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봇물터진 '한국당 해산' 청원…통진당 판례 대입해 봤더니

[the300]헌재, 통진당 '민주적 기본질서' 심각한 위반 판단...한국당 '헌정 체계 파괴' 단정은 어려워

자유한국당을 해산하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30일 오후 117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관련 청원 인원(119만명)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기록이 코앞이다. 청원인은 “국민의 막대한 세비를 받는 정당이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지 못하도록 사사건건 방해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가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을 판결한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통진당 정당해산 판례를 한국당의 사례에 적용할 수 있을까.

 

[검증대상]

 

2014년 통진당 정당해산 사례를 한국당의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

 

[검증과정]

 

◇헌법, 정당 목적·활동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시' 해산 제소 

 

헌법 8조4항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해산을 제소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법은 55조부터 60조까지 ‘위헌정당해산심판제도’를 규정한다. 59조는 “정당의 해산이 명하는 결정이 선고될 때에는 그 정당은 해산된다”고 헌재 결정의 효력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성낙인 전 서울대학교 총장은 2018년 개정해 출판한 헌법교과서에서 정당해산제도를 “헌법파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제도”라며 “민주적 정당 제도를 육성하는 제도”로 정리한 바 있다. 권영성 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2009년 헌법교과서에서 이를 ‘방어적 민주주의’로 정의하면서 “헌법과 민주주의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헌재 "통진당 추구 北사회주의 '민주적 기본질서'와 충돌"

 

통진당 사례를 보면 정당해산이 가능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정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반할 경우 △그 위반 정도가 심각한 경우 △질서를 위반한 정당이 국회 내에서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다. 헌재는 2014년 "통합진보당이 추구하는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는 인민민주주의 독재와 수령론에 기초한 1인 독재가 핵심"이라며 민주적 기본질서와 충돌한다고 결정했다. 


통진당의 활동 중 '내란관련 사건, 비례대표부정경선 사건, 중앙위원회 폭력 및 지역구 여론조작' 등의 사건은 “의회제도와 법치주의 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통진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활동 모두 ‘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재는 통진당이 사회에 실질적으로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원내정당 세력이라는 점도 해산의 근거로 들었다.

 

◇한국당 국회운영 방해, 헌정체계 파괴 판단 단정 어려워


헌재의 통진당 해산 판단 근거를 한국당에 대입하면 어떨까. 한국당을 해산하라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한국당이 원내 제1야당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당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청원인이 내세운 해산 근거는 △정부 입법 방해 △소방 예산 삭감 △정부 정책을 시행하지 못하도록 사사건건 방해했다는 내용 등이다.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는 야당 역할의 영역으로 판단할 만한 여지가 더 많다. 한국당의 장외투쟁과 회의 방해가 통진당 때 논란이 됐던 ‘내란 선동 혐의’에 준하는 정도라고 판단하는 것도 무리다. 요컨대 한국당이 국회 운영을 '방해'했다고 판단되더라도 헌정체계를 파괴하려는 '자유의 적'이라 볼 근거가 되긴 어렵다. 

 

[검증결과]

 

정당해산제도의 취지와 통진당의 판례를 봤을 때 한국당의 정당해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한국당의 활동이 관례적인 야당의 역할을 크게 벗나 헌정 체계의 전복을 획책했다고 보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다만 역대 최대에 육박하는 해산 청원에는 '동물국회' 재연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정치적 단죄 여론이 반영돼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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