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분양전환 갈등 '씨앗' 임대주택법…열매는 누가

[the300페이스법]10년 공임 시세 2배이상 뛰어…전환가 산정법 변경 요구에 국토부와 갈등

해당 기사는 2019-03-26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편집자주  |  [법안이 말한다]법안을 들여다보면 하나의 인격체 같다. 정신(법 취지)과 육체(법 조항)가 있다. 개정이 반복되며 살을 붙이기도, 빼기도 한다. 그렇게 사연이 쌓인다. 그 역사는 법의 얼굴(face)에 고스란히 남는다. '법안이 말한다’를 통해 사연많은 법을 짚어본다.

올해 8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10년 공공임대아파트가 경기 성남시 판교에서 처음으로 분양전환된다. 그 근거는 바로 나, '임대주택법'이다. 집이 없어 임대했던 사람들에게 집을 가질 수 있게 해주려고 태어난게 나다. 그러나 최근엔 오히려 나 때문에 집을 빼앗기게 생겼다고 울먹이는 사람들이 생겼다. 

급기야 지난 4일 판교 10년 공공임대 4개 단지 주민들이 구성한 '판교 10년 중소형 공공임대아파트 분양대책협의회'(판교분대협)는 은수미 성남 시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나는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

#나는 (구) 임대주택법이다.

내 이름은 (구) '임대주택법'이다. 나는 1984년 잉태돼 1985년 1월 태어났다. 다른 나라의 친구들과 비교하면 늦둥이다. 주택을 '소유'한다는 개념이 강한 한국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다. 주택을 '임대'한다는 개념보단 소유한다는 개념이 강한 이들에게 난 참 생소한 존재였다. 

임대주택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민간사업자 등이 건축해 일정한 임대료를 받고 임차인에게 빌려주는 주택을 말한다. 1962년 서울 마포구에 최초로 지어졌다. 약 20여년이 지난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임대주택 지원을 위한 제도들이 자리잡기 시작했고 나 역시 그 때 태어나게 됐다. 지금은 공공임대주택, 행복주택, 영구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 등 그 종류만 10여가지에 달한다.

도시의 현대화가 진행되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급상승했다.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아파트를 사는 시대는 지났다. 주택을 장기로 임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내가 필요해졌다.

내 목적은 분명했다. 저소득층의 주거비를 줄여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장기적으론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에 기여하는 목적도 있다. 


#우여곡절 '내 이름'

부동산 정책은 뜨거운 감자다. 집값 급등, 급락 모두 정권에게 반갑지 않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내 이름도 자주 바뀌었다. 나는 '임대주택건설촉진법'이란 이름으로 태어났다.

8살이 되던 1993년, 내 이름은 '임대주택법'으로 변경됐다. 큰 변화였다. 임대주택을 다루는 정부 기조 자체의 변화를 뜻했기 때문이다. 과거엔 저소득층을 위주로 한 공급에 무게를 실었다면 이젠 중산층의 임대 수요까지 고려하자는 의미였다. 임대사업자도 다양화했다. 택지 지원과 조세 지원 등을 통해 민간임대사업자도 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2015년엔 말그대로 대변혁을 맞았다. 당시 정부는 임대주택 공급에 민간 자본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다. 대표적인 게 '뉴스테이'(기업형 민간임대주택)다. 이를 계기로 나는 '민간임대주택법에 관한 특별법'이란 이름으로 전면 개정됐다. 

'공공주택 특별법'이란 이름의 쌍둥이 동생도 생겼다. 공공과 민간 임대주택 규정이 혼재돼 있던 것을 건설 주체에 따라 구분했다. 

이때 나를 향한 시선도 갈라졌다. 뉴스테이는 민간 임대사업자가 기금과 택지 등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동시에 과도한 규제를 피하도록 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포기하고 자본의 이익창출에 이를 팔아넘겼다고 맹비난했다. 공무원과 사업자가 '쿵짝'을 맞추면 특정 지역을 촉진지구로 묶고 또 토지를 강제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가 됐다고 비판했다.

