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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국회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기준을 맞추기 위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을 추진한다. 전날 정부가 입법 전 ILO 협약 비준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공식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노조 전임자의 임금지급 금지조항이 폐지된다. ILO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을 노사 결정에 따를 문제로 판단하나 국내 노조법은 이를 금지한다.

교섭단체 창구단일화 제도도 사라진다. 대법원은 단체교섭을 '노동 3권'의 핵심 권리로 인정하나 해당 제도가 일부 현장에서 노무관리수단으로 악용된다고 이 대표는 봤다. 또 △대표 교섭단체의 지위 유지 기간 △교섭단체 분리 기준 △이중 가입 △조합원 수 산정 등을 놓고 현장의 혼란이 가중된다고 설명했다.

대체인력 투입을 규제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ILO 전문가위원회와 결사자유위원회는 파업 중 대체인력 투입을 제 87호 협약과 결사 자유 원칙에 어긋난다고 해석한다. 그럼에도 현행 노조법은 공익사업을 광범위하게 지정해 파업권이 제한된다고 이 대표는 밝혔다.

또 개별 기업을 넘어서 산업별, 지역별, 업종별 노사 간 단체교섭도 가능하게 했다. 이 대표는 직장 점거의 핵심 원인은 기업별 노조에 있다고 보고, 다양한 형태의 노사 교섭이 쟁의 형태를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이 대표는 ILO 협약 비준의 시급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같은 입법에 나섰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해당 안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정부의 ILO 협약 비준을 부추긴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1991년 ILO에 가입하고도 '선입법 후비준' 원칙을 강조하며 해당 비준을 미루는 상황이다.

실제 고용노동부는 전날 이같은 방침을 분명히 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논의해온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의견을 나타낸 적은 있으나 정부의 공식 입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안 처리 가능성은 미지수다. 올들어 국회는 극심한 여·야 대립으로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며 각종 민생 법안 처리가 멈춰선 상황이다. 특히 탄력근로제 확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등 노동 법안 처리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

이 대표는 "20대 국회 들어 노조법 개정심사는 단 한차례도 이뤄지지 못했다"며 "국회 직무 태만으로 법의 사각지대에서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ILO 협약 비준 절차에 돌입하고 국회는 노조법 개정 심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