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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평양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인민의 나라'를 관람했다고 4일 보도했다. 이날 공연에 최근 모습을 보이지 않던 김여정(왼쪽 두번째)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집단체조 예술공연을 함께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2019.06.04.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수행해 건재를 과시했다. 51일 만의 공개석상 재등장이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나온 ‘숙청설’도 일단락됐다. 하지만 그외 북한 협상가들의 신변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실무협상 대표였던 김혁철 대미특별대표의 경우 처형설 이후 반박 보도가 나왔지만 정확한 상황은 파악되지 않는다.
◇정치생명 끊는 '숙청'…김정은 권력기반 강화 기반=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북한 관료들의 행방에 무성한 추측이 따라 붙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한은 최고지도자 권력 강화를 위해 무수한 '숙청'을 단행했다. 북한 내에선 '숙청'이란 말을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지만 국내 학계나 정부에선 처형·해임 등 정치적 생명을 끊는 북한의 정치적 처벌을 '숙청'으로 칭한다.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후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권력 기반 강화를 위해 핵심 엘리트들을 수차례 숙청했다. 2012년 7월 ‘군부 과외교사’로 불리던 리영호 총참모장의 숙청이 시작이었다. 리 총참모장은 당시 모든 직위에서 해임된 뒤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가장 큰 충격을 안긴 건 2013년 12월 공개된 고모부 장성택 처형 사건이다. 북한 당국은 2013년 12월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을 해임·출당한 뒤 특별군사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내려 처형했다. 당시 노동신문이 밝힌 처형 사유는 군사정변 도모, 장성택 우상화, 직권 남용, 부정부패 등이다.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처형 사실을 밝힌 사실상 유일한 경우이기도 하다.
2015년에는 당시 ‘군부 2인자’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공개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참석한 ‘군 훈련일군대회‘에서 졸았다는 게 처형 사유로 전해졌다. 같은 해 최영건 부총리가 ‘성과 부진’을 이유로 처형되는 등 고위 간부 60여명의 숙청이 단행됐다는 정보가 우리 당국을 통해 흘러 나왔다.
숙청은 기본적으로 김 위원장의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행위다. 하지만 사례별로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북한내 권력 이동과 핵심 엘리트간 갈등이 연관된 경우가 많다.
리 총참모장 숙청은 군에서 당으로 권력이 이동하는 과정과 관련이 깊다. 군부 이권을 대변한 리 총참모장과 당 엘리트들의 갈등이 숙청 사태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장성택 숙청의 경우 권력투쟁이라기보단 이권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비화된 사건으로 보는 분석이 있다. 장성택 측근들의 이권 개입을 다른 정치세력이 반격하면서다. 장성택 숙청은 김 위원장으로의 권력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결과적으론 엘리트들의 충성 경쟁을 유도한 조치로 작용했다.
숙청 당한 것으로 추정됐다가 복권되는 경우도 있다. 복귀 기회가 차단된 숙청과 구별해 이른바 '혁명화 과정'이라 불리는 조치를 통해서다. 혁명화 과정은 직책을 박탈하고 지방에서 육체노동과 사상 학습을 시키는 걸 의미한다. 복귀 기회도 준다. 지난 4월 2인자 자리를 굳힌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2004년, 2015년 혁명화 조치를 당한 후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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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은 지난 4일 김 제1부부장이 하루 전 평양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 ‘인민의 나라’를 관람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 제1부부장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때까지 김정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누구보다 활발한 대외 활동을 소화했다. 하지만 4월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근신설'에 휩싸였다. 그러다가 53일 만에 공개석상에 등장한 것이다.
일각에선 이들의 등장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 내부의 책임과 문책 논의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됐다는 걸 의미하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북한 당국은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북미대화와 관련한 전 과정에 대해 검열과 총화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됐다는 얘기다.
지난 4월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통일전선부장이 김영철 부위원장에서 장금철로 전격 교체되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이 군부를 상징하는 인물인만큼 숙청을 피하고 통일전선부장직을 내려놓는 선에서 문책당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 부위원장을 보좌해 실무협상을 맡았던 김혁철 대미특대표와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이 '처형설'과 달리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CNN방송의 보도도 나왔다.
국내 한 언론이 최근 김 특별대표가 미림비행장에서 총살당했다고 한 보도를 반박한 것이다. 과거 북한의 대미협상 사례를 보면 국장급 이하 이들 실무자들이 문책성 인사 조치를 받을 가능성은 여전히 제기된다.
◇다가오는 연말 시한…G20 북미 교착 변곡점 만들까= 북한 협상가들의 숙청 여부는 북미 대화 재개 여부는 물론 협상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북한의 대미 협상라인이 자연스럽게 확인될 전망이다. 북한이 대미 협상단을 전면 교체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하다.
북미 교착을 타개할 돌파구도 현재로선 마땅하지 않다. 북한은 미국의 '새 계산법'을 요구하며 요지부동이다. 미국이 요구 조건을 바꾼 채 대화에 응하기 전에는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반복한다. 지난달 두 차례에 걸친 단거리 미사일 발사도 미국을 향한 무력시위 성격이 강하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1년을 앞둔 지난 4일 담화에서 "미국은 지금의 셈법을 바꾸고 하루빨리 우리의 요구에 화답해 나오는 것이 좋을 것"이라 재차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을 미국과 대화 시한으로 제시했다. 하반기로 넘어가면 북한의 절박감과 조급함이 어떤 형태로든 다시 드러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미 관계에 변곡점을 만들 수 있는 가시적인 재료로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G20 정상회의를 전후해 방한한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G20을 계기로 어떤 식으로든 교차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G20 참석 여부, 정상들간의 움직임 등으로 변수로 북미 대화 관련 분위기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을 지 여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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