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6월이다. 통상 7~8월은 휴가시즌으로 국회 활동이 비교적 적은 기간임을 감안하면 9월 정기국회까지 사실상 마비상태가 계속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회파행의 원인으로 꼽히는 일들은 끊임없이 쌓였다. 터진 갈등을 채 봉합하기도 전에 새로운 사건이 엎친데 덮친듯 이어졌다. 

3월 임시국회를 제외하고 반년 동안 국회를 마비시킨 결정적 사건과 장면을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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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청와대의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 임명을 두고 '코드인사'로 규정하며 모든 국회 일정 보이콧에 들어간 1월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계단 옆에 마련된 농성장에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채익, 윤재옥 의원, 나 원내대표, 안상수, 정유섭 의원./사진=이동훈 기자

◇국회파행 시발점 '조해주', '5·18망언'·손혜원 '부동산투기의혹'에 올초부터 냉랭 국회=올해 초부터 국회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내년 있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시기다. 이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문상부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기만료에 따라 조해주 후보자를 후임으로 내정했다.

곧장 조 후보자의 정치편향성 논란이 불거졌다. 야권을 중심으로 조 후보자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이 작성한 19대 대선백서에 조 후보자가 '공명선거특보'로 이름을 올렸다는 것. 하지만 조 후보자는 끝까지 실제 캠프에서 활동한 사실이 없다며 부인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에선 "이 자리만큼은 안 된다"며 "조 후보자를 그대로 임명하면 국회운영에 원활히 협조할 수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한국당의 강력 반발에도 결국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했고 이는 국회파행의 시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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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홍영표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최근 5.18 민주화운동 폄하 발언을 한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 제명과 자유한국당의 사과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2월은 정치권에 온갖 사건들이 쏟아지는 대혼란 시기였다. 야당의 공세는 한층 격화됐다. 한국당은 김태우(전 청와대 특감반원) 특검, 신재민(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청문회,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투기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조해주 선관위 상임위원의 자진사퇴 등을 정상화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민주당이 사실상 받기 불가능한 안이었다.

여기에 이종명·김진태·김순례 한국당 의원들의 5·18망언이 터지며 여야간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2월8일 국회에서 열린 '5·18 공청회'에서 이 의원이 "광주 폭동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민주화 운동이 됐다", 김순례 의원이 "종북 좌파들이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해 파문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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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3월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3월은 인사청문회, 4월은 패스트트랙… 갈 때까지 간 국회=개각대상인 장관후보자 7명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3월을 뜨겁게 달궜다. 특히 3월 임시국회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외신 인용 발언은 여당을 자극했다. 당시 연설이 진행된 본회의장은 일순간 아수라장이 되면서 4월 '동물국회'를 예고했다. 

인사청문회에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후보자의 '김학의 CD언급'에 국회가 출렁였다. 박 후보자가 2013년 3월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을 만나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별장 성폭행' 의혹 동영상이 담긴 CD를 언급하며 차관임명을 만류했다는 것. 결국 의혹제기에 그쳤고 한국당은 박 후보자의 불성실한 자료제출과 의혹 해명 등을 이유로 청문회를 거부하고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한국당은 7명의 장관후보자 중 박 후보자와 김연철 통일부 장관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했지만 문 대통령은 4월8일 두 후보자 임명을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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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의원들이 4월29일 오후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릴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여의도 국회 행안위 회의실 앞에서 누운 상태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여야는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를 두고 벌인 격렬한 몸싸움으로 갈등의 정점을 찍었다. 같은달 29일 자정과 30일 새벽,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우여곡절 끝에 각각 공수처법·검경수사권조정 관련법안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했다. 처리과정에서 벌어진 몸싸움에 여야는 국회선진화법 위반 등을 내세우며 서로 간에 100여명을 검찰에 고소 고발했다. 

국회는 완전히 멈춰 섰고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전국을 도는 '민생대장정' 장외투쟁을 벌였다. 황 대표를 중심으로 한국당 지도부는 정부여당의 경제실정과 패스트트랙 강행처리의 위법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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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 참석, 물을 마시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양정철·강효상, 양측 확실한 카드에 정상화만 어려워져=여야는 패스트트랙 처리로 단단히 꼬인 국회 파행 매듭을 풀어야하는 상황에서 '강효상과 양정철' 논란에 휩싸였다. 여당은 강효상 한국당 의원의 한미정상간 통화내용 유출을 문제삼아 맹공을 퍼붓고, 야당은 양정철 민주당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사적 만남이 부적절하다고 맹비난했다.

한국당은 양 원장과 서원장의 심야회동을 '관권선거' '총선개입' 의혹으로 규정했고 서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도 "국회 정보위를 즉각 소집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