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주세 개편 당정협의는 맥주와 탁주만 우선적인 개편 방안을 내놨다. 국회에선 지난해 국정감사 때부터 맥주만이라도 개편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소주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에 추가 논의가 막혀 있던 상태였다.  

맥주업계의 고용창출 효과나 가격경쟁력을 생각한다면 더 빨리 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 국회에서의 논의가 공전된데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다. 결국 당초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게 맥주와 탁주만 우선 개편하게 된데다 당시 소주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의 논거가 빈약했기 때문이다. 시간만 낭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맥주만이라도 먼저" 외쳤던 심기준·권성동=맥주 종량제 개편은 지난해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7월 당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소주를 포함한) 전 주종의 조세형평성을 고려해 주세법 개정을 재검토한다"고 말한 것을 여야 의원들은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심기준 의원이, 자유한국당에선 권성동 의원이 주도했다. 두 의원 모두 일자리 창출과 맥주 산업 경쟁력 확보를 근거로 맥주라도 우선 개편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의원은 "작지만 확실한 개혁"이라고 호소했고, 권 의원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뭐 하느냐"고 했다.

권 의원은 지난해 11월 맥주 주세체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고 세율을 1리터당 835원으로 하는 법안을 냈다. 이날 당정이 발표한 방안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박상진 기재위 전문위원은 "기본적으로 세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되 과세형평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권성동 안'을 평가했다.

'권성동 안'은 지난해 11월30일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논의됐다. 조세소위 위원이었던 권 의원은 법안 처리를 강력히 주장했다. 당시 속기록에 따르면 권 의원은 "정부가 일자리가 감소되는 것은 막으려고 안하고, 시간만 달라고 한다"며 "맥주 가격만 지금 그대로 유지(하면서 종량세로 전환하면) 소주 등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완강했다. 소주를 포함한 전 주류에 대한 종량세 전환 연구용역을 그해 10월 조세재정연구원에 맡겼다고 언급하며 "빠르면 내년(2019년) 2월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물론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때부터 이날까지 세번이나 주세 개편 발표를 연기했다.

◇"서민술 소주도 세금 내려야"=기재부의 "소주를 포함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 의원들도 있다. 김광림 한국당 의원은 '수요 이동'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맥주 세제가 바뀌게 되면 가만히 있던 전통주, 막걸리 등 가격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진다"며 "맥주를 안마시고 안동소주와 막걸리를 마시던 사람들이 가격이 불리하게 되면 시장이 옮겨 가게 된다"고 했다.

종량제 개편으로 맥주 가격이 하락하면 소주, 막걸리 애호가들이 가격이 저렴한 맥주를 찾게 될 것이란 주장이었다. 이같은 의견에 같은 당 소속이 권 의원이 "맥주와 소주는 대체재가 아니다"라며 "소주를 좋아하는 사람은 소주를 먹고,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은 맥주를 먹는다"고 반박했다.

'맥주 특혜'를 지적한 의원도 있었다. 당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전체적으로 다 해야지 어느 특정 주류만 하면 특혜시비가 생긴다"며 "맥주 하나만 하는 것은 이런저런 이유가 붙을 수 있어 같이 하는게 맞다"고 했다.

당시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맥주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설명했다. 그는 "업계에 그런 애로(수입맥주 대비 가격경쟁력 약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고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민 술'인 소주에 붙는 세율이 너무 높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은 기재부로부터 소주의 세율이 112.96%(부가세 포함)이라는 설명을 듣고는 "일자리도 없어 서민들은 소주도 마시고 그래야 한다"며 "서민들의 애환도 좀 생각해 줘야 할 것 아니냐"고 했다.

이에 김 실장은 "주세는 전 세계적으로 과세를 강화하는 추세"라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도 지속적으로 강화하라고 권고하는 사항"이라고 했다.

이처럼 당시 속기록상에 주세법 논의는 A4 용지 기준 4장 가량에 달하는데 대부분 기재부가 의원들에게 주세의 개념, 종량제와 종가제의 차이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상임위원들의 전문성 부족에 대한 지적도 나오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