습 속에서 자성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돌아가며 입장을 밝힌 여야 3당(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의원들은 모두 국민들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제세 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의 보수·진보는 팩트(사실)를 가지고 있지 않은, 허공에 뜬 사상누각적 논의"라며 "진영 논리에 따른 토론은 정치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여상규 한국당 의원은 "지금 보수·진보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상대 당을 인정하지 않고 타도 내지 궤멸의 대상으로만 본다"며 "보수는 '따뜻한 보수'를 내세우고 진보는 '온건한 진보'를 해야 건강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도 "항상 내 편만 챙기는 목소리가 국민 목소리인 것처럼 생각하다보니 극단으로 큰 목소리가 내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국민들은 보수·진보도 중요하지만 내 삶이 향상되고 안전하고 행복하는 것에 관심이 많지 이념에 큰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안도 제시했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협치가 제도화돼야 한다"며 "야당이 내각 추천 기회를 얻는다든지 예산 협의에 협조한다든지 하는 것이 제도화"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보수·진보가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도 "그 경쟁이 상대방 비판이 아니라 정책으로 할 수 있는 자기 정립"이라고 말했다.

김영우 한국당 의원은 "스포츠는 룰에 따라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데 지금 정치는 아주 극단적 정치가 된 '전쟁'"이라며 "보수든 진보든 '영원한 보수주의자·진보주의자'라는 낙인찍히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가적으로 제일 필요한 것이 개혁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보수·진보 할 것 없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누가 더 옳은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느냐로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신분은 아니지만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으로서 참석한 이준석 최고위원은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젊은이들이 관심 가지는 담론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며 "젠더 문제나 공정 문제는 보수·진보의 접근법이 다르겠지만 안보·경제에 준하는 이슈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새로운 현안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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