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에 선 文 "비맞은 것보다 제대로 못봐 아쉬워"

[the300]직접 우산쓴 채 '평화의 길' 걸어 "노무현 前대통령 근무한 곳"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강원도를 방문, DMZ(비무장지대) 긴장완화와 남북평화의 상징으로 조성한 둘레길 '평화의 길'을 다양한 계층의 국민들과 함께 직접 걸으며 한반도 평화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평화의 길은 27일 개방된다. 문 대통령은 하루전, 그중 고성 해안길을 직접 걸어보고 해안길이 끝나는 ‘금강 통문’ 앞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솟대를 설치했다.
【고성(강원)=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전망대로 이동하고 있다. 2019.04.26. pak7130@newsis.com

문 대통령은 지역 경제인과 오찬을 마치고 오후 3시경, 차량을 타고 진입로 철책문에 도착했다. 산악인 오은선, 배우 류준열씨 등 함께 걷기로 한 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문 대통령과 일행이 문을 열고 걸어서 이동하기 시작하자 육군 22사단장은 ‘평화의 길’ 조성 경위를 설명했다. 평화의 길은 육군 22사단 관할이다.

바다 해안선과 나란히 이어진 길의 바닥은 모래로 비포장이었으며 길 주변에 철조망과 지뢰 표시가 있었다. 길 주변 공터 한쪽에 쓰러진 굴삭기도 보였다. 관계자에 따르면 전봇대 공사를 하다 굴삭기가 지뢰를 밟았다고 한다. 다만 우리 군과 유엔사는 ‘DMZ 평화의 길’ 개방 전에 안전에 대해 철저히 협의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길 중간에 나무로 된 전망 데크가 나타났다. 그 위에서 고성 지역 초등학생 2명, 방송활동으로 국내에도 알려진 중국인 왕심린 씨, 러시아인 일리야 벨리코프 씨 등이 문 대통령을 맞이했다. 일행이 북쪽을 바라보자 오른쪽으로 해금강이, 왼쪽 능선으로 북측의 통일전망대가 나타났다. 북측 전망대 주변의 산은 6·25때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데크를 내려가 길을 따라 걸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문 대통령은 직접 우산을 들었다. 그러면서 "(우리쪽) 통일전망대까지는 와봤는데, 여기는 처음"이라고 감회를 말했다. 

문 대통령은 소원카드를 쓸 수 있게 준비된 공간에 도착하자 한반도 모형 플라스틱판에 ‘평화가 경제다. 2019.4.26 문재인'이라고 적었다. 이걸 한반도 지도 형태로 제작된 소원나무에 걸었다. 

문 대통령은 솟대 설치를 위해 정경두 국방부장관 등과 함께 걸어가며 "여기서, 22사단이 옛날에 노무현 대통령이 근무했던 곳"이라며 "그때는 22사단은 아니었는데"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가 "그때는 12사단제였는데 지금은 22사단"이라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예, 노무현 대통령이 근무했던 곳"이라고 말했다.

솟대 설치 장소에 도착하자 노규덕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은 "예로부터 솟대는 마을 입구에서 액운을 몰아내고 행운을 상징한다"며 "오늘 솟대에는 '평화로 가는 길 이제 시작입니다'라고 쓰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류준열씨가 함께 솟대봉에 현판을 걸었고 일행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비가 계속 내리면서 문 대통령 기념사 발언은 생략했다.
【고성(강원)=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강원도 고성군 'DMZ 평화의 길'에서 배우 류준열씨와 함께 솟대에 푯말을 설치하고 있다. 2019.04.26. pak7130@newsis.com

문 대통령은 금강산전망대도 방문, 주변을 둘러봤다. 비가 계속 내려 시야가 좋지 않았다. 22사단장은 "내달 중 전망대 테라스 10m를 연장해 좀 더 많은 방문객들이 북녘을 조망할 수 있게 하고, 엘리베이터도 설치해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이 편히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 그러면서 "오늘 비 맞은 것은 조금도 아쉽지 않은데, 제대로 못 본 게 아쉽다"고 밝혔다. 뒤에 선 초등학생들에게는 "다음에 또 만나자"고 말을 건네고, 이곳 장병들과 악수하며 격려한 뒤 전망대를 떠났다. 문 대통령은 이걸로 강원 방문 일정을 마쳤다.

이날 강원 방문은 '전국경제투어' 여덟번째 일정이면서 4.27 판문점 정상회담 1주년을 앞둔 '평화경제' 행보다. 문 대통령은 앞서 고성·속초 산불 피해 이재민 거주시설과 산불 복구 현장을 각각 방문했다. 소상공인 등 지역경제인과 동해안 최북단 어장서 잡은 횟감으로 점심식사를 하며 현장 목소리를 청취했다. 오찬 후엔 고성DMZ박물관에서 열린 강원비전 전략보고회에 참석한 다음 평화의 길을 걸었다.

도보 체험에는 국립공원 홍보대사 오은선씨, 그린피스 후원을 꾸준히 해 온 배우 류준열 씨, 강원도교육청 DMZ 생태학교로 지정된 거진초등학교 학생들이 함께했다. 중국인 왕심린, 러시아인 일리야 벨라코프 씨를 초청한 건 세계가 남북평화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드러낸 의미다.

평화의 길은 한국전쟁 이후 65년 동안 민간출입이 제한됐다. 지난해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휴전선 서부 지역에서는 ‘평화의 뱃길’이, 중부 지역에서는 유해발굴. 동부지역에선 ‘DMZ 평화의 길’이 각각 추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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