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이 밝힌 '김학의 CD' 전말…여전한 미스터리

[the300]민갑룡 청장, 국회서 "靑에 범죄정보 보고했다…박영선 CD, 수사라인서 준 것 아냐"


민갑룡 경찰청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경찰 수사라인에서 흘러 나간 것은 아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확인했다는 이른바 '김학의 CD'에 대해 이같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박 후보자는 2013년 3월13일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만나 김학의 법무부 차관 내정자의 별장 성접대 동영상 CD와 관련한 얘기를 나눴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 청장은 이날 같은 해 3월18일 내사에 들어가고 이튿날인 19일 동영상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다만 2013년 1월부터 관련 첩보(범죄정보)를 수집하고 있었고 청와대에 내용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1월부터 3월19일 사이에 수사라인이 아닌 경찰 내 누군가 문제의 CD를 박 후보자(당시 국회 법사위원장) 등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알 수 없고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할 사안"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민 청장은 김학의 사건과 별도로 버닝썬 사건의 수사 대상에 현직 경찰 6명이 올라있다고도 밝혔다.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과 정보위 간사인 김민기(더불어민주당)·이은재(자유한국당) 의원은 2일 정보위 전체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민 청장이 국회에 설명한 내용을 이같이 전했다.

◇'김학의 CD' 경찰은 언제봤나, 사건의 재구성=박 후보자와 박지원 의원이 그동안 김 전 차관의 임명 이틀 전인 2013년 3월13일이 되기 이전에 해당 CD를 입수했다고 주장한 가운데 이날 정보위에서는 경찰이 영상을 언제 어떻게 입수했는지, 범죄를 언제 인지했는지에 대해 질의가 오간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정보위에 따르면 경찰이 범죄정보 수집차원이던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내사로 전환한 것은 2013년 3월18일이다. 통상 내사는 피의자로 '입건'되는 수사의 전 단계지만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할 때 실시한다.

3월18일은 김 전 차관 임명 3일 후다. 경찰은 바로 다음날인 3월19일 수사부서에서 해상도가 떨어지는 영상을 입수하고 같은 달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화질이 좋아 얼굴 인식이 바로 가능한 영상은 그 해 5월1일 입수했다.

다만 경찰은 같은 해 1월부터 범죄정보 수집 형태로 관련 첩보를 입수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날 의원들에 따르면 경찰은 김 전 차관 임명 전 청와대 민정 라인이 '내사 여부'를 물어왔을때 당시는 내사 개시(3월18일) 이전이어서 내사는 부인하고 "범죄정보 수집 중"이라고 얘기했다고 민 청장이 밝혔다. 사실상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을 청와대에 알려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2012년 11월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내연녀로 알려진 A씨가 윤씨를 고발한 것이 이 사건의 발단이라고 밝혔다. 윤씨의 벤츠 차량에서 발견된 노트북에 김 전 차관이 찍힌 영상이 있었고 이것을 재촬영하는 과정에서 화질이 낮아졌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저해상도 영상을 분석한 국과수에서는 "김 전 차관과 동일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고 이 위원장이 경찰 보고 내용을 전했다.

◇여전히 남는 미스터리=박 후보자를 비롯해 CD를 공유했다는 박지원 의원이 경찰 담당 수사부서보다 먼저 어떻게 김 전 차관 CD를 입수했는지 그 경로에 대해서는 이날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이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민 청장이 '경찰이 (박 의원 측에) 전해줬다고 했지만 자기는 그것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도 정보라인을 포함한 다른 조직에서 CD를 먼저 확보했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렇게 이해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킥스(KICS·형사사법기관 전자업무 관리 시스템)에 등록된 시점부터 내사라는 것이고 범죄 첩보를 입수하는 건 (내사와 별개의) '범죄정보 수집'이라는 것이 경찰 설명"이라며 "수사부서가 아닌 정보부서에서 김 전 차관 영상이 담긴 CD를 갖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보위에서는 김 전 차관 수사와 관련해 경찰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외압이 있었는지도 질의가 있었지만 의혹 해소가 이뤄지진 않았다.

경찰은 내사 착수 후 2개의 동영상을 확보하고 '윤중천이 촬영했다'는 피해 여성의 구체적인 진술을 토대로 김 전 차관과 윤씨를 검찰에 특수강간 혐의 등으로 기소 송치했다고 이날 보고했다. 하지만 김 전 차관과 윤씨에 대해선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로 결론 났고 외압이나 부실 수사 의혹이 계속 제기돼 왔다.

이 위원장은 "경찰의 강변은 '뚜렷한 동영상(5월에 확보한 영상)과 피해자 진술 등 이 정도면 혐의가 소명될 것이란 판단으로 시효 때문에 급하게 송치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민 청장도 외압을 부인하지는 않는 듯한 뉘앙스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민 청장은 이날 관련 질의에 "당시 수사담당자들이 (어디선가) 전화를 받고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다. 외압에 휘둘리지 않고 수사했다'고 진술했다"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민 청장의) 행간을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버닝썬 사건에 현직 경찰 6명 이상 수사대상 =경찰은 이날 정보위에 버닝썬 사건 유착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현직 경찰관이 윤모 총경을 비롯해 6명이 있다고도 밝혔다.

이 의원은 "미성년자 출입 사건 처리 과정에서 경찰 유착 의혹 관련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 1명을 입건했다. 또 '경찰 고위층·경찰총장' 비호 의혹 관련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3명이 입건됐다"고 말했다.

또 이 의원은 "성동서 정모씨 부실수사 관련 직무유기 혐의로 1명이 입건됐다. 그 다음에 신고자 김모씨의 피의사실 공표 등 고소 사건 관련 피의사실 공포 등의 혐의로 1명이 입건됐다"고도 설명했다.

전직 경찰관 중에도 수사를 받는 인물이 있다고 경찰은 보고했다. 이 의원은 "전직 경찰관 중에서 수사 대상자가 1명 있다"며 "미성년자 출입 사건 처리 과정의 경찰 유착 의혹과 관련해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알선수재 혐의로 전직 경찰관 1명이 구속됐다"고 말했다.

연루된 경찰관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아직 입건되지는 않았지만 내사를 받고 있는 경찰들이 있어서다. 이 의원은 "현직 경찰관 중 내사 대상자가 2명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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