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처럼"vs "택시처럼"…7년만에 뒤바뀐 운명

[the300]버스업계 속내는 '택시-카풀 사회적대타협기구' 수준의 정부지원?

김하늬 기자 | 입력 : 2019.05.13 17:34
서울시버스노조가 9일 오후 버스 파업 찬반여부를 결정하는 투표를 실시한 가운데 서울시 은평구의 한 공영차고지에 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지난해말 택시업계가 카풀(Car-pool)도입을 반대하며 파업을 단행했던 때 버스는 '비상대기·연장운행' 으로 대중교통역할을 다했다. 6개월만에 '공수'가 바뀌었다. 이번엔 버스가 파업을 결의했다. 

◇2012년 무산된 택시업계의 꿈… '버스처럼'  = 7년 전인 2012년. 버스는 택시의 '로망'었다. 택시업계는 "함께 살자"며 버스와 대등한 지위를 요구했다. 대중교통으로 지정해달라는 요구였다. 대중교통으로 지정되면 각종 명목으로 재정지원을 받게 된다. 당시 추산 1조원에 달했다. 

정치권은 즉각 반응했다.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라는 굵직한 정치 이벤트가 있던 시기였다. 갓 출범한 19대 국회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대중교통법)을 발의했다. 법안이 빠르게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되자 버스업계는 '운행 중단' 시위까지 하며 결사항전했지만 결국 가결됐다. 

2013년 초 반전이 일어난다. 대선이 끝나고 선거 부담에서 자유로워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회가 통과시킨 법에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렇게 '택시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이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며 제3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개최한 20일 오후 서울의 한 택시회사 차고지에 운행을 멈춘 택시들이 가득차 있다.2018.12.2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버스, 준공영제 정착…세대교체 성공 =이 시기를 전후해 버스는 '세대교체'를 어느정도 이뤄냈다. 2004년 서울시가 최초로 도입한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대전, 대구, 광주, 경남 등으로 확산되면서다. 

민간업체 중심이었던 버스운영체계에 '공공'을 집어넣었다. 노선 설정은 지자체가 하고 버스 회사는 이에 따라 운영하되 수익금은 운행 실적에 따라 배분 받는 방식이다. 지자체는 손실을 보전해주는 대신 운송수입금 확보를 위한 급발진이나 앞지르기, 무정차통과, 과당 경쟁 등 서비스 저하를 제한했다.

버스기사 처우도 대폭 개선됐다. 지자체들이 버스기사 전용 교육프로그램 등을 마련하면서 '젊은 피' 수혈로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고임금이 보장되는 시내버스의 경우 30~40대 기사들이 최대 6개월의 이내 교육을 마치면 투입된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국내 개인택시 평균연령은 60대 이상, 법인택시도 55~60세 사이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을 반대하는 택시업계의 집회가 열린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 버스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2018.12.2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9년, 버스의 롤모델이 된 택시= 2019년. 이번엔 택시가 버스의 '롤모델'이 됐다. 택시업계가 카풀(Car-pool)서비스 반대 투쟁과 파업을 강행하자 정부와 집권여당이 '택시-카풀 사회적대타협기구'를 만들어 지원을 약속한 결과다. 

정부, 여당 업계가 참여한 대타협기구는 △택시업계 월급제 시행 △사납금제 폐지 검토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공동개발 등을 담은 합의안을 채택했다. 택시 파업을 목격한 버스기사들은 대타협기구가 발표한 '공생의 합의'에 착안했다.

버스 노조의 파업 명분은 주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임금 손실 보존이지만 이면에는 '택시-카풀 대타협기구' 손익계산서가 존재한다. 법인택시 월급제 전환 지원정책과 비슷한 버스기사 임금 보전 정책, 국토부 중심의 '택시산업 발전방안' 과 같은 정부의 버스산업 준공영제 대책 보완, 고령택시 운전자 '출구지원책'과 대등한 고령 버스기사 지원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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