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상이 상식을 폭로한 죄…기밀유출 논란 사건의 재구성

[the300]한미 정상 통화부터 기밀유출 논란 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밤 한미정상 통화를 나눴다/사진=뉴스1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미 정상의 통화내용을 폭로했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외교기밀 누설이라며 관련자를 처벌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강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고 강 의원은 "야당의원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봤다.

#한-미 정상의 통화 

7일 밤 10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수화기를 들었다. 4일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발사실험을 한 것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통화는 35분간 이뤄졌다. 

통화 후 청와대는 서면브리핑을 통해 "양정상이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면서 가능한 이른시기에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에 방한하는 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는 점도 밝혔다. 반면 백악관은 두 정상의 통화를 공식 브리팡하면서 식량지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를 언급하지 않았다. 

#정론관에 선 강효상 

이틀뒤인 9일 오전 10시30분. 강효상 의원이 국회 정론관 단상에 섰다. 기자들에게 사전 예고하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진행한 기자회견이었다. 

강 의원은 "미국 외교 소식통을 통해 파악했다" 며 "문 대통령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단독 방한을 거절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오지 않으면 볼턴 혼자 올 필요가 없다는 답을 (미국측에) 보냈다"며 "문 대통령이 7일 통화에서 다시 방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이 23일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자세히 공개해 논란이 됐던 강효상 의원(왼쪽)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보 입수한 강효상 

강 의원이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하루 전날인 8일 오후 12시30분. 강 의원은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참사관 K씨에게 카카오톡 보이스톡으로 전화를 걸었다. 

강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정부의 대북식량 지원을 지지한 것에 의문을 품고 사실인지를 물었다. K참사관은 한국 언론을 통해 청와대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식량지원계획을 지지했다는 내용을 밝혔기에 양국 정상의 통화요록을 본 뒤 사실관계를 확인해줬다. 

강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가능성에 대해서도 추가로 물었다. K참사관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방한이 성사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이 단정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가능성을 부정하기에 이를 바로잡겠다는 생각이었다는 게 K참사관측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강 의원이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었고 K참사관은 실수로 정상 통화요록에 나온 일부 표현을 강 의원에게 말했다.

#30년 만에 만난 친한 선·후배(?) 

K씨는 강 의원의 고등학교·대학교 후배다. 강 의원은 "친한후배"라고 표현했지만 K참사관은 대학시절 한 두차례 만났을 뿐"이라며 "30년 넘게 연락을 주고받은 일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것은 지난 2월 국회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K참사관이 미 의회 업무담당을 하면서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몇 차례 통화를 했다. K참사관은 강 의원이 정부의 대미·대북정책에 부정적 인식을 강하게 드러내는 일이 있어 정확히 상황을 안다면 부정적 인식을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강 의원과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대외비나 비밀인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다고 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 누출 논란을 빚고 있는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을 고발하고 있다./사진=뉴스1

#징계와 면책 사이 

강 의원이 K참사관과의 통화 내용을 근거로 폭로 기자회견을 하자 청와대와 외교부는 즉각 "정상 간 통화내용은 3급 국가기밀"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도 일제히 "외교기밀 누설은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소속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도 "민감한 시기에 국익을 해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외교부는 K참사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정상통화록을 유출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외교부는 27일 보안심사위원회를 열고 관련직원 3명에 대한 중징계의결을 요구키로 했다. 외교 기밀을 언론에 공개한 강 의원에 대해서도 형사고발키로 했다. 민주당도 강 의원을 외교상 기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형법 113조는 외교상 기밀을 누설한 자에 대해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으며, 기밀을 탐지·수집한 자 역시 같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강 의원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헌법 45조를 근거로 면책대상이라고 보고있다. 

#'상식'을 폭로한 죄(?)

28일 오전 12시30분. 강 의원은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입장문을 보낸다. "일본에 오는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에 오라고 초청하는 것이 상식이지 어떻게 기밀이될 수 있냐"고 항변했다. "왜곡된 한미외교의 실상을 국민에게 알린 야당의원의 당연한 의정활동에 대해 기밀 운운으로 몰아가는 것은 가당치 않다"며 "야당의원 탄압과정에서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려는 작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강 의원은 "친한 고교후배가 고초를 겪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는 안타까움도 전했다. 강 의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상식'이라 표현했다. 

K참사관 측의 설명에 따르면 강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믿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강 의원은 '상식'적인 내용을 기밀문서로 분류된 외교문서를 근거로 '폭로'해 본인은 물론 "친한 후배"마저 곤경빠뜨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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