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이 잠정 합의한 선거제 개편안이 적용되면 지역구 의석 28개가 비례대표 몫이 된다. 전국 지역구 수가 현재 253개에서 225개로 준다. 각 정당별로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리는 이유다.

이는 야 3당이 원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와 민주당이 앞세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대안이다. 줄어든 지역구 의석 28개를 포함, 총 75석은 '권역별 비례대표' 몫이 된다. 일단 전국 단위 정당득표율에 기반해 각 당에 의석을 배정한다. 지역구 당선 의석을 빼고 남은 의석에 대해 권역별로 정당 득표율의 절반(연동률 50%)만 인정해서 나누기로 했다.

예를 들어 A정당이 정당 투표에서 득표율 10%를 얻은 경우 전체 의석 수 '300'의 10%인 30석을 받는다. A정당이 전국 지역구 선거에서 16석을 얻었다면, 이를 제외한 14석 중 50%인 7석이 A당 몫 비례대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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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의원 의자 28개 빼야…호남 7개, 통폐합 '최대비율'=개편안을 적용하면 전국 지역구가 28개 줄어든다. 올 1월 인구수 기준 통폐합 우선 대상지역을 꼽자면 수도권 10석, 영남 8석, 호남 7석, 강원 1석 등이다.

선거구 인구 하한 기준은 유권자 15만3650명이다. 서울 종로와 서대문갑이 미달지역으로 분류된다. 경기도는 총 60석 가운데 6개 지역이 인구 하한에 미달됐다. 인천에선 연수갑과 계양갑이 통폐합 대상이다.

특히 호남은 현재 의석 28개 중 4분의1에 달하는 7개 지역을 내놔야 한다. 전북에선 익산시갑, 남원시임실군순창군, 김제시부안군 등 3곳, 전남에선 여수시갑, 여수시을 2곳, 광주는 동구남구을과 서구을이 대상이다.

충청 지역에는 개편안이 호재다. 조정 대상이 없었다. 세종과 경기 평택을은 인구 상한선을 넘겼다. 선거구를 나눌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새 규칙'으로 20대 총선 치뤘다면…민주당·한국당 13~14석↓=2016년 치른 20대 총선에서 각 정당 득표율은 △새누리당 33.5% △국민의당 26.7% △민주당 25.5% △정의당 7.2%였다. 이 결과에 따라 비례대표 47석이 배분됐다. 새누리당이 17석, 국민의당과 민주당이 각각 13석, 정의당이 4석을 가져갔다.

같은 투표 결과에 이번 선거제 개편안을 적용하면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당시 정당 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당선자 수가 적었던 국민의당이 비례대표 26석을 얻는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정의당에는 당시 총선 결과보다 5석 많은 9석이 배분된다. 새누리당은 3석, 민주당은 0석이다.

총 비례대표 의석수가 28석 늘어나는 점까지 고려하면 또다른 결과가 나온다. 이를 단순히 보자면 선거제 개편안은 거대 정당에 불리하고, 정당 득표율이 높은 정당에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복잡한 셈법, 무의미한 시뮬레이션=선거제 개편안이 발표된 후 다양한 선거 결과 예측 '시뮬레이션'이 나왔다. 하지만 큰 의미가 없다. 지역구별 선거 결과와 정당 득표율이 '연동'돼 비례대표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대한 비례성을 살려 권역별 비례대표를 배분하는 과정에서 새 변수가 추가된다. 각 변수들을 상수로 고정시킨 '가정'엔 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정의당)의 '국민은 몰라도돼' 논란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17일 여야 4당 합의 후 심 위원장과 만난 기자들은 '의석수 계산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심 위원장은 "여러분들이 (계산하는 데) 너무 힘들어하니까 산식은 여러분들이 이해못한다"며 "산식은 과학적인 수학자가 손을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심 위원장은 "국민들은 산식이 필요없다"며 "예를 들어 컴퓨터를 칠 때 컴퓨터 치는 방법만 알면 되지 그 안에 컴퓨터 부품이 어떻게 되고 이런 것은 알 필요가 없다"며 웃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다음날인 18일 이를 언급했다. 그는 "(심 위원장이) '국민이 알 필요가 없다'고 했다더라"며 "그런 제도를 왜 만드냐"고 했다. 심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거제 개편안을 설명하며 이를 반박했다.

◇한국당 포함 여야 합의안에 기초…=이번 합의 과정에서 한국당이 제외됐지만 지난해 12월 나 원내대표를 포함, 여야 5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사항에 근거해 만든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심 위원장은 이날 "한국당이 5당 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었지만 여야 4당은 5당 합의 내용을 존중하고 국민의 뜻을 반영해 단일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심 위원장은 "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고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3:1로 한 것은 선진국 수준인 2:1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현행 선거제도에서 5.4:1이라는 전세계 최대 수준의 불비례성을 크게 개선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비례대표 의석이 47석에서 75석으로 늘어남에 따라 국민 불신을 받아온 비례대표 공천 과정 문제를 과감히 개혁해 투명성과 민주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비례대표를 당원·선거인단 투표로 결정하도록 절차를 명확히 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