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1980년 광주 헬기타고 와 '사살명령'…北 침투설은 날조"

[the300]"전두환과 보안사가 사복군인 투입해 유언비어 유포·시민 극렬행위 유도"

김하늬 기자 | 입력 : 2019.05.13 17:46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9. 3.11 / 사진=광주=홍봉진 기자
전두환씨가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를 직접 방문해 시민들에 대한 '사살명령'을 내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김용장 전 주한미군 정보요원은 13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1980년 5우러21일 오후 12시를 전후로 K57(광주 제1전투비행단)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당시 미 육군 방첩부대 501 정보여단 광주파견대 군사정보관으로 근무하며 5.18상황을 미국에 보고한 당사자다.

◇전두환, 1980년 5월 헬기로 광주 방문…1시간 뒤 계엄군 사격= 김씨는 계엄군의 광주 시민군에 대한 '사살명령'을 전두환 씨가 직접 광주를 방문해 내렸다고  밝혔다.

김 씨는 "전 사령관은 헬기를 타고 왔고, 오자마자 K57 비행단장실에서 정호용 특전사령관, 이재우 505 보안대장 등74명이 회의한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씨에 따르면 전두환이 광주를 다녀간 당일 오후 1시쯤 광주 전남도청 앞에서 계엄군의 집단발포가 있었다. 김씨는 "전 전 대통령이 도착한 당일과 27일 두 차례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전두환의 방문 목적은 사살명령이었다고 생각된다"며 "당시 회의에서 사살명령이 전달됐다고 하는 것이 제 합리적인 추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전두환이)헬기를 타고 왔기 때문에 비행계획서를 파기하지 않았다면 자료가 남아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5.18 당시 ‘광주사태 처리수사국 국보위 특명단장’이던 허장환 전 505보안대 정보요원도 자리했다. 그는 1988년 광주 청문회에서 “광주사태의 사전조작 및 발포 책임자는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라는 양심선언을 했다. 

허씨는 전일 빌딩 헬기사격과 관련 "(시민군이 있는) 도청을 은밀하게 진압하러 가는 과정에서 건물에 저격병이 있다는 첩보를 듣고, 헬기로 저격병을 저격하는 작전을 구상했다"며 "'호버링 스탠스'(헬기가 한 자리에 멈춰 비행하는 것)에서 사격했다"고 증언했다.

전두환의 사살명령에 대해서는 “발포명령을 하지 않았다는 (전두환씨의) 말이 맞다. 전씨는 발포명령권자가 아닌 사격명령권자”라고 했다. 발포명령은 목숨이 위험할 경우에 발포하는 자위적 조치다. 허씨는 “그 사격을 제가 직접 목도했다. '앉아쏴 자세'에서의 사격은 절대 자위적인 것이 아니었다"며 "전두환이 사살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은 계획된 시나리오였다’ 기자회견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 미육군 501정보단 정보관으로 활동한 김용장 씨가 증언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광주 북한군 600명 침투설은 "전두환이 만든 날조"=특히 김씨는 자유한국당 측에서 제기하는 광주 북한군 침투설에 대해 "전두환이 허위날조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당시 미국 정찰위성 2대와 공군 조기경계관제시스템(AWACS)이 광주와 한반도를 정밀 감시해 북한국이 침투할리 만무했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북한 특수군 600명이 미군의 첨단감시망을 피해 광주로 들어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북한군이 침투했다는 보고는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군 600명이 침투하려면 잠수정이 약 30척 필요한데, 당시 북한은 그 정도 규모의 잠수정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씨는 "북한 특수군이 했다는 방화, 총격, 장갑차는 일반 시민이 했다고 보기는 극렬한 행위인데 남한 특수군이라고 부르고 싶다. 특수군이 직접 벌인 소행이라고 추정하고 있다"며 "유언비어 유포 역시 이들이 시민으로 위장해서 벌인 거로 본다. 빌미 만들기 위한 고도 공작을 전두환이 벌인 것이다"고 주장했다.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은 계획된 시나리오였다’ 기자회견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 미육군 501정보단 정보관으로 활동한 김용장 씨(오른쪽)가 증언하고 있다. 왼쪽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보안사 505보안대 특명부장으로 활동안 허장환 씨.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당시 보고서 존재…정부 요청하면 나올 것= 김씨는 이 내용을 포함한 40여건의 첩보를 미국 정부에 공식 보고했다. 김씨 등의 첩보는 정보보안사령부를 통해 국방성이 취합했고 백악관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당시 수집한 40여건의 정보를 미국 국방성에 보고했고, 그 중 5건이 백악관에, 3건이 지미 카터 당시 미 대통령에 보고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광주 국군통합병원에서 이뤄진 시신 소각, 헬기사격, 광주 교도소 습격, 공수대원에 의한 성폭행도 제 첩보 40건 속에 들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5.18 당시 보고서가 국무성, 국방성에 갔고, 비밀해제가 됐다. 중요한 부분은 먹칠돼 읽어볼 수 없게 됐는데 정부가 요청하면 제가 쓴 보고서 당연히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민 행세를 하던 사복 군인들이 실제로 존재했다. 제가 첩보를 입수하고 찾아가 눈으로 확인한 후 30∼40명가량으로 보고했다"며 "나이는 20∼30대 젊은이들이었고 짧은 머리에 일부는 가발을 썼다. 얼굴은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고 거지처럼 넝마를 걸친 사람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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