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소정이]"언니 오랜만"...박영선과 이언주의 엇갈린 운명

[the300]새정치민주연합서 '한솥밥'→문재인과 안철수, 달랐던 '순간의 선택'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지난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인사청문회. 박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로, 이 의원은 인사청문위원으로 마주 앉았다. 

세 번째 엇갈리는 운명이다. 두 정치인은 국민의당 창당과 탄핵, 정권교체 등 굵직한 정치 이슈마다 다른 선택으로 '부정합'을 만들었다.

◇2019년3월…박영선 장관후보 vs 이언주 청문위원= 동료 의원에서 국무위원 후보자가 된 박영선과 야당의 청문위원으로 만난 이언주.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두 사람의 미묘한 심리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자료제출 요구에 답변하고 있다.2019.3.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선 제압은 박 후보자가 먼저 했다. 박 후보자는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수싸움'과 '기싸움' 모두 밀리지 않고 의혹해명에 나섰다. 

자료 제출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개인정보는 줄 수 없다고 강하게 맞섰다.  이 과정에서 "유방암 기록을 요구하는 건 '섹슈얼 해러스먼트'(성희롱) 적"이라고 반격하기도 했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에겐 "전립선암 기록을 물어보면 어떻겠냐?"고 반문하며 청문회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특히 자료 제출이 늦었다는 이 의원의 지적에 "이언주 의원님께 보내는 이메일주소에 오타가 있었다"며 "오늘 아침에 (제대로 된) 주소를 알았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박 후보자가 "이것은 제가 대신해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지만 이 의원은 "오래 전부터 요구한 자료를 어제 밤, 오늘 아침 보낸다고 하는 것 부터가 잘못"이라며 "이메일 발송 기록을 제출하라"고 맞대응했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항의를 하고 있다. 2019.03.27. jc4321@newsis.com

박 후보자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준비해 온 '해명피켓'을 꺼내들자 이 의원은 "우리가 지금 청문회 당하는겁니까?"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7년 전 첫 만남, 새정치민주연합 '원팀' 시절= 박영선과 이언주. 두 정치인은 2012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19대 국회의원으로 '한솥밥'을 먹었다. 

당시 민주당은 여성의원의 비중을 높이는 데주력했다. 3선으로 강력한 여성 중진의원 리더십을 보여주던 박 후보자 옆에 초선인 이 의원이 섰다. 이 의원은 당의 전략공천을 받고 경기도 광명시을에 출마해 배지를 달았다. 현직 의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새누리당 전재희 후보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광명=뉴시스】강종민 기자 = 보건복지부 장관과 3선 의원 출신인 새누리당 전재희 후보를 극적으로 제친 정치 신인 민주통합당 이언주 당선자가 11일 오후 당선이 확실시 되자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19대 후반기는 대여 공세를 이끈 이가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영선 원내대표였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치른 2014년 7월 31일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책임을 지고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사퇴하자 박 원대대표는 비대위원장을 맡아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었다.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문제를 놓고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격하게 대립했다. 박 원내대표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기하는 특별조사위원회 설치안으로 '깜짝' 합의를 하면서 당내외 비판을 받게 됐다. 

당내 일각에서 박 의원에게 위원장직 및 원내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면서 상황이 겉잡을 수 없이 치닫고 있었다. 이 때 유일하게 박 의원을 공개 두둔한 게 이 의원이다.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설전을 벌이며 고개를 돌렸던(사진 아래)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비공개 회동에서 세월호 청문회 실시 등에 대해 합의한뒤 오후에 합의사항을 발표하며 밝은표정을 짓고 있다.2014.8.7/뉴스1
이 의원은 당시 언론과 인터뷰에서 "(박 위원장이)어쨌든 잘못한 부분도 있지만 잘못했다고 해도 어떻게 보면 당에서 굉장히 소중한 인재인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어쨌든 동지애라는 것이 있어야 된다”며 "당내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절차라는 것이 과연 있느냐. 이렇게 중차대한 문제를 어떻게 몇 명이서 얘기, 발표하고 또 중진들은 가만히 계시고, 여기서 또 혼란이 벌어지면서 탈당 얘기까지 나오는 등 당내 민주주의라고 하는 의사결정 절차가 완전히 실종됐다"고 쓴소리를 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 관련해서도 "제일 걱정이 되는 것이 (박 위원장이)지금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하고 계셨는데 다른 사람으로 대체가 된다고 하면 기대 수준만 높아지지 석상의 틀은 그대로 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표류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을 것"이라고 박 의원을 두둔했다.

◇2017년의 4월의 선택…문재인-박영선VS안철수-이언주= 19대 대선을 한 달여 남긴 2017년4월, 이 의원은  탈당 후 국민의당에 입닥했다. 당시 민주당 비문(非文, 비 문재인)계로 꼽히던 이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선택한 것과 관련 "정치의 대변화를 이루고 새 역사를 쓰는 데 함께 하고싶다"고 취지를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중유세를 갖고 박영선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17.4.1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초미의 관심은 박 의원이었다. 정치권은 이 의원에 이어 박 의원의 탈당 가능성도 내다봤다. 정치권에선 이 의원과 박 의원이 '탈당'관련 교감을 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박 의원은 끝까지 문재인 후보 곁을 지키며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박 의원은 전국 선거유세장을 누비며 문재인 대통령의 압도적 승리의 공신이 됐다.

같은 시간 이 의원은 안철수 지지를 호소하는 '눈물 유세'로 유권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울 광화문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안 후보의 '국민과의 약속, 대한민국 미래선언' 행사에서 지지 연설을 하던 중 "난 안철수에게 정치생명을 걸었다"며 눈물을 흘린 것.

2017년 4월. 순간의 선택은 박 의원과 이 의원의 간극을 키웠고, 결국 승자는 한 명으로 기록됐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국민과의 약속, 미래비전선언' 선포식에서 안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20대 국회 전반기 기재위 동료-후반기 산자위 인사청문회= 20대 국회 전반기 두 의원은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으로 상임위원회 활동을 함께 했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며 각을 세웠다. 
 
종교인 과세, 법인세 인상 등의 굵직한 이슈마다 '여당'의 박 의원과 '야당'의 이 의원은 번번이 의견을 달리하며 맞섰다. 

박 의원이 2017년 하반기 국장감사에서 김정우 의원과 '팀워크'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의혹과 당시 수출입은행 등 공공금융기관의 혜택제공 문제를 제기하며 '명성'을 날리는 동안 이 의원은 조선업 구조조정에대한 정권 책임론, 법인세 인상 완충 등으로 '대여 공세'를 높였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삼희익스콘벤처타워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3.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의원은 점차 보수 색채를 강화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등과 함께 '시장경제살리기연대'를 만든 뒤 한국당 의원 등  30여명을 끌어들였다. 그는 "새로운 보수 위해 당 가리지 않고 대화하겠다"며 보수진영과 꾸준히 코드를 맞추는 한편 "저는 반문(反文, 반 문재인)입니다"라고 공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20대 후반기 국회로 접어들면서 박 의원은 기재위에 잔류하고, 이 의원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로 옮겼다. 더이상 마주칠 일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은 인사청문회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이 의원은 이날 저녁 8시쯤 한국당 의원들이 청문회 '보이콧' 선언을 할 때 함께 자리를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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