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봉 전쟁'에 휩싸인 정치권…의열단 10계명 마지막 보니

[the300]여야, 文 '김원봉 발언' 공방 격화…국회 2달째 멈췄는데, 연일 싸움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현충탑 참배를 마친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19.6.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호국보훈의 달 6월, 정치권에서 이념 공방이 뜨겁다. 청와대와 여당은 '통합'을 이야기했다지만 보수 야권은 그럴수록 '분열'된다고 맞선다.

국회는 2달째 멈춰 세워놓고 서로의 역사인식을 겨냥해 '색깔론' '모독' 등으로 공격하는 모양새가 민망하다. 일각에선 결국 내년 총선을 의식한 지지기반 다지기, 프레임(논의구도) 짜기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다.

논란의 중심은 약산 김원봉이다. 영화 '암살'의 실제 주인공으로 대중에게 익숙하다. 의열단을 조직하고 조선의용대를 창설했으며 광복군 부사령관과 임시정부 군무부장을 역임한 대표적 무장 독립운동가다. 경남 밀양 생가터에는 기념관도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가 인정한 독립유공자가 아니다. 1948년 월북해 북한 노동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맡았던 이력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김원봉 서훈을 검토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좌익활동 의혹을 받았던 손혜원 의원 부친의 서훈 문제와 맞물려 3월 임시국회에서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의 파행을 불러올 정도였다.

다시 말해 논란은 충분히 예상됐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을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임시정부는 1941년 12월 10일 광복군을 앞세워 일제와 전면전을 선포했다"며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고 밝혔다.

또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됐다"고 평가했다.

아니나다를까 보수 야권은 연일 총공세를 펼쳤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7일 "6.25 참전용사, 호국영령의 헌신을 기리는 날에 적으로서 남침한 김원봉을 언급한 건 매우 부적절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0대 국회 전반기 국방위원장을 맡았던 김영우 한국당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무덤에 누워있던 호국 영령들이 놀라 깨어나서 '왜 우리가 6.25전쟁에서 목숨 바쳐 싸웠는가' 대통령에게 물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극단적인 막말은 도대체 누가 징계해야 하는가"라고 밝혔다.

바른미래당도 동참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6월이 호국보훈의 달인 이유는 6.25전쟁 때문"이라며 "(문 대통령의 발언은) 나라를 지키다 쓰러져간 대한민국 호국영령에 대한 모독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전두환(전 대통령)이 민주화를 탄압했듯 김원봉도 국군과 맞서 싸운 사람"이라며 "김원봉이 국군의 뿌리라는 것은 전두환이 민주당의 뿌리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물론 작심하고 언급했다 하더라도 '통합'을 강조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은) 정파와 이념을 뛰어넘어 통합으로 가자는 취지에서 역사적 사례로 김원봉 선생을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마치 김원봉 선생이 국군의 뿌리이자 한미동맹의 뿌리라고 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비약"이라며 "실제 맥락으로 보면 통합 광복군이 국군과 한미동맹의 뿌리라고 분명히 말했다"고도 밝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보수 야권의 '의도'를 비판한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대통령이 추념사에서 약산 김원봉을 언급한 것을 두고 야당에서 기다렸다는듯이 이념적 공격을 하는 것은 진중하지 못하다"며 "김원봉의 월북 이후 행적을 끌어들여 광복군 운동 자체를 색깔론으로 덧칠하는 일이야말로 역사 왜곡"이라고 말했다.

정계 안팎에서는 야권의 공격이 6.25 전쟁이라는 가장 극단적 대립구도를 통한 선명성 강화로 실제 지지기반 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야당 역시 대통령이 오히려 분열을 조장한다고 의심한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3.1절 경축사 '빨갱이', 5·18 기념식 '독재자의 후예' 등 연이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대통령이 매우 자극적이고 위험한 발언을 이어어고 있다. 저는 문 대통령이 일부러 그런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겉으론 통합을 내걸지만 실제론 균열을 바라고, 대화를 이야기하지만 갈등을 부추긴다는 생각을 한다"며 "우리 정치를 계속 싸움판으로 만들기 위해 도저히 보수우파가 받아들일 수 없는 발언으로 야당의 분노와 비난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현 정권이 총선을 앞두고 갈라치기로 지지층을 공고히 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에선 국회 마비사태에 여야 모두 책임이 있는 만큼 '김원봉 논란' 자체가 국민의 시각에서는 낯뜨겁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제가 가장 두려워했다는 의열단의 10대 규율(공약)에는 '1이 9를 위하여, 9가 1을 위하여 헌신함'이라고 돼 있다. 역지사지로 민생국회를 꾸려가야 할 여야에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10대 공약 마지막은 '배반하는 자는 처살(處殺)함'이다. 여든 야든 민의를 거스르는 폭주를 계속하다 자칫 국민의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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