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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모습/사진=뉴스1

추진 50여년 만에 도입된 종교인 과세가 2018년 1월1일 시행 이후에도 끊임없는 완화와 봐주기 논란 등에 시달린다. 법 개정 취지나 논리상 인정되는 부분도 많지만, 그간 일부 종교계가 납세를 거부해온 것 등을 이유로 개정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많다.

특히 국회에서 종교인 과세 관련 완화 법안들이 순식간에 통과 되는 것들 두고도 부정적 시선이 존재한다. 이번에도 여야가 법안을 공동으로 발의하고, 발의 두 달여 만에 법안을 소관 상임위에서 통과시켰다. 의원들이 이렇게 신속하게 움직인 것에는 종교인들의 '표'를 의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목사·승려·신부 등 종교인들의 퇴직금(퇴직소득)의 과세 범위를 줄이고, 기존 납입분에 대해선 환급받을 수 있게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관련기사☞ : '종교인 과세 완화法' 기재위 '만장일치' 통과…국회 통과 눈앞)

해당 법안은 과세 대상을 해당 과세기간에 발생한 소득에 '2018년 1월1일 이후의 근무기간을 전체 근무기간으로 나눈 비율'을 곱한 금액으로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과세 대상이 줄어드니 종교인들이 납부해야 할 세금도 줄어든다. 28일 조세소위원회를 통과한데 이어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도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기재위 소속 여야 의원 10여명이 발의한 법안인 만큼 당연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기재위원장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물론 김정우 민주당 간사의원과 추경호 한국당 간사의원이 발의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도 강병원·유승희·윤후덕, 한국당 김광림·권성동·이종구, 민주평화당 유성엽 등 의원 10명 공동발의했다.

여야 화합 속에 올해 2월 발의한 법안은 발의 2달도 채 안돼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 세법은 발의 시기와 무관하게 다음해 세법개정안 논의가 이뤄지는 9월 이후에나 다뤄지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달랐다. 다음달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5일 본회의에서도 법안 통과가 유력하다.

사실상 종교인 과세 완화라는 비판이 쏟아지지만 정치권과 정부는 논리적으로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기재위와 기획재정부는 종교인들이 받는 과세 불이익을 이번 법 개정의 이유로 들었다. 퇴직금 과세 규정을 명확히 하기 위한 차원일 뿐 특혜는 없다는 주장이다.

당초 정부는 퇴직소득 수입시기여서 소급입법은 아니라고 보았으나, 종교인 단체로부터 과거 축적된 퇴직소득에 대해 모두 과세하는 것은 과세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정부도 여기에 동의하며 이번 법 개정이 이뤄지게 됐다. 추경호 한국당 의원도 "특혜차원의 고려가 아니다"며 "종교인 과세가 시작됐으면 그에 따른 퇴직 활동도 그 시점으로부터 계산해서 봐야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진 기재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개정안은 종교인 소득과세가 시행된 시기에 비춰볼 때 종교인 소득과의 과세형평을 도모하고 과세의 합리성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 입법 필요성이 인정된다"면서도 "종교인의 소득과 일반 납세자의 소득 간 과세체계 차이로 발생할 수 있는 형평성 문제를 감안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종교인에 대해서는 소득세 부과를 50년 넘게 유예해 오다가 뒤늦게 과세대상에 포함하고도 그동안 과세 대상이 아니었단 이유로 퇴직금 과세 대상도 감면하는 것이 국민 눈높이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게다가 소득세 부과법은 느리게 진행하다가 부과완화법은 빨리 처리하는 것도 눈총을 받는다.

특히 퇴직금에 대해 소득세가 자동으로 원천징수되는 소위 '유리지갑' 직장인들 입장에서는 형평성에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발적으로 퇴직금에 대한 소득세까지 납부해온 천주교 등 다른 종교인과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종교인 과세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돼왔다. 종교인 과세는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보인 것이 시초다. 하지만 정치권과 정부가 종교계의 반발을 우려해 이를 적극 논의하지 않았다. 그러다 2012년 박재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과세 방침을 천명하면서 법안이 마련됐다.

국회에선 2013년 말부터 논의가 시작됐지만 당시 속기록 등을 보면 기획재정위원회 내에서도 의원들이 "나는 두들겨 맞을 자신이 없다"며 회피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공청회 등에 자리할 의원을 정하면서도 "지역구가 없는 위원이 가라", "종교 없는 위원이 가는게 낫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19대 국회 막바지인 2015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겨우 종교인 과세를 도입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마저도 즉각 시행이 아닌 2018년 1월1일로 2년간 유예기간을 뒀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논란을 빚었다. 수원중앙침례교회의 장로를 맡고 있는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민주당 의원)이 2017년 5월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유예하는 법안을 마련하면서다. 김 의원과 공동발의자들은 "과세 대상 소득을 파악하기 쉽지 않고 홍보 및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종교계에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여론이 들끓어 사실상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