반면 청년과 신혼 부부 등 주거 지원 계층을 배려하고 초기 임대료를 제한할 수 있다는 긍정 평가도 나왔다. 민간임대주택의 공공성도 확보하고, 임차인의 권리보호까지 강화하는 일석이조라는 판단이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과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연합회원들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공공임대아파트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분양전환을 목적으로 LH공사가 공급한 10년 공공임대아파트가 올 8월 부터 판교지역에서 최초로 분양전환된다/사진=뉴스1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 임대와 임차 사이

30대 중반을 맞은 지금, 나는 인생의 변곡점을 맞았다. 나를 둘러싸고 국토교통부와 LH, 임차인의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다. 

판교를 시작으로 10년 짜리 공공임대주택의 분양 전환 시기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10년 임대주택은 입주자가 시세의 65%이하에 해당하는 임대료를 내고 10년 동안 살다가 의무 임대기간이 끝나면 분양 전환을 받을 수 있는 아파트다.

논란의 발단은 내가 설정한 전환 가격이다. 공공임대주택엔 대표적으로 5년짜리와 10년짜리가 있다. 10년 공공임대의 분양 전환가는 '감정평가금액 이하'로 설정된다. 5년 공공임대는 조성 원가와 감정 원가 금액을 산술 평균해 정해진다. 집값 상승률에 따라 10년 공공임대의 분양 전환가는 높이 뛸 수 있다. 

우려했던 일이 실제 벌어졌다. 판교의 집값이 고공행진을 한 탓이다. 2006년 분양 당시 전용면적 84㎡기준 아파트 값이 약 4억원에서 약 10억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분양 전환 시기를 맞은 임차인들은 당황스럽다. '10년 살면 내 집이 된다'고만 생각하고 입주했는데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고 토로한다. 임차인들은 분양가를 5년 공공임대처럼 설정하거나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서울시 동대문구에 위치한 공공임대주택을 방문하여 20년 쪽방살이에서 벗어나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전한 입주가구를 직접 만났다/사진=국토교통부 제공

국토부는 입주 당시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을 고지했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을 위반하는 문제인데다가 '임대 주택'의 공급 틀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외를 만드는 선례가 생기면 모든 임대주택의 분양가를 낮춰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또 판교와 같은 경우 임차인에게 시세 차익을 과도하게 남겨주게 돼 '역차별' 논란도 우려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민간건설사의 10년 공공임대가 동일한 기준으로 이미 분양전환을 했다"며 "형평성 때문에 LH공사도 수정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회 계류 중인 법안 70여개...내 미래는?

국회는 '나'에 대한 수술을 예고했다. 계류중인 개정안만 70여개에 달한다. 방향성은 다르다. 논란도 적잖다. 판교를 지역구로 둔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이 대표적이다. '김병관 안'은 주택 가격이 급등한 지역에서 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이 높아 전환을 받기 어려운 임차인이 임대 의무기간이 지난 후에도 임차인의 거주를 보장하도록 했다. 10년의 의무임대기간이 지난 후에도 8년 이내의 임대 연장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병관 안'에 주민들이 반발했다. 주민들은 임대를 연장해주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분양전환 방식의 변경을 요구했다. 김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로 몰려온 주민들은 자정이 넘어가도록 자리를 지켰고 결국 김 의원은 법안을 철회했다. 

'핫 이슈' 10년 공공임대 분양 전환가 산정기준을 변경하기 위해 민홍철 더불어민주당·윤종필 자유한국당·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각각 개정안을 내놨다. '민홍철 안'은 10년 공임의 분양 전환가를 5년 공공임대와 같은 기준으로 적용하는 내용이다. 

'윤종필 안'과 '권은희 안'은 분양가상한제에 준해 전환가를 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모두 계류 중이다. 민감이슈인 탓에 개정안이 쏟아지지만 논의나 처리는 차일피일 미뤄질 뿐이다. 

계속된 반발에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10년 임대주택 분양전환 지원대책'을 마련했다. 대책에 따르면 분양 전환 전 사업자와 임차인의 협의 절차가 의무화된다. 또 분양 가격이 결정 된 후 임차인이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린다. 이를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 개정안이 만들어져도 상반기중 처리돼야 현장 혼란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임차인과 임대 측의 상반된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갈등은 뫼비우스의 띠마냥 보인다. 나는 어떻게 될까.




 
  • 법안
  • 팩트체크
  • 데스크&기자칼럼