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입원제, 적절한 치료와 환자 인권의 딜레마

[the300][런치리포트-조현병과 강력범죄]①"조현병, 적절히 치료만 받으면 되는데..."사법입원제 안하나 못하나

#지난해 말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가 정신과 진료도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경남 진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조현병을 앓던 한 40대 남성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살해하고 16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최근 중증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가 지속되자 보건복지부가 최근 중증정신질환자의 보호와 재활을 위해 사법입원제 등을 중장기적 과제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법입원제 딜레마다. 강북삼성병원 故임세원 교수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친형 이재선씨의 사례가 잘 보여준다. 

조현병 등 중증정신질환자는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치료를 받으면 정상적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그러나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고로 이어진다. 

임 교수를 숨지게한 박모씨(30)의 경우 조현병 등을 앓고 있었지만 수개월동안 통원치료를 받지 않다가 이날 진료실을 찾아 진료중인 임 교수를 흉기로 찔렀다.

창원 사건 살해 혐의자 A군은 증상이 발현된 지 1년이 지나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 약물 처방을 받았지만 복지부는 A군이 초기집중치료 기회를 상실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진주방화 살인사건 피의자 안인득도 퇴원후 외래치료 중단, 사회적 고립상태 지속 등으로 인해 문제가 커졌다고 자체 분석했다. 

이처럼 적절한 치료·보호가 없을 경우 국민안전을 위협할 수 있지만 환자의 동의없이 강제로 입원을 하는 것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 

최근 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우 법적다툼의 핵심 쟁점이 ‘직권남용’이었지만 사실 본질은 현행 강제 입원제도의 모호성에 기인한다. 

법원의 판단없이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보니 환자가 문제를 제기할 경우 보호자나 의료진이 법적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치료를 위한 강제입원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과거 정신건강복지법은 ‘본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보호자 2인이 동의하고 전문가의 소견이 있으면 강제 입원시킬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2016년 헌법재판소가 “정신질환자 신체의 자유의 침해 소지가 있다”고 헌법불합치 판결을 강제입원 절차는 더욱 까다로워졌다.

현재 환자를 강제입원 시키기 위해서는 △입원 치료 또는 요양을 받을 만한 정도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고 △입원 후 2주 이내에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에 소속된 2명 이상의 정신과 전문의에게 입원 판정을 받아야만 한다. 세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입적심)가 강제 입원이 적절한지를 따진다. 강제성, 구속력은 없다. 그러다보니 환자나 환자보호자가 입원에 동의하지 않아 이의를 제기하면 법적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어 의사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환자의 입원을 결정해야할 가족들도 심적으로 부담을 갖는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의료인이 입원의 필요성 여부를 검토하고 법원이 사법적으로 최종적으로 판단하자는 게 사법입원제 취지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국가 책임하에 중증정신질환자가 입원과 외래치료 등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인득의 경우에도 증상이 심해지고 폭력성을 보여 형이 강제입원을 시키려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직계혈족이나 배우자가 아닌 형이 입원을 신청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학회는 “30∼40대 정신질환자의 부모는 연로해 돌봐줄 여력이 없고 가족끼리 떨어져 사는 핵가족이 많다”며 “환자에 대한 책임을 가족에게 떠맡기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학회에 따르면 현재 미국, 독일 등은 사법행정체계에 의해 강제입원을 결정하는 사법입원을 시행 중이다. 영국, 호주도 정신건강심판원을 별도로 두고 강제입원 여부를 결정한다. 

입원치료를 강제하기 어렵다면 외래치료라도 해야하는데 이 역시 환자가 거부하면 강제하기 어렵다. ‘외래치료명령제’의 시행 건수는 1년에 4건에 불과하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사법입원제 도입을 골자로한 법 개정안은 두 건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한차례 심사했지만 제도를 수행할 법원의 의견을 듣고 추후 심사를 계속 진행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법안 통과를 ‘보류’했다.

사법입원제 도입을 골자로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한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법입원제가 도입될 경우 사법부에서 한해 6만~10만 건을 심사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당장 도입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표해왔다”며 “그러나 법관을 늘리는 등 다른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적절한 시기에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으면 병의 악화를 막고 환자가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자에게 국가가 치료를 명령하고 지원하는 것이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인식,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한 인식개선도 함께 병행돼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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