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남겨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17일 밤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 등 총 300석의 의원정수를 유지한 연동률 50%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안에 합의했다. 평행선 논의 끝 한국당을 제외한 채 선거제 개정안을 합의하기까지, 치열했던 선거제 개정안 도출 일지를 더300(the300)이 정리했다.

◇출발부터 삐걱=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첫 시작부터 삐걱댔다. 지난해 7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한국당이 정개특위 위원 명단을 내놓지 않으며 정작 정개특위 출범까진 3개월이나 걸렸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0월 선거제 개혁이란 특명을 띤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탄생했다. 정개특위는 15차례 소위를 열고 선거제 개혁을 논의했다. 각 당 간사간의 비공개 회동도 수시로 가졌다. 그러나 논의 속도는 더디기만 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100% 연동형 비례제를 거듭 주장했지만,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은 선거제 개혁에 소극적이기만 했다.

◇야당 단식에 개혁 합의=선거제 개혁 합의가 급진전된 것은 지난해 12월 초였다.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야 3당이 선거제도 개혁과 예산안을 함께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과 민주당은 선거제 개혁은 정개특위에서 논의할 사항이라며 야 3당을 뺀 채 2019년도 예산안을 처리했다.

야 3당은 즉각 반발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이정미 대표가 단식에 돌입했다. 단식이 일주일도 훌쩍 넘어선 15일, 여야 5당은 내년 1월까지 선거제 개혁안을 도출한다는 합의문을 작성했고, 그제서야 손 대표와 이 대표는 단식을 멈췄다. 같은 달 27일 정개특위의 활동기한도 6개월 연장되며 논의는 순풍을 탄 듯 했다.

그러나 합의 직후부터 각 당 별 입장차가 드러나며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급기야 한국당이 청와대의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의 임명 강행을 문제삼으며 2월 국회를 전면 보이콧했다. 정개특위의 논의 역시 전면 중단됐다. 결국 여야는 지난해 합의했던 선거제 개혁을 1월까지 완료하지 못했고, 한국당을 뺀 여야 4당 원내대표는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국회 정개특위 바른미래당 김성식 간사, 정의당 심상정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간사, 민주평화당 천정배 간사(왼쪽부터)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선거제 개편안 등의 여야4당 논의를 위한 회동을 갖고 있다/사진=이기범기자

◇선거구 획정 법정 기한 어겨=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획정위는 국회가 합의한 획정기준을 바탕으로 총선(2020년 4월 15일) 13개월 전인 3월15일까지 국회의장에게 획정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후 국회는 총선 1년 전인 4월15일까지 국회의원 지역구를 획정해야 한다.

그러나 정개특위 논의가 늦어지며 획정위는 선거구를 확정하지 못했다. 이에 획정위는 논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정개특위에 3월15일의 한달 전인 2월15일까지 획정기준을 확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결국 정개특위는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기한을 넘긴 후 여야는 부랴부랴 물밑 협상에 속도를 냈다. 각 당 별 선거제 안이 정개특위에 제출됐지만 선거제 개혁에 부정적인 한국당만 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제 개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논의하자 이달 10일 부랴부랴 한국당이 개편안을 제출했다. 현행 300석인 국회의원정수를 10%줄인 270석으로 하고, 비례대표제는 아예 없애자는 것이다.

◇한국당 빼고 합의안 패트 추진=여야 4당은 즉각 반발해 비례대표제 폐지는 위헌이라 주장했다. 결국 한국당을 뺀 채 개혁안을 도출하고, 이를 패스트트랙으로 올리기로 했다. 15일 여야 4당은 지역구 225석·비례 75석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잠정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17일엔 무려 7시간이 걸친 4당 간사 회의끝에 법조문 초안까지 작성 완료했다. 논의의 끝이 다가온 셈이다.

이젠 각 당 별 선거제 개정안에 대한 보고를 거친 후 의원총회에서 추인만 남았다. 19일 민주평화당은 처음으로 추인했다. 여야 4당은 늦어도 다음 주 중 선거제 개정안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처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