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31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아들 호화 유학 및 해외 부실학회 참석 의혹 등으로 논란이 제기된 조동호 과학기술통신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발표를 하고 있다. 한편 부동산 투기와 자녀 편법 증여 의혹으로 자질 논란이 제기된 최정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는 이날 자진 사퇴했다. 2019.3.3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진=(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최근 사석에서 가장 많이 얘기한 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 의원출신 장관들의 복귀였다. 1기 내각에서 사력을 다해 일했던 의원들이 당으로 돌아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또 그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칠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한달 반 앞으로 다가온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누가 원내대표로 선출되느냐에 따라 각 의원들의 공천 등 선거 전략도 달라진다. 

하지만 지난 28일 공직자 재산공개 이후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여당인 민주당은 그전까지만해도 이번에 내정된 7명의 장관 후보자가 대체로 임명될 것으로 봤다. 지난 25~27일 3일에 걸친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의원들끼리 “문제가 있는 장관 후보자가 있다”는 얘기를 했지만, 임명은 전적으로 문 대통령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임명하면 된다. 물론 무리수를 둬야하는 결정이 따라야 한다는 걸 가정하면 그렇다.

재산공개가 되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으로 모든 시선이 쏠렸다. 그가 지난해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매입한 26억원짜리 상가가 문제였다. 부동산 투기를 잡으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하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 대변인은 다음날 전격 사퇴했다. 민주당의 기류도 이때 달라졌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9일 “청문회 과정에서 국민들이 보시기에 부족한 점이 있는 후보들도 있었다”며 일부 후보자의 낙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내 분위기도 안좋았다. 일부 의원들은 조 수석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부동산 문제가 심각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해야한다는 얘기를 한 의원들도 있었다. 달라진 여당의 기류는 29일과 30일 그대로 청와대에 전달됐다. 청와대는 당의 이런 분위기를 심각하게 봤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김의겸 대변인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의원들이 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문제를 당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청와대도 당의 그런 분위기를 전달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청와대가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내년 총선까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당 지도부에 언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부동산 문제가 컸던 최 후보자는 31일 자진사퇴 형식으로 낙마했다. 청와대는 또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야당은 일제히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을 지적했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를 요구했다.

7명의 장관 후보자 모두 임명될 것으로 봤던 민주당은 야당의 이런 공세에 난감한 표정이다. 3선의 한 중진의원은 “방귀가 잦으면 결국 일이 터진다”며 “그동안 인사청문회때마다 얼마나 많은 문제가 있었냐. 조국 민정수석 등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일부 의원들은 며칠 남지 않은 4.3보궐선거를 걱정한다. 전통적으로 약세 지역인 경남 통영고성에서 여당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데, 자칫 이번 인사참사가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이곳에 출마한 양문석 민주당 후보가 정점식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그간 여론조사에서 뒤처지다가 최근 오차범위내까지 추격했다는 조사가 나오자 민주당 의원 60여명이 주말새 지원 유세에 나서는 등 당내 모든 역량을 통영고성에 투입한 상황이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최정호 장관 후보자와 조동호 장관 후보자의 낙마는 국민의 눈높이와 정서를 고려한 것”이라며 “국회가 산적한 현안을 해결할 수 있도록 야당과 협의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