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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담당 재판과 관련된 기업 주식 35억원어치를 보유했다는 의혹을 받은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임명되면 (주식을) 조건 없이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의원들은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 여부를 며칠 더 의견을 조율하며 결정하기로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마친 후 이같이 여야 합의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주식 관련 의혹이 일자 남편과 상의해 매각할 뜻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약 46억원으로 신고된 재산 중 35억원어치가 주식인 데 대해 지적받았다. 이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초반에는 주식 보유 의혹에 "재산관리를 남편이 주로 했다"며 "남편이 종목이나 수량을 정해 제 명의로 거래했다"고 말했다.

이날 이 후보자 부부의 주식 투자 종목 중 OCI 계열사인 코스닥 상장사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 등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법관 출신 변호사인 이 후보자 남편이 OCI 관련 사건 재판을 맡았고 이 후보자 본인도 이들 회사가 참고인으로 관련된 재판을 맡은 적 있어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가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이 후보자는 이를 부인했다. 이 후보자는 "지금까지 주식 거래를 해오면서 어떤 위법성이 있거나 내부자 정보 이용이나 이해충돌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의혹이 계속되자 청문회 후반부에는 울먹이며 답변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계속 의구심을 나타냈다. 특히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본인은 헌법재판관이 되고 남편은 수사받아서 이 부분 의혹을 정확히 털고 갈 수 있느냐"며 "이 후보자 남편을 고발조치하겠다. 수사 받고 어떻게 되는지 보자"고 밝혔다.

오 의원은 "주식을 다 처분한다고 해서 헌법재판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도 동의할 수 없다"며 "그럼 그것을 매각해서 은행에 갖고 있을 것이냐, 오히려 더 비양심적"이라고도 말했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도 이 후보자가 이테크건설 주식을 보유한 채 이테크건설이 참고인으로 연관된 재판을 맡은 점을 문제삼았다. 삼성화재가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이 사건에서 이테크건설은 삼성화재의 피보험자인 군장에너지의 최대주주로 참고인 자격이었다.

주 의원은 "후보자와 배우자가 이테크건설 주식을 보유한 상태였으므로 재판 회피 신청하는 것이 맞았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법리적으로 검토하면 이 판결로 이테크건설이 피해 입거나 이익을 얻은 것이 없다"며 "법상으로도 회피 사유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는 또 "당시에는 이테크건설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을 못했다"며 "재산신고를 일일이 손으로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서 종목 확인을 못했다"고도 밝혔다.

여당 의원들은 법관으로서 재산 대부분이 주식인 것을 지적하면서도 내부자 거래가 없었을 것이라는 이 후보자 발언은 변호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주 의원이 문제 제기한 사건 판결에 대해 "오히려 후보자가 이테크건설에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고 했다.

여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도 "후보자 월급은 생활비로 썼고 남편이 번 돈이 재산 증식으로 들어갔다고 했다"며 "10년 동안 25% 마이너스여서 후보자와 배우자(남편)이 주식을 통해 재산 증식했다는 것은 틀리다"고 주장했다.

다만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저도 검사를 했지만 공무원은 주식하면 안 된다고 배웠다"며 "국민들은 판검사 정도면 고위공직자라고 생각하고 일반인이 접하기 힘든 정보를 안다고 생각해서 주식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증여세 탈루 의혹도 제기됐다. 이 후보자 부부가 자녀들 명의로 펀드를 가입해 매달 30~50만원 씩 3년간 납부해 증여세 납부 기준인 2000만원 이상 증여했고 세금을 뒤늦게야 일부만 납부했다는 의혹이었다.

이은재 한국당 의원은 "증여세법에 따라 상속세는 증여 후 3개월 이내에 자진납부하게 돼 있는데 엄연히 증여세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주식 거래를 위한 부부간 증여세 탈루 의혹 제기도 이어졌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배우자 간 증여도 6억원이 한도인데 말씀하신 것을 보면 (현금 기준) 6억원은 안 되지만 주식 거래로만 보면 6억원이 넘는다는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청문회에서는 헌법 재판 현안에 대한 사고 검증도 이뤄졌다. 이 후보자는 지명 당시 '서울대 출신·50대·남성' 위주의 헌법재판관 고정관념을 깨는 지방대 출신·40대·여성으로서의 상징성을 가진다고 평가 받았다.

이 후보자는 이와 관련 "여성 권리가 신장됐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양성평등이 이뤄졌다고 보지 않는다"며 "여성 헌법재판관으로서 여성 권리보장과 사회적 소수, 근로자 권리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인권 이슈로 양성평등을 꼽았다. 이 후보자는 여성 경력 단절을 "근로권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요소"라고 주장하며 "남성 여성 모두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제도가 정비돼야 하고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평소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또 사법부 '전관예우'와 관련, "재판을 경험한 국민이 그런 것을 느꼈다면 전관예우가 없다고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자는 "공직에서 물러나면 영리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후보자의 이같은 답변에 야권이 반박했다. 주 의원은 이 후보자 남편이 대형 로펌 변호사로서 매년 평균 세전 5억3000만원씩 소득을 올렸다면서 "후보자 배우자야말로 전관예우의 중심에 있던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오 의원도 "여성 판사로서 여성 인권 보호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지방대 출신으로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입증해야지 다양성 확보 이유만으로 임명해야 하느냐"며 "대한민국이 그 수준밖에 안 되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