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의 '맘고생', 이인영의 '채찍질'…관료들 움직일까?

[the300]김수현 실장과 나눈 '복지부동 관료' 속내, 관가 등 해석 분주…李 "정부, 여당 뒷받침하라"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민생현안 회의에서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2019.5.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료들을 비난한 게 아니라 좀 더 열심히 하자는 채찍질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다. 답답한 심정이 와전된 것이다."

주말 사이 정치권과 관가에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나눈 '속내'가 화제였다. '복지부동'의 관료들을 비판한 내용이었는데 당청이 관료들과 갈등하고 대립한다는 인상과 논란을 낳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12일 '비난'이 아니라 '채찍질'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원내대표가 최근 임명한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도 "개인적으로 말하다 보면 말이 튀기도 한다.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고 했다.

지난 8일 선출된 이 원내대표는 10일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서 김 실장 옆에 앉았다. 회의 시작 전 이 원내대표는 김 실장에게 "정부가 안움직이는 것은 제가 다 (하겠다)"라고 말했고, 김 실장은 "그래 주시죠. 2주년이 아니라 4주년인 것 같다"라고 했다.

회의를 취재하는 방송사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나눈 말들이었다. 이후 발언이 알려지면서 다양한 해석들이 잇따랐다. 

당장 운동권 출신의 이 원내대표가 관료들의 군기잡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김 실장이 말한 '4주년'은 정권의 국정과제와 핵심정책을 중앙부처에서 적극 추진하는 2주년이 아니라 레임덕 상황 같은 4주년이라는 불만 또는 하루가 1년처럼 맘고생이 심한 힘든 시간 등의 뜻으로 해석됐다. 

국민이 선출한 청와대와 여당, 그리고 강력한 시스템으로 굳어진 정부부처 사이의 관계는 언제나 복잡하다. 문재인정 부출범 이후에도 양쪽의 기싸움과 물밑 갈등은 어느 정도 있어 왔다. 여권 인사들은 부처 관료들의 소극성을 아쉬워했다. 여당 보좌진들 사이에서도 "관료들의 정책 준비나 보고가 부실하다", "매번 다그쳐야 움직인다"는 볼멘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관가 역시 불만은 적잖았다. "여권이 관료들의 전문성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 "10년 간 국정운영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감이 부족하다"는 등의 토로가 나왔다.

이 원내대표와 김 실장의 대화는 특정 부처를 지목해 더 논란이 됐다. 이 원내대표가 "국토교통부도 그렇다. 김현미 장관이 없는 사이 자기들끼리 엉뚱한 짓(을 했다)"고 하자, 김 실장은 "이번에 버스 (파업) 사태가 난 것도 (문제)"라고 했다.

당장 국토부에 불똥이 튀었다. '엉뚱한 짓'이 무엇인지를 두고 여러 추론이 있었다. 김 실장이 버스 파업 사태를 언급했기 때문에 이를 막지 못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 수석부대표는 이와 관련, "국토부가 현안인 집값 안정 대책과 신도시 발표 등 많은 업무량 때문에 버스기사 근무시간이나 버스요금에 대한 대책에 소홀히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버스요금을 인상해 해결한다는 식이었으니 답답한 심정이 있어서 그런 마음이 단어적으로 와전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인사는 "총선을 앞두고 지역 곳곳에선 다양한 민원 해소 요인들이 많은데 국토부는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영향력을 크게 미치는 중앙부처로 민원의 고리를 적극적으로 풀어줘야 한다"며 "그러나 국토부 등 부처들의 소극성으로 지역 현장에서 민원들이 잘 풀리지 않는데 따른 답답함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에선 당청과 관료들의 갈등관계가 해소돼야 2주년을 넘어선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 추진 등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공감한다. 앞서 2년 동안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있었으니 앞으로는 '일'에 집중해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 원내대표의 말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 원내대표의 "제가 다 (하겠다)"는 말도 빈말이 아닌 듯하다. 그는 12일 열린 고위당정청협의에서 "당정은 아주 훌륭한 하모니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소통과 조율을 강화해야 한다. 민생입법과 개혁과제 실현을 위해 당의 주도성을 지금까지보다 더 높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당정협의에 보다 적극적 자세로 임해주고, 당의 능동적·주도적 역할을 경우에 따라 뒷받침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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