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김원봉과 역사전쟁..文 진짜 하려던 말은

[the300]애국의 가치로 '이념 넘은 독립과 호국' 제시했지만..野 반발 불러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하고 있다. 2019.06.06. photo1006@newsis.com
무장 독립운동가이자 광복 후에 월북, 북한정권 초반에 몸담은 약산 김원봉(1898~1958). 문재인 대통령 6일 현충일 추념사를 계기로 다시금 역사전쟁의 불씨가 된 인물이다. 경제와 민생, 각종 재해재난 수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시급한데 소모적인 논란까지 더해졌다.

청와대는 김원봉 논란이 문 대통령 연설의 진의도 아니고 갈등 요소만 콕 집어낸 결과라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이 진짜 하고싶던 말은 뭐였을까. 시작은 4일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을 청와대로 초청한 오찬 자리다. 

문 대통령은 "독립, 호국, 민주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애국의 세 기둥"이라고 했다. 독립과 호국, 민주 중 하나라도 기여했다면 애국자라는 설명이다. 개인의 선호가 아니라 정부의 공식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해 ‘국가보훈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독립’과 ‘호국’과 ‘민주’를 선양사업의 핵심으로 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틀 뒤 6일 현충일 연설이 완성됐다. 오히려 문 대통령이 주목한 건 고(故) 채명신 장군(1926~2013)이다. 황해도 출신 채 장군은 육사 5기로 한국전쟁때 국군 대위로 참전, 북한과 싸웠다. 베트남 파병 한국부대를 지휘했다. '명장'으로 추앙할 만한 이력이다. 

진보진영이 불편해 할 요소도 있다. 그는 1961년 전방 5사단장으로 5·16 쿠데타에 가담했는데 초반 5인위원회의 1명일만큼 핵심이었다. 3선개헌에 반대하면서 1972년 예편했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인간적으로는 신임을 거두지 않아 이후 외교관으로 일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채 장군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고인이 병사들의 건강과 사기에 각별한 관심을 쏟은 점, 장군묘역을 마다하고 사병 묘역에 묻히길 유언한 점을 들었다. 실제 그는 서울 국립현충원 '34489번' 사병 묘지에 잠들어 있다. 

문 대통령은 "애국이란 계급이나 직업, 이념을 초월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참다운 군인정신" "애국의 마음"이라고 그를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이상룡, 이회영 등 여러 독립운동가를 언급했다. 여기에 김원봉도 포함했다. 문 대통령은 "임시정부는 중국 충칭에서 좌우합작을 이뤘고 광복군을 창설했다"며 무정부주의 세력에다 김원봉의 조선의용대까지 합류해 민족의 역량이 결집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통합된 광복군의 의지와 역량이 국군 창설의 뿌리는 물론이고 한미 동맹의 토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고 김원갑 이등중사의 국가유공자 증서를 동생 두갑씨에게 수여하고 있다. 2019.06.06. photo1006@newsis.com

딱 그만큼이다. 김원봉은 언급한 분량도 적고 그를 부각하려던 것도 아니다. 이념을 넘어 통합된 힘으로 독립을 추구한 임시정부의 역사와 정통성이 화두였다. 문 대통령이 정쟁을 부추기거나, 좌우 편가르기를 의도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

여권 일각에선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내년 총선 채비를 논란의 한 이유로 본다. 이념적 지지층 결집을 위해 김원봉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시정부가 이념과 정파를 뛰어넘어 통합을 주창한 점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로 (김원봉 선생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원봉에게 우리 정부가 서훈을 주기 어려운 점 등 문 대통령도 그를 둘러싼 논란을 충분히 알고있다는 이유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다소 비타협적인 태도로 보이는 면이 있다. 단어 하나, 표현 하나까지도 예상되는 반응을 고려했다면 연설문은 달랐을 수 있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은 연설문에 큰 변수가 아니었던 걸로 관측된다. 오히려 문 대통령식 '정면돌파' 의지가 읽힌다.

게다가 4일 유공자 초청 오찬에 문 대통령 활동장면을 담은 소책자(팜플렛)가 논란이 됐다. 여기에 김정은 위원장이 포함된 사진이 여러장 들어갔다. 의례적으로 오찬 메뉴를 적은 팜플렛이었지만 행사의 성격과 참석자들의 마음을 고려하면 명백한 실책이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의 '김원봉' 언급이 여야의 정치 공방으로, 역사전쟁 양상까지 띠게 됐다. 문 대통령이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아쉬운 결과다. 문 대통령은 9일 북유럽 순방을 위해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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