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소정이]국회 통과한 미세먼지법, '원조'를 찾습니다

[the300][소소한 정치 이야기]미세먼지법, 본회의 통과는 8개인데 "내 법"이라는 사람은 수십명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국회 본회의 전경/사진=이동훈 기자


"OOO 의원 발의 미세먼지 3법 국회 통과"
"XXX 의원 발의 미세먼지 대응법 국회 전격 통과"
"△△△ 의원 '미세먼지 법' 국회 본회의 통과"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 등 미세먼지 대응과 관련한 8개 법안이 통과된 뒤 국회 출입 기자들에겐 수십건의 보도자료가 쏟아졌다.

의원들은 미세먼지법 발의자가 자신이라고 홍보했다. 보도자료만 보면 해당 의원이 법안을 내고 국회 본회의 통과라는 성과를 거뒀다는 착시효과를 준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전날부터 14일까지 송부된 보도자료를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대부분이 겹치는 법안들이다. 이름도 같고 내용도 비슷한 법안들을 여러 명이 내고, 통과가 되면 각자 "내 법안"이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먹자골목에서나 있는 '원조' 논란이 국회에서도 벌어진다.

이번 미세먼지 8법 가운데 사회재난 정의에 '미세먼지'를 규정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을 보자. 굳이 따지자면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의 법안이 '원조'다. 신 의원은 2017년 4월 10일 법안을 냈다. 내용은 이번 국회에서 통과한 대로 "법상 재난의 정의규정에 미세먼지를 포함한다"는 거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4월 동명의 법안을 냈는데, 신 의원의 법안과는 큰 차이가 있다. 신 의원의 법안은 미세먼지를 '자연재난'에 포함하자는 내용인 반면 김 의원의 법안은 '사회재난'에 포함하자는 내용이다. 국가 지원 내용이나 예산 등이 달라지는 만큼 둘의 차이는 크다. 환경노동위원회 논의 결과 미세먼지는 사회재난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를 지나며 미세먼지가 심해지자 여러 여야 의원들이 두 의원의 법안과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쏟아냈다. 몇몇 의원들은 전체 내용은 물론 '제안이유'까지 그대로 복붙(복사&붙여넣기) 하기도 했다.

다른 법의 상황도 비슷하다. 학교보건법 개정안은 박경미 민주당 의원과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일반인의 LPG(액화석유가스) 차량 구매를 허가하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은 권칠승 민주당 의원과 곽대훈 한국당 의원 등이 유사한 법안을 냈다.

미세먼지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을 때에도 '폭염'을 재난에 포함하자는 법안이 10건 넘게 쏟아졌다. 미세먼지 법안과 마찬가지로 내용도, 제안이유도 같았다. 모두 '대안반영 폐기' 처리 됐다.

기존 법안의 내용을 살짝 바꾸거나, 이미 다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문구를 살짝 수정해 놓고 실적만 챙겨간다는 비판이 나온다. 몇몇 의원들은 같은 내용의 법안에 여러번 '공동발의'를 하기도 했다. 법안의 내용이나 필요성 등에 대해 진지한 검토 없이 성과를 위해 무조건 도장만 찍고 보는 관행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묻지마 발의'가 국회의 업무 효율성을 저하한다는 비판도 있다. 의원들이야 일단 내면 그만이지만, 이를 심의하고 검토하는 각 상임위원회의 입법조사관 등은 업무가 과중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아무리 같은 이름에 같은 내용의 법이라도 들여다 보고 심사보고서를 써야 한다"며 "업무 과중은 물론 법안소위에서 같은 내용의 법안을 나열하며 소화해야 하는 비효율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버닝썬 사태'로 또다시 국회가 구태를 반복할 조짐을 보인다. 마약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발의한 의원들 말고도 준비중인 곳이 여럿이다. 조사가 본격화하면 할수록 더 많은 법안들이 쏟아질 전망이다.

의원들이 법안 발의 전에 공감대를 형성해 같은 내용인 경우 하나로 모으고 공동발의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국회 관계자는 "최소한 같은 당 내부에서는 사전 토론이나 협의를 거쳐 1개의 법안을 발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며 "특히 이같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인 경우 정제된 법안으로 제출해 힘을 모으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